3월 12일 진보신당연대회의 대구시당(준) 결성대회가 썰렁하기 그지없는 가운데 열렸다. 조직 동원을 했을 테니 자리가 좀 차지 않을까 싶었는데 별로 많지도 않은 자리가 비어 있어 추운 정도가 아니라 봄날에 ‘북풍한설’ 몰아친 것 같았다. ‘봄은 왔으되 봄 같지 않다’는 속담이 이런 경우를 두고 한 말이 아닌가 싶다. 왔다가 일찍 간 사람 포함하면 70여명 정도, 총선 후보 찬반 투표에 참석 한 사람은 57명뿐이었다.
무엇보다 더 놀란 것은 안면 있는 20대는 단 2명 뿐 이었다. 미래의 활동가인 20대가 없다는 것은 앞날이 밝지 않다는 말이다. 정말 ‘가시밭길 험한 길’이 앞에 놓여 있는 것 같다. 팔팔한 청년도 아닌데 이 험한 길을 가려니 암담하기 그지없다. 만약 이대로 10년 지난다면 남한사회 진보정당은 ‘고령화’로 누가 건드리지 않아도 자연스레 사라지고 말 것이다. 삼성을 비롯한 재벌이 진보정당을 우습게 아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아무리 정당의 최종 목표가 집권이라지만 현 상황에서 ‘의회주의’ 중심의 전술이 실패했다는 것을 민주노동당에서 확인 했음에도 불구하고 ‘선거공간 활용’이라는 상황 논리로 무리하게 밀어 붙였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난 몇 년 간 민주노동당 선거에 노동자들이 조직적으로 뛰어 들면서 “현장의 투쟁 역량이 소진되었다”는 이갑용 씨의 말을 흘려듣지 말아야 할 텐데 현장의 정서를 잘 모르는 ‘정치운동꾼’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다.
당의 만성적인 채무 대부분이 ‘선거빚’ 임을 알면서도 선거를 주장하는 사람들을 보면 무책임한 것 같다. 선거비용 조달에 자신이 없으면 처음부터 포기 하는 게 맞는데 끝까지 ‘선거활용’의 기 막한 논리를 전개한다. 국회의원 선거에 들어가는 자금 중 절반을 후세대를 위한 사업에 투자하는 게 조직의 앞날을 위한 우선순위임에도 그런 말은 제대로 들리지 않는다. 자신을 알리는 가장 기본인 누리방(블로그) 관리조차 하지 않으면서 선거에 나가겠다고 하는 걸 보면 더 열불 난다.
얼굴 좀 팔린 직업군인(운동꾼)들의 조급증이 또 일을 그르치고 있는데 제어 장치가 작동하지 않고 있어 갑갑하다. 제동 장치가 없으면 얼마나 위험한지 알면서도 방치한 책임을 누가 질지 모르겠다. 국회의원 선거와 관련해 제안하고 관철 시키려한 사람들은 결과에 대해 스스로 책임져야 할 것이고, 조직 내에서 반드시 책임을 묻는 ‘책임정치’의 풍토가 자리 잡지 않으면 안 된다. 대충 넘어가는 것은 주인인 당원들을 대상화 하는 아주 못된 짓이기에 반복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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