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이곡동에 사는 친구를 오랜만에 만났다. 먹고 살기 바쁘고 대통령선거가 있어 ‘한철장사’ 때문에 정신없다는 핑계로 모임에도 거의 안 나갔더니 저녁이나 먹자며 연락이 왔다. 괜찮은 사업을 하면서도 겉치장을 별로 하지 않는 좋은 친구다. 무엇보다 ‘집에 대해 투자 운운 하는 것은 사기’라며 ‘한 채 넘는 것은 중과세해야 한다’는 반듯한 생각을 가지고 있어 좋아한다. 민주노동당을 지지함은 물론이요, 모임에서도 내가 궁지에 몰리면 ‘희용이 말이 맞다’며 거들어 주곤 한다.
만나자 첫 말이 ‘주사파와 안 헤어지면 민주노동당은 망한다’며 결별을 하거나 강령을 거의 왼쪽으로 바꾸어 ‘허튼 짓 못하게 제도적으로 막아야 한다’며 걱정을 한다. 그 동안 친구들을 만나도 당내 얘기나 진보 진영에 대한 말은 꺼내지 않았으나 친구가 먼저 하기에 속내를 드러내지 않을 수 없었다. 당권 장악을 위한 추태와 실컷 차려 놓으면 꿀꺽하는 치사한 짓거리를 친구도 조금은 알고 있었다. 주사파의 전형적인 수법에 ‘놀아난 결과’라며 5년 전 보다 못한 결과에 대해 반성하지 않으면 영원한 소수로 전락할지 모른다며 주의를 준다.
인터넷으로 모든 게 드러나는 세상이라 비밀이 없건만 책 몇 권 읽은 것으로 잔머리 굴려 남들을 속이려 하니 그게 통할 리가 없다. 저런 우호적인 사람들에게 마저 ‘정신 차리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니 더 많이 깨지지 않으면 안 된다. ‘어쩌다 주사파와 같이 하게 되었느냐’며 걱정을 뭣 같이 한다. 남들은 줄 대어 한 자리 하러 가곤 했는데 진보정당 깃발 붙들고 있는 게 안 서러웠던지 많은 위로를 해 준다. 버티는 진정성을 친구가 알아주니 고맙다.
한 동네 사니 퇴근길에라도 얼굴 보면 되는데 음식 맛에 민감해 평소 내가 잘 안 먹는 곳으로 가곤 해 연락을 못 한다. 아무거나 대충 때우는 나로서는 친구의 입에 맞추기도 어렵고. 자기 형편이 낫다고 밥을 사긴 하지만 어려운 게 사실이다. 예전 같으면 절반이라도 맞추련만 요즘 주머니 사정으로는 어림도 없다. 사정을 알고 배려해 주는 마음이야 고맙기 그지없다. 가까운 곳에 나를 걱정해 주는 벗이 있어 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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