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당기위원회 징계 결과를 보고....

녹색세상 2008. 2. 20. 21:42
 

조직 내부의 폭력 사건과 관련해 당기위원회에 제소한 당사자로서 판정 결과가 실망스럽기 그지없으나 ‘폭력사실 확인’과 약자인 여성에 대한 폭력이 ‘성폭력’임을 확인 했기에 수용하려합니다. 탈당의 와중에서 충분한 조사가 이루어지지 못하였다는 아쉬움을 배제할 수는 없으나 마지막까지 정리를 위해 애쓴 당기위원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보다 많은 민주주의를 원하고 소외받은 약자의 편에 선다는 진보정당이란 곳에서 폭력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넘어온 것에 대해 지역위원회 운영위원의 일원으로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번 문제 제기로 다시는 조직 내에서 폭력이 발생하지 못하도록 하는 견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그 동안 가슴앓이 하며 고생한 피해를 입은 동지와 함께 지켜본 여성동지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를 드리고, 다시는 폭력을 묵인하는 일이 없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폭력은 폭력일 뿐’ 거기에 무슨 이유나 핑계를 갖다 붙여서는 안 된다는 믿습니다. 더욱이 폭력은 내재화 되어 있어 언제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 모르기에 묵인해서는 안 됩니다. 가정폭력이나 성폭력을 포함한 모든 폭력은 재발률이 매우 높고, 가해자는 자신이 휘두른 폭력으로 인해 상대가 어떤 상처를 받는지 전혀 인식하지 못한다는 게 연구 결과입니다. 다른 곳도 아닌 회의 도중에 어린 딸이 보고 있는 자리에서 폭력이 발생했으니 그 상황이 어떠했을지 짐작하시리라 믿습니다.


브라질의 민중교육학지인 파울로 프레이는 ‘억눌린 자의 교육’이란 책에서 “교육은 체제  이거나 반체제적인 둘 중의 하나이지 결코 가치중립적이지 않다.”고 했습니다. 우리의 철학이나 삶 역시 마찬가지임은 두 말할 필요조차 없을 것입니다. 진보를 꿈꾸는 많은 사람들이 우리 사회의 ‘혈연ㆍ지연’을 비판하면서도 막상 자기 앞에 일이 벌어졌을 때 침묵을 지키거나 평소 술자리에 어울린 수와 비례한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수성은 일반성에서 벗어나지 않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히랍의 시인 네크라소프는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않는 자는 결코 사랑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진정 사랑하고 관심을 갖고 있다면 잘못에 대해 비판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번 일로 가해자를 미워하게 되지는 않을지 제 자신을 돌아봅니다. 제 수양이 부족한 탓에 문제 제기를 넘어 판단까지 하지는 않을지 걱정입니다. 저의 조그만 노력이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분들의 마음에 희망의 씨앗이 되었으면 합니다. 더디 가더라도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곳이 있다면 그 대열에 보다 많은 사람들이 보다 많은 민주주의를 누리는 일에 함께 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