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분당을 거론하면서....

녹색세상 2008. 1. 7. 17:56

 

이 글의 제목 자체가 매우 부담스런 것이라 연말에 글을 써 놓고 얼마나 많이 수정을 했는지 모릅니다. 그렇다고 마냥 그만 둘 수는 없어 의사 개진을 하기 위해 올립니다. 저는 민주노동당의 어떤 정파의 구성원도 아닙니다. 굳이 따진다면 오직 ‘민주노동당파’일 뿐이죠. 우리가 발붙이고 살아가는 한반도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일을 중심으로 한 제국주의 침탈로 인해 발생한 분단이라는 민족모순을 무시할 수는 없으나, 어느 사회할 것 없이 자본주의 체제하에서는 계급 모순을 우선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개인적인 철학을 가지고 살아왔습니다.


남한자본주의도 발전을 하면서 일정부분 제국주의 속성을 드러내고 있기도 하고요. 그렇다고 한반도의 평화와 전쟁반대, 조국 통일을 반대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독일의 흡수 통일 내막을 조금이라도 아는 분들은 그 후유증이 얼마나 심각하고, 동독민들이 독일사회 이류민으로 전락해 어떤 고초를 겪고 있는지 잘 압니다. 우리와 달리 교류가 잦았고, 서독교회 통해 동독교회에 영수증 확인조차 하지 않는 엄청난 지원금을 쏟아 부어 가면서까지 준비를 했으나 ‘흡수통일’이란 핵폭탄의 후폭풍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입니다. 남한경제는 내부 문제마저 떠안기조차 힘들다는 게 10여년 전 외환위기를 맞으며 증명 되었습니다.

 

▲2008년 1월 1일 영등포 중앙당사에서 열린 단배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천영세 당대표 직무대행(사진:오마이뉴스)


민중이란 계급적 개념이 아닌 우리사회 약자들을 아우르는 표현은 민중사회학의 문을 연 한완상 박사가 처음 사용했습니다. 그만큼 우리 사회는 계급문제만으로는 풀기 힘든 특수한 상황이 있음은 세상을 보는 눈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죠. 대통령선거 기간 중 당내 기사를 보다 ‘통일지상주의를 버려야 하는데’라고 했더니 한 학생당원이 ‘그럼 통일하지 말자는 겁니까’라기에 ‘그게 아니라 독일의 사례에서 보듯이 통일만 얘기하는 게 위험한 생각’이라며 몇 마디 주고받았습니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반대할 진보진영의 활동가가 어디 있겠습니까?


건설노동자인 저는 개성공단이나 평양 가서 집 지어 보는 게 꿈일 정도로 통일을 생각하면 가슴 벅차 오릅니다. 다만 통일을 할 주객관적인 능력이 없으니 준비를 하고, 통일 후 벌어질 계급모순을 최소화  하기 위한 노력을 하자는 것이죠. 저는 학생운동을 하지 않아 제 연배의 활동가들처럼 어느 조직에 속해 학습을 한 적은 없으나 정녕 민족을 생각한다면 민족 속의 민중을 먼저 바라보지 않으면 안 된다고 봅니다. ‘민족모순과 계급모순’이 중첩된 한반도의 특수성을 아무리 감안해도 계급모순을 우선으로 보는 게 맞은 것 같습니다. 정치상황의 변화에 따라 ‘반전평화’와 민족문제를 전면에 내걸고 투쟁해야할 시기가 있다는 것 마저 부정할 정도로 경직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인천에서 몇 년 살다온 동지로 부터 들은 얘기입니다. 자민계열에서 ‘아파트부녀회 조직’과 같은 대중사업을 하면 아이들을 봐 주는 것은 물론이요, 초등학교 자녀들의 방과 후 공부까지 챙길 정도로 부지런하고 성실해 놀랐다고 합니다. 대중조직 장악력과 대중사업은 어려운 말 많이 하는 좌파 진영은 발 벗고 뛰어도 따라지 못할 것입니다. 그런데 입당하고 나서 놀란 것은 다수 정파에 의한 ‘독식’뿐이었습니다. 당직 선거 때가 되면 전국에서 당적을 옮겨 다니며 당직 쟁탈에 혈안이 된 모습을 보이 이게 과연 진보정당이 맞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지침을 내리면 떼거지로 몰려들어 먹어치우고는 다른 먹잇감을 찾아가는 하이에나와 전혀 다를 바 없었습니다. 얼마 전 동구위원회에서도 서울 모 지역으로 3명이 당적을 옮겼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이건 진보는 떠나 상식을 가진 사람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 아닌가요? 문성현 대표 당선 후 상호공존이 아닌 ‘승자독식’이라는 밀림의 법칙이 진보정당을 자처하는 민주노동당에 뿌리내렸고, 그 후 당 운영의 파행은 굳이 거론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쥐뿔도 없는 주제에 제 분수도 모르면서 누적적자 30억원이라는 선물을 안겨준 것이 단적인 증거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무총장이 30억 적자를 내 놓고 사퇴만 하면 문제 해결이 됩니까?


살림살이 엉망으로 해 놓고 물러만 가면 그 책임을 누가 지는 것인지 상식적인 선에서 문제를 바라봐야 할 것입니다. 할 능력이 없으면 애초 나서지 말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쪽수’로 밀어 붙인 결과가 가져다 준 폐단입니다. 대선 결과를 두고 ‘책임론과 분당불사론’이 곳곳에서 나오고 창당이후 최대 위기라고 합니다. 지금과 같은 틀을 두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본들 별다른 개혁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합니다. 당직공직 선거를 앞두고 또 동창회의 골목대장들 몇 명이 모여 쑥덕거려 지침을 내려 독식을 할 게 뻔하기 때문이죠.


재벌들이 혼자 먹을 줄 몰라 큰 공사에 뒤에서 서로 짜고 순서를 정합니까? 독식하다간 ‘상처뿐인 영광’ 밖에는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적절한 선에서 공존하는 방식을 택하는 그야말로 ‘전술적 제휴’를 하는 것이죠. 자민계열 동지들에게 묻고자 합니다. 여러분들의 철학의 정녕 우리사회는 계급모순보다 민족모순이 더 중요하다고 확신합니까? 그렇다면 실체를 명확히 드러내고 정파의 이름으로 솔직하게 의견 개진을 하고 결과에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구성원들의 의사를 묻는 최소한의 민주적인 절차마저 무시하고 힘 쌘 어깨들이 모여 지침을 내리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당직ㆍ공직이나 노리는 행태는 유권자들에 대한 기만이요, 해당행위라 비난 받아 마땅할 것입니다. 서로 철학의 차이가 있다면 존중해야죠. 그러나 지금처럼 당내 곳곳에서 일어나는 지저분하기 그지없는 짓은 그런 철학의 차이가 아닌 기본적인 품성의 문제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러한 우리 내부 문제를 민주노동당을 걱정하는 주위 사람들에게 뭐라 설명을 해야 할 지 정말 갑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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