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 전 주일이라고 성찬식을 한다. 미사 때 마다 하는 구교와는 달리 개신교는 특별한 날을 정해서 한다. 먹음직한 빵이 보여 서로 떼어 나누는 줄 알았더니 겨우 카스테라 조각만 주고 그건 끝날 때까지 그냥 둔다. 갈라 먹는 걸 잊어 버렸나 싶어 점심 먹고 나서 ‘빵이 맛있어 보이는데 나누어 먹자’고 했더니 ‘성찬식에 사용한 것은 목회자가 처리한다’는 30년 넘도록 신앙생활 하지만 처음 들어보는 말을 한다. ‘목사의 고유권한’이라고 하니 할 말이 없다. 종교개혁의 기본 정신인 ‘만인사제주의’가 들어갈 틈이라곤 전혀 없다. 천주교는 개신교를 모방하고 있는데 어찌된 판인지 낡은 것이라고 귀가 따갑도록 들어온 ‘사제중심주의’를 따라하고 있으니 할 말이 없다.
신앙을 학문적으로 정리한 신학은 대단히 어렵고 비밀스러워 접근하기 힘들어 보이지만 사실을 그렇게 큰 비밀을 갖고 있지 않다. 평범한 사람들의 보편적인 상식으로 판단하는 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음에도 대중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 거창하게 포장한다. 아는 것과 믿는 것이 같이 가야하는 게 신앙이건만 한국교회는 전혀 그렇지 않다. 한국교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가 반지성주의이건만 지성을 깔아뭉개고 ‘머리로 믿지 말고 가슴으로 믿어라’고 강요하니 정말 웃기는 노릇이다. 이렇게 상식에서 벗어난 말을 하는데다 ‘신학적 근거가 뭐냐?’고 물었다면 얼굴 붉힐 일 밖에 없을 것 같아 이쯤에서 접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냥 물러섰다. 꼴 난 빵 한 조작 때문에 인상 찡그리고 핏대 올릴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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