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진보정당 창당과정 걱정된다.

녹색세상 2008. 2. 25. 16:28
 

심상정 비대위의 혁신안이 부결된 후 실날같은 휘망마저 사라지자 전국 곳곳에서 탈당이 시작되었다. 썰물처럼 빠져 나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말 대통령선거 참패 후 너무 창피해 모임에도 안 갔더니 진보정당에 애정 어린 비판을 하는 친구가 불러줘 같이 저녁을 먹은 적이 있다. 결별을 예견이나 한듯 ‘주사파와 같이 하면 도매금으로 넘어간다’며 헤어지라고 했다. 2004년 총선 무렵에 입당한 나로서는 별로 할 말이 없어 ‘들어가 보니 그들이 있더라’는 핑계를 대고 말았다. 대구지역의 경우 향후 진로에 대해 몇 차례 얘기를 나누지도 못했는데 ‘총선후보’ 얘기가 들리더니 급기야는 ‘총선 전 창당, 총선 후 제대로 된 창당’이라는 기사를 보고 할 말을 잃었다. 뒤에서 서로 말 맞는 사람들끼리 쑥덕거리지 않고는 도저히 불가능한 각본이 진행되고 있다는 명확한 증거임에 분명하다. ‘주사파의 패권’으로 인해 진보정당 구실을 못한 것에 질려 탈당한 사람들이 하는 일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지역과 소수자의 목소리가 없다.


먼저 탈당한 분들의 의견을 듣고 모으는 과정이 없다. 우리가 들어가 살 집을 지으려면 조감도를 그린 후 어떤 것을 추가할지 가족들의 의견을 모으는 게 너무나 당연하다. ‘긴급한 상황’이란 이유로 이러한 기본적인 절차마저 무시하는 것은 첫 단추를 잘못 끼우는 것으로 향후 ‘효율성’이란 논리가 자리잡을 우려가 매우 높다. ‘도둑놈이라도 경제’라는 이명박 논리와 비교 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이는 기본적인 의사 교환을 무시한 것으로 ‘소통의 부재’로 이어져 내부 신경전달망 작동은 커녕 의사전달체계 형성조차 힘들 게 할지도 모른다. 동창회(정파)의 골목대장들이 수근거려 지침을 내린 것과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


새로운 정당을 만드는 것은 성형수술 해 화장발 좀 받도록 하는 게 아니라 병의 뿌리를 들어내는 대수술ㄹ로 ‘재건축’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전국순회모임 한 번 없이 진행한다는 것은 앞뒤가 바뀐 것임에 분명하다. 재건축을 하려면 지반조사와 함께 무엇보다 입주자들의 사용 용도에 맞춰 설계를 하는 등 신중하게 계획을 세워야지 총선거라는 ‘상황논리’에 밀려 ‘나를 따르라’는 식의 지침을 내리는 방식으로 진행하면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는 ‘새로운 진보정당’의 모양새와 방향을 지켜 보면서 탈당을 고민하는 동지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높다고 본다. 특정 정파나 명망가 중심으로 가면 정말 곤란하다.


탈당한 사람들은 ‘자주파의 패권’으로 인한 당의 파행에 질린 소수자들임에도 불구하고 나 보다 더 소수인 사람들의 목 소리가 들어갈 틈을 전혀 안 열어주고 있다. 이는 창당과정이나 강령ㆍ정강 정책의 틀을 세우는데 이들이 배제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무엇보다 여성과 청년ㆍ학생들이 자기 목소리를 낼 여지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나가면 박노자의 지적처럼 예전 민주노동당의 문화인 ‘40대 운동권 아저씨’들의 놀이터로 전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젊은층 없이 이대로 10년을 간다면 일본공간당 처럼 머리 허연 노친네들말 모여 ‘아, 옛날이여’ 타령 안 한다는 보장 어디 있는가? 그래도 일본공산당은 기본 가락이 있어 중요 도시라도 장악하고 있지만 우린 아직 시작도 안 한 살얼음판이다.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핑계없는 무덤없다’는 말처럼 모든 조직과 인간은 자기 논리와 관성이 있다. 탈당한 사람 말고 진보정당에 관심을 갖고 애정 어린 비판을 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몇 번이나 들어 봤는가? ‘주사파가 그런 줄 모르고 동거했나, 이해관계가 맞을 때는 가만 있다가 싸움에서 밀리니 나온 것 아니냐?’며 싫은 소리 하는 분들의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수시로 얼굴보고 통화하고 말 맞는 사람들의 소리는 부차적이다. 우리를 지켜보는 분들의 싫은 소리 부터 듣자. 이게 바로 ‘대중에게 배우려는 자세’로 활동가들이 지녀야 하는 겸양이라 믿는다.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문을 구하는 겸손한 사람에게 바른 말 해 주지 ‘한 수 지도’ 하려는 시건방진 인간에게는 결코 바른 말 안 하는 게 사람의 심리다.


             총선활용은 약일 수도 있고 독일 수도 있다.


총선이란 공간을 활용하자는데 상반된 이견이 있다. 내 주위에는 ‘공당이라면 깨지더라도 심판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사람도 있고, ‘도토리 키재기 하는 것 아니냐’며 냉소적인 반응을 하는 이들도 있다. 아무리 긴박한 상황이라 할지라도 지켜야만 하는 원칙이 있다. 그런 것 없이 급하니까 ‘총선 후 제대로 된 창당’이란 말은 국민 대중을 섬기는 공당의 자세가 아니라 ‘선거제일주의’에 매몰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신중하게 판단하지 않으면 안 된다.


벌써 곳곳에서 공안탄압이 나타나고 있다. 작년 3월 한미FTA반대 집회와 관련해 조사받은 동지들에게 벌금으로 약식기소 처분한 통보가 왔다. 앞으로 우리가 갈 길이 얼마나 험한지를 보여주는 증거다. ‘내 일이 아니라’며 외면하지 말고 이런 문제부터 먼저 머리 맞대는 동지애를 보여줬으면 좋겠다. 이런 노력은 훗날 새로운 진보정당의 좋은 밑거름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총선 논의보다 동지들의 이려움 부터 껴 안는 자세가 먼저 필요하다고 본다. 이런 동지애를 바탕으로 일을 진행했으면 한다.


군대물 조금 더 먹고 실전 경험이라고는 전혀없이 기껏 ‘도상훈련’ 몇 번한 실력으로 ‘명령’ 하달하는 인간 기계들과 싸우더니 닮아가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런 건 안 닮았으면 좋겠다는 게 비단 나만의 바람은 아니리라 믿는다. 우리를 지켜보는 ‘대중들의 무서운 눈’이 곳곳에 엄청나게 많다는 것을 명심하고 더디가더라도 비바람 피할 움막보다는 오래도록 온 가족이 행복하게 살 튼튼하고 좋은 집 짓도록 하자. (레디앙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