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이천화재 희생자 조문, 현장 방문
민주노동당은 10일 오전, 이천화재 희생자 합동분양소가 차려진 이천시민회관을 찾아 조문을 하고, 호법면 유산리 코리아 냉동물류창고를 찾아 화재참사 현장을 방문했다. 천영세 당대표 직무대행, 최순영 원내부대표, 이해삼 비정규철폐운동본부장, 김용한 경기도당 위원장, 김선정 이천시위원장은 합동분향소에 향을 피우고 국화를 헌화하며, 희생자의 명복을 빌었다. 이어 이천시사고수습대책본부가 꾸려진 이천시청과 호법면 유산리 화재 현장의 긴급구조통제단 현장지휘소를 방문해 인명피해현황, 사고원인, 수습대책, 유가족과 부상자 보상에 대한 상황을 전해 들었다.
△천영세 직무대행 일행이 유독가스 배출을 위해 뚫어놓은 구멍을 통해 화재현장을 내려다보고 있다. (진보정치 정택용 기자)
지난 7일 일어난 화재는 코리아 냉동물류창고 시설공사 중 내부에 체류한 가연성 증기가 미상의 점화원인에 의해 폭발했다고 한다. 당시 지하에서 우레탄발포작업과 용접작업을 동시에 벌였다고 한다. 현재 진행되는 감식반의 정밀한 조사를 해야 정확한 사고원인이 밝혀진다고 한다. 이날 화재참사로 인해 현장노동자 57명 가운데 40명의 희생자가 발생했으며, 유해는 이천의료원을 비롯한 인근지역 병원 8곳에 안치돼 있다. 또 10명의 부상자 가운데 중상을 입은 7명은 입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경상을 입은 3명은 퇴원한 상태이다.
이천시 방문, “유가족 입장 배려, 빨리 수습해 달라”
이천시사고수습대책본부는 이천시, 이천시의회, 이천소방서, 이천경찰서가 합동으로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천 직무대행은 “조문 온 사람들이 여러분의 근무에 방해가 되면 안된다. 형식적인 상황보고는 하지 않아도 된다”며 “관련 기관, 담당공무원이 유가족들 입장에서 공정하게 최대한 빨리 수습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천 직무대행은 “이천화재는 산재사고이다. 현장 안전수칙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았다. 당연 노동청에서 대책반에 참여해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해삼 비정규철폐운동본부장은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했으나 유가족들에게 노무사를 선임해서 산재처리하라고 했다”고 지적했으며, 김용한 경기도당 위원장은 “누가 노무사를 선임하는지에 따라 소견서 내용이 달라진다. 유가족들이 원하는 노무사를 선임하고 대책반이 비용을 부담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화재현장 방문, “분명한 인재, 근본대책 마련해야”
△최순영 의원, 김용한 경기도당 위원장, 천영세 직무대행,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이 깜깜한 화재현장에서 소방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이천시 호법면 유산리의 코리아 냉동물류창고는 7일의 폭염이 가시지 않은 채 흉물스런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지하 과일저장창고로 신축되던 이 곳에선 가스배출을 위해 커다란 구멍을 뚫어놓았다. 아직 그 구멍으로 건축자재의 탄 내음이 메케하게 올라왔다. 안상철 이천시소방서장을 비롯한 소방관계자의 안내로 사고 현장을 둘러봤다. 이 냉동창고는 크기가 축구장 2배 정도인 2만8천480㎡이나 출구가 하나 밖에 없고, 냉동실이 나눠 있어 사고 피해를 키웠고, 발굴 작업이 지연되고 있다. 화재 현장 방문에는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과 남궁현 건설산업연맹 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함께 했다.
이천화재 참사는 건설현장에서 안전보건규칙을 지키지 않는 것과 불법다단계 하도급의 재하청구조, 노동부의 관리감독 소홀이라는 지적이다. 천 직무대행은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본 뒤 “분명한 인재”라고 못박고, 건설현장의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우선 천 직무대행은 “98년 부산냉동창고 사고 이후 10년 만에 똑같은 대참사가 일어났다.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 노동자 인권을 책임지려는 민주노동당 대표 직무대행으로 뭘 했나 입이 안 떨어진다”며 희생자의 명복과 부상자의 쾌유를 빌고, 유가족에게 위로의 말을 전했다.
이어 “사고원인은 자본의 이익만을 중시하고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중시하지 않는 문제이고, 또 하나는 하청의 재하청, 재하청으로 막바지에 일하는 노동자를 쥐어짜서 건설공기를 줄이려는 건설업의 구조적 문제이다”며 근본문제 해결에 최선을 다할 것을 밝혔다. 또 천 직무대행은 “국회 차원에서 산업자원위, 건설교통위, 환경노동위를 비롯한 유관 상임위를 1월 중에 소집요청해서 원인을 엄중하게 규명하고, 희상자 보상 대책, 사후방지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건설현장 사망재해 근절 방안 마련 촉구
화재참사 현장을 둘러본 뒤 민주노총은 기자회견을 열고, 재발방지 대책마련과 유가족, 부상자에 대한 보상을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건설현장의 산재근절을 위한 대책으로 △ 노조의 명예산업안전감독관 현장 출입권 부여 △건설노동자 전자카드제 전면확대 △사망산재사고의 실질책임자인 사업주의 형사처벌강화와 산업안제규제 강화 △노동부의 ‘자율안전인증제도’ 즉각 폐기 △ 건설노동자 산재보험적용 요율 실질임금 반영 등을 요구했다.
이석행 위원장은 “건설노동자의 명예감독관 제도가 산재를 예방해 왔으나 자본의 이익을 위해 노동조합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이 현장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하고 있다”며 지적한 뒤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어떻게 일하든, 어떻게 죽어가든 몸값 얘기하는 이 무감각한 세상을 좌시하지 않겠다. 노동자의 생명을 지켜내고,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고 불법 하도급을 뿌리 뽑는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남궁현 건설노동조합 위원장은 “지형지물을 모르는 새벽시장인부를 안전교육도 한 번 하지 않고, 저런 벙커에 몰아넣는 것은 자본의 살인행위”라며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남 위원장은 “자본가, 정부가 노동자 권익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 죽지 않고, 다치지 않고 현장에서 일할 권리를 지키기 위해 노조를 만들었는데 저들은 폭도라고 한다”며 “정말로 화가 치민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우리 건설 노동자들이 힘내고 용기내서 정권에 대항해 싸울 것이다. 그 것만이 우리 생명, 권익을 지켜내는 길이다. 외국인 노동자를 불법 노동자를 범죄자로 내몰려 노조 근처도 못 가고 있다. 우리가 힘을 키워 함께 싸울 수 밖에 없다”고 다부지게 결의를 밝혔다.
유가족, 미흡한 보상대책 분노…“우리 아들 생명이 6천만원이냐”
한편, 10일 오전 당 지도부의 조문에 앞서 열린 유가족 대책회의에선 사측과의 3차 협상 내용이 발표됐다. 사측은 장례비용과 부대비용을 포함한 위로 보상금으로 6000만원을 제시했다. 이를 전해 들은 유가족들은 “말이 되냐, 우리 아들 생명이 6000만원이냐”, “당신네는 6000만원치만 미안하냐”고 항변하며, 일제히 분노가 뒤섞인 울음을 토해냈다. 그러고도 분이 삭히지 않은 유가족들은 분향소 입구에 세워진 조화를 다 쓰러트리기도 했다. 이어 유가족들은 서울 역삼동 코리아냉동 본사를 찾아 항의집회를 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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