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외국에 사는 친구에게

녹색세상 2008. 2. 22. 15:24

 

설 명절 잘 보냈는지 모르겠구나. 한국은 갈수록 얇아져만 가는 월급쟁이들 주머니 때문에 그야말로 죽을 맛이야. 신학기가 되면 등록금 마련 때문에 집집마다 난리가 나고. 인터넷을 외신을 통해 봐서 알겠지만 ‘전과 17범’이 대통령에 당선된 이변을 낳기도 하는 걸 보면 ‘역시 대단한 나라’임에 분명한 것 같애.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보수적인 줄만 알고 사회에 관심 없다고 하는 20대들의 이명박 지지율이 가장 낮다는 거야. 그런데 그 표가 창당 8년이 된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으로 가지 않고 4개월짜리 신당인 문국현당으로 가버렸으니.... 입이 열개라도 할말 없지. 커 오는 세대들의 마음을 잡지 못하면서 ‘우리사회의 미래’를 보고 투자하라고 떠들었으니 소가 웃을 일이죠.

 

 


그런데 ‘명백한 참패’를 참패로 받아들이지 않고 ‘불행한 결과’로 수정한 안이 대의원대회에서 통과 되었으니 칼자루 쥔 인간들이 반성을 할 생각이나 있는지 모르겠어. 지역구의원 2석에 비례후보 덕분에 졸지에 얻은 국회의원 10명, 아무런 준비 없이 굴러온 떡에 모두들 정신이 나가버렸지. 국고지원금이 늘어나니 구멍가게 살림만 한 사람들이 헤맨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고. 친구 자네 말처럼 ‘겨우 1만원 내로 10만원 어치 떠드는 무리들’이 과대  장된 능력을 너무 과신한 나머지 똥오줌을 못 가린 결과지.


‘너희들 잘못한 게 많으니 매 맞아라’고 회초리를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맞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 오만방자함, ‘너희들 변해야 한다’ 준엄한 명령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외면한 정신 나간 집단..... 나도 여기에 별 미련이 없어 떠났지만 캄캄한 게 사실이야. 국회의원 10명에 만족하지 않고 더 낮은 자세로 이 땅 ‘민중을 섬기는 자세’로 저 낮은 곳을 향해 내려갔으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텐데 말야. 나이 탓인지, 지금까지 고생한 것에 대한 보상심리 때문인지 너도나도 궂은일은 하지 않으려 한 것을 대중들이 모를리 없는데 이런저런 말로 포장이나 해대었으니. 남한사회의 유일한 진보정당에 몸담고 있다고 목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는데 그걸 풀 수는 있을지, ‘민중 속으로 들어가라’는 명백한 명령을 수행할 수는 있을지 걱정이네.


원내 진입한 지난 4년 간 일을 하지 않은 것은 분명하나 바닥에서 기던 사람들이 ‘위원장님’ 소리에 너무 젖어 있어 겸허한 자세로 주어진 숙제를 할 수 있을지 나부터 걱정이 앞서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친구야. 어떻게 ‘자민’이와 ‘평등’이가 동거를 시작했는지 원인을 규명하고 관련 당사자들에게는 준엄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봐요. 최소 10년은 후퇴할지도 모를 진보정당 운동에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면 그것은 사기임에 분명하니까 말야. 이렇게 깨지고 나니 해외에 사는 자네 볼 면목이 없구만.


연말 대선 장사에 한몫해 올 국회의원 선거에 원내교섭단체 될 줄 착각하고 살았으니 뜬 구름을 잡고 있었던 미련한 내 자신이 밉고 갑갑하네. 세상 어디에도 정파는 존재하고, 그로 인한 갈등이 있지만 합리적인 사람들에 의해 새로운 방향을 찾아가는 게 역사이니 너무 절망한 필요는 없겠제? ^^ 정말 저 바닥으로 내려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찾도록 하마. ‘역사의 주인’이면서도 주변으로 밀려난 민중들이 자기 자리를 찾아갈 수 있도록 말야. 여기는 감기몸살로 몇 번씩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건강에 유의하고 올해 좋은 일 많기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