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의사도 일등만 좋아하는 나라

녹색세상 2008. 1. 15. 17:29
 

  오늘따라 긴급한 전화를 몇 번 받았는데 온 통 ‘병원에 줄 좀 대라’는 얘기뿐이다. 이거 무슨 브로커도 아니고 뒤로 손을 쓰는 청탁을 받으면 정말 난감하다. 일을 보고 있는데 한 동네에 살고 있는 친구로부터 사시 수술로 ‘한강 이남에서 최고’라는 영남대병원 모 교수한테 ‘새치기 좀 하자’는 전화가 왔다. 거절할 줄 뻔히 알면서도 전화를 한 것은 고등학교 입학하는 아들 수술때문이었다. 긴급한 게 아닌 것 같아 ‘굳이 그 의사한테 수술 받아야 한다면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했더니 ‘너무 오래 걸린다.’며 굳이 새치기를 할 수 없느냐고 한다.


  “꼭 1등한테 받아야 하느냐? 2~3등한데 받아도 별 탈 없다”고 했더니 친구의 아내가 꼭 그 교수라야 한다며 고집을 부린다고 한다. 자식 문제에다 아내까지 그러니 친구로서는 죽을 맛인 모양이다. 자식이 한둘이다 보니 목숨 거는 부모들이 늘어만 간다. ‘몸이 천 냥이면 눈이 구 백냥’이라 할 정도로 중요하다. 고등학교 때부터 안경을 끼고 눈 때문에 지금도 고생을 하고 있기에 심정을 이해는 하지만 꼭 유명 의사한테, 그것도 몇 개월씩 기다려 가며 수술을 받아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1등 아니면 3~4등도 있는 게 사람  는 세상이고, 그런 의사들도 수술 괜찮게 하는데도 굳이 일등이 아니면 안 된다고 한다. 그런 소문에 상당 부분 거품이 있음에도 아랑곳 하지 않는다. 안과하는 학교 동기도 있고 하니 굳이 ‘유명 의사에게 갈 필요 없다면 다른 곳을 찾아보자’며 일단 달랬다.


  어떻게 된 놈의 세상이 허구헌날 1등만 찾는지, 왜 나머지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으려 하는지 모르겠다. 꼴찌도 나름대로 하다 안 되어 그렇게 된 것인데 아예 상대도 하지 않는 너무 천박한 세상이다. 무엇보다 유명 의사만 찾는 풍토는 쓸데없이 의사들의 간만 키우는 잘못된 것임을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3차 진료 기관의 비싼 진료비에 특진비까지 보태 치료 받으면서도 주눅 들어 할 말도 못하는 사람들. 의사에게 ‘아저씨’라 부르면 이상해 하는 세상이 너무 웃긴다. 일들만 찾지 말고 3~4등도 잘하니 찾아가자. 꼴찌에게도 갈채를 보내면 더 좋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