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14일 아침,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 아파트 단지에 검사와 수사관들이 들이닥쳤다. 삼성 비리 의혹을 조사 중인 조준웅 삼성특검팀이 압수 수색에 나선 것이다. 수사관들로서는 삼성 임원들이 한곳에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는 것이 참 다행스러웠을 것이다. 압수 수색 덕분에 알려진 타워팰리스 입주 삼성 임원 명단을 보노라면 타워팰리스는 거의 ‘삼성그룹 관사’에 가깝다. 14일 압수 수색 대상이었던 이학수 전략기획실장, 김인주 전략기획실 사장, 최광해 전략기획실 부사장, 전용배 전략기획실 상무 등의 자택이 타워팰리스에 있다.
▲삼성 임원의 타워팰리스 입주 지도(위)는 삼성그룹 내부의 권력 지형도를 보여준다. 50층 이상에는 주로 전략기획실 임원이 포진했다.
1월18일 특검에 소환돼 조사를 받은 성영목 호텔신라 사장과 특검으로부터 소환요구를 받은 배호원 삼성증권 사장, 민경춘 삼성사회봉사단 상무도 모두 타워팰리스에 산다. 수사의 효율성을 위해서라면, 특검 사무실을 타워팰리스로 옮기는 편이 더 나을 것 같다. 압수 수색을 당한 것은 아니지만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같은 고위 임원도 이곳에 살고 있다. 그 밖에 이상훈 전략기획실 부사장, 장충기 전략기획실 기획홍보팀장, 이순동 전략기획실 사장 등 이루 셀 수 없는 삼성그룹 임원들이 타워팰리스 입주자 명단에 올라 있다. 우연의 일치인지 이들 삼성그룹 임원들 자택은 모두 남향이고, 타워팰리스 Ⅱ단지를 뺀 ⅠㆍⅢ단지에만 몰려 있다. 삼성 임원의 타워팰리스 입주 지도를 보면 삼성 그룹의 권력 지형도를 알 수 있다. 고층에 사는 사람일수록, 넓은 집에 사는 사람일수록 이건희 회장과 접근성이 강한 임원인 경향이 있다.
▲ 삼성재벌 비리에 연루된 이들이야 말로 ‘공공의 적’이라고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계열사 임원들은 대체로 50층 이하에 사는데 회사의 비중이 클수록 층수가 높다. 계열사 사장단보다 더 높은 사람들은 전략기획실 임원들이다. 전략기획실 임원들은 50~60층 고층 세대에 거주한다. 아파트 두 채를 가지고 벽을 터서 하나로 쓰는 경우도 많다. 이건희 회장의 최측근을 알려면 펜트하우스(가장 꼭대기 층)에 누가 사는지를 보면 된다. 가장 최근에 지어진 G동 펜트하우스는 이학수 실장이 두 집을 터서 산다. A동 펜트하우스 두 채는 김인주 전략기획실 사장이 쓴다. 전체 그림을 보면 가운데 B동 60층대를 중심으로 ‘좌학수 우인주’ 하는 형세다. 화룡정점에 해당하는 B동 펜트하우스 4채 중 2채는 박명경 비서실 상무가 쓰고 있으며, 나머지 2채는 박 상무의 직속 상사인 김준 비서실장 명의로 되어 있다. (시사 IN/신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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