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 민중

삼성의 광고, 태안의 광고

녹색세상 2008. 1. 24. 13:34
 

  삼성중공업이 광고를 실었다. 오늘자 조간 대부분에 광고를 실었다. ‘대부분’이다. ‘일부분’인 한겨레신문에는 싣지 않았다. 매우 공손하다.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라고 했다. ‘국민 여러분’과 ‘지역 주민들’께 사과드린다고 했다. 다짐도 했다. “주민 여러분의 생활 터전이 조속히 회복되고 서해 연안의 생태계가 복원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말은 공손한데 그 말에 담은 메시지는 단호하다. 단호하다 못해 야멸차기까지 하다. 이런 구절이 있다. “갑작스런 기상 악화로…충돌하여…원유가 유출되면서…오염되었습니다.” 아주 선연하다. 인과관계를 분명히 적시해 놓고 있다. 충돌→유출→오염은 시간 순으로 발생한 현상이다. 결과인 셈이다. 그럼 원인은 뭘까? ‘갑작스런 기상 악화’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갑작스런 기상 악화’로 선박 충돌이 빚어졌다는 얘기다.


  인과관계를 이렇게 딱 잘라 규정한 근거는 검찰 수사결과다. 대전지검 서산지청이 어제 발표한 수사결과엔 ‘쌍방과실’만 들어있지 ‘중과실’ 주체는 규명돼 있지 않다. 세간에서 제기되는 삼성중공업의 ‘무리한 운항지시’는 없다. 아예 수사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러니 다짐 또한 단호할 수밖에 없다. 삼성중공업이 최선을 다하겠노라고 다짐한 건 “생활 터전이 조속히 회복되고…생태계가 복원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생태계가 복원돼야 생활터전이 회복될 터이니 기실 하나다. 생태계 복원에만 신경 쓰겠다는 것이다. ‘생활터전 회복’은 둘째 치고 당장의 문제인 ‘생활 구호’는 우리가 상관할 바 아니라는 얘기다. ‘대부분’의 조간이 삼성중공업의 5단 통 광고를 게재하고 있을 때 한겨레신문에는 태안군청의 전면광고를 실었다. “고단할수록 하나 되는 우리” “어려울수록 함께하는 사람들”이 태안에 힘을 보내야 “희망의 바다”가 된다는 내용이다.


  가슴이 더부룩해진다. 도대체 언제까지 “우리”가 돼야 하는 걸까? 왜 ‘우리’ 사회는 ‘너’를 콕 찍어내지 못하는 걸까? 그래도 좋다. 일단 소나기는 피하고, 목숨은 살려놓고 보는 법이니까…. 그런데 이마저도 아니다. 태안군청은 소나기가 계속 퍼붓고 있다는데, “이제 시작”이라고 하는데 삼성중공업은 아니라고 한다. 태안군청은 전면광고를 통해 ‘자원봉사’를 호소하는데 삼성중공업은 버젓이 선언한다. “이제 긴급 방제가 마무리 되는 상황”이라고 한다. 간극이 너무 크다. 상황 진단의 차이가 너무 크고 다가서는 태도가 너무 판이하다. (다음/김종배 블로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