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탈당계를 지역위원회와 시당으로 보냈다. 평등계열의 기간 활동가를 제외한 당원들 상당수는 ‘지켜보자’는 분위기인 것 같다. ‘우리가 어떻게 만든 정당인데 버릴 수 없다’는 의견이 의외로 많다. 남구위원회에 있는 친구가 궁금해 위원장을 한 후배에게 알아봤더니 ‘좀 더 지켜보자’고 한 모양이다. 당기위원회 징계 결과가 너무 시원치 않아 속이 많이 상한다. 여성에 대한 폭력을 ‘성폭력’으로 규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성평등교육 10회 이수’라니 너무 솜방망이 징계다.
진보정당이란 조직 내부의 성평등 지수가 얼마나 낮은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 하지 아니할 수 없다. 평소라면 재심을 청구해 끝까지 가고 싶은 마음 굴뚝같지만 난파선인 지금 당기위원회가 제대로 돌아갈지 의문이라 끝내기도 했다. 해야 할 일을 한 것 같아 속이 조금은 후련하다. 무엇보다 피해자가 ‘예전보다 좋아졌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탈당계를 보낸 후 곳곳에 남아 있는 민주노동당의 흔적을 지우고 있다.
당점퍼와 방한복도 필요한 곳으로 보내고 예전에 사용했던 물품도 처리를 했다. 산재사고로 요양 중일 때 휴업급여 아껴가며 장만한 것들이라 더욱 소중하다. 사고배상금 일부로 구입한 전송겸용복합기와 문서파쇄기를 보면 더욱 정이 간다. 내 정성이 담긴 물건이 필요한 곳에 있다는 기쁨이 이런 것인 모양이다. 생업에 종사하면서도 ‘새로운 세상’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은 아름다운 얼굴들과의 추억은 참 좋다.
40대가 넘어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선배 대접을 해 준 그들, 술 한잔하면 서로 조금이라도 더 내려고 하는 그들의 마음씀씀이는 따뜻하기만 하다. 떠나서 새로운 진보정당을 만드는 대열에 함께 하려니 조금은 걱정이다. 비록 초라하긴 하지만 비바람 막아 주던 움막이 있어 좋았는데 들판에 나가려니 벌써 몸이 움츠려든다. 그렇지만 새로운 집을 지을 수 있다는 기대와 희망이 있어 좋다. 새 집에서 어려움에 처한 이웃들에게 조금이라도 희망을 주는 일을 할 수 있다면 그 보다 더한 기쁨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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