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순이 훨씬 넘은 연세임에도 불구하고 늘 배우는 자세로 살아가는 어른이 계십니다. 87년 어느 기독교기관에 실무자로 있을 때 인연을 맺은 분인데 자식 뻘 되는 사람의 말을 그냥 흘리지 않고 귀담아 들으며 존중해 주는 분입니다. 지금은 세상을 떠난 영감님과 함께 내외분이 ‘너희들이 뭘 안다고 그러느냐’는 식으로 대하는 걸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 못 했습니다. 목사임에도 불구하고 목사의 잘못을 거론해도 얼굴 표정 하나 안 변하고 ‘그래, 그건 윤 선생 말이 맞다’고 하셨고, 옆에서 맞장구를 치곤 하셨으니 과히 ‘부창부수’라 해도 괜찮은 분들이죠. 제게는 그냥 ‘목사와 청년’이 아니라 삶의 스승이셨고, 신앙의 아버지이자 어머니이신 분들입니다.
칠순이 넘은 어른이 ‘우리 사회에 진보정당이 꼭 있어야 한다’며 ‘그 길은 하느님의 뜻이자 명령’이라고 하실 정도니 나머지는 상상에 맡겨도 될 것 같습니다. 몇 일전 안부도 전 할겸 전화를 드렸는데 “예전과 달리 이민자가 많은 지금은 민족이라는 것은 낡은 의미가 되었습니다.”고 했더니 “맞아, 이제 민족을 고집하는 것은 낡은 생각”이라는 말씀에 순간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내가 은퇴하고 칠순 노인이 되었을 때 저렇게 될 수 있을까 하는 자문을 하지 않을 수 없더군요. 글을 모르는 분이 많은 연배인데 그 시절에 고등학교까지 다녔으니 고학력이지만 대부분의 노인들이 ‘아, 옛날이여’만 부르짖는데 지금까지 자식으로부터 보고 듣고, 손자ㆍ손녀들의 얘기도 함부로 흘리지 않으시니 내공이 깊은 어른임에 분명합니다. 자신의 속이 차 있으니 두려워하지도 않고, 다른 사람들처럼 고리타분하거나 ‘꼰대’ 티를 낼 일도 없죠. 건강하기 사시다 영감님처럼 어느 날 몇 시간 사이에 천국 가셨으면 하는 게 제 기도제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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