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육십 중반 넘어 하고 싶은 것

녹색세상 2008. 1. 12. 02:45
  

  육십 중반이 넘으면 하고 있던 것을 접고 노인복지관 상담실장을 하려 한다. 그와 함께 청년시절 약속을 하고는 실천에 옮기지 못한 일을 해 보고 싶다. 여러가지 사정으로 인해 부모와 떨어져 있어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한 아이들과 대안가정을 이루어 사랑을 나누었으면 하는 꿈이다. 청년시절 함께 한 동지이기도 한 여성과 '아이 하나만 낳고 입양 하자'며 약속을 한 적이 있다. 우리 나라가 고아 수출국이란 사실을 안 고등학교 시절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모른다. 거창한 일 한답시고 정말 사랑을 몸으로 나누는 일에 소홀하지 않고 살기 위해 마음을 다 잡아 먹고 한 약속이다.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이 늘 마음에 걸린다. 자식 대신 손자ㆍ손녀들과 어울리는 것고 괜찮을 것 같다. 세상풍파 다 겪은 노인네들이 어린 생명들과 나누는 사랑이야 말로 진하게 우러나온 친국일테니까. 그 아이들을 입양할 가정이 생기면 연결해 새로운 부모 밑에서 사랑받고 자라게 하고 싶다. 이런 말 하면 '또 다른 짓한다'며 친구들로 부터 구박을 받겠지만 왜 그런지 모르겠으나 자라나는 생명들을 보면 기운이 솟구치고 생동감이 넘친다.


  세상으로 부터 버림 받아 어둡던 얼굴이 사랑을 나누면서 밝아지고, 동네 어귀에서 '할아버지, 할머니' 하며 달려 오는 모습을 상상하면 즐겁기만 하다. 미군들의 범죄에 치를 떨며 지금도 투쟁하는 노신사 문정현 신부님도 주말이면 돌보는 장애아들을 보너 집으로 가셨다. 헌신적으로 돌보는 수녀님들이 있기도 하겠만 장애가 있다고 버려진 어린 생명들을 손자 돌보듯 하셨다. 주중에는 투사인 어른이 주말이면 손자 재롱보는 할아버지가 되고, 일요일이면 미사를 집전하는 무게 있는 신부로 변하는 그 모습이 너무 감동적이었다.


  대안가정을 하면 쥐꼬리만 하긴 하지만 정부지원금도 있고 집 전세금 대출도 가능하고, 보수적이지만 사랑이 있는 신앙을 가진 분들이 없지 않으니 해 볼만 하다는 생각이다. 아이들 학교 보내고 나면 노인복지관 가서 상담이랍시고 막걸리잔 나누면서 며느리 험담에 딸년 욕에 맞장구 치다가 오후에는 아이들을 품에 안으러 집으로 가는 꿈을 꾸곤 한다. 교수 정년인 65세까지만 밥벌이나 주어진 일 하고 미련없이 퇴장한다면 그 아름다운 모습에 후진들이 박수를 보낼 것 같다. 은퇴가 아니라 새로운 일을 찾아 깨끗하게 움직여야 후배들이 할 일도 생길테고.


  손자ㆍ손녀들과 시위현장에도 같아 나가고, 산으로 들로 소풍도 간다면 그 보다 더 부러운 노후는 없을 것 같다. 사랑은 함께할 때 더 하는 게 아니라 곱하는 것이라고 했으니 사랑이 넘쳐나는 곳에서 사는 것이 된다. 그렇게 살다가 속병 없이 건강한 몸을 어느 날 잠자리에서 안 일어나는 꿈을 이루기 위해 오늘도 기도한다.


  늦게 배운 도둑질이라면 남들보다 몇 배는 더 치열하게 한반도를 상대로 목회하다 가신 늦봄 어른 처럼 몇 시간 사이에 유언도 없이 조용히 가고 싶다. 너무나 맑은 어른이라 하느님이 바로 데려가신 것처럼 허물투성이인 이 인간도 그렇게 해 주시라는 기도를 한다. 그러려면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몸을 움직이고 건강관리 부터 해야겠다. 늙어서 고생 안 하려면 건강 조심 해야 하지만 '그 조심이 늙어서 조심이 아니라 젊어서 부터 조심'이라는 은사님의 말씀을 떠 올려본다, 노년의 꿈을 위해 건강하자. 아자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