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왜 복식부기를 강조하는가?

녹색세상 2008. 1. 8. 16:56
 

회계의 무명성은 복식 부기로부터 출발


  내가 알고 있는 복식부기의 유래는 ‘그냥 장부에다 수입과 지출을 마구 기록해 놓으니 세금을 매기는데 어려움이 많아 찾기 쉽게 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제가 알고 있는 게 틀렸다면 아시는 분의 지적을 기다린다.) 쉽게 말해 그냥 장부에다 돈 들어온 것과 나간 것을 그때그때 기록하는 것은 ‘단식부기’라 하고, 대차대조표를 작성해 양쪽에 수입과 지출을 구분해 작석하는 것을 복식부기로 부른다. 신문에 2월말 쯤 기업이 어떻게 장사를 했는지 공고를 낸 것을 더러 봤을 것이다. 바로 그게 복식부기입니다. 수입과 지출이 눈에 바로 들어와 자금의 흐름을 쉽게 파악할 수 있으니 세금 매기기는 당연히 쉽다.


  개인 살림이나 작은 사업을 할 경우 굳이 복식 부기를 할 필요 없이 그냥 금전출납부에 적어서 필요할 때 마다 확인만 하면 된다. 그렇지만 자금의 흐름을 파악하려면 일일이 다시 봐야 하는 단점이 있다. 사업의 규모가 어느 정도 되고 자금 흐름과 수입ㆍ지출을 한 눈에 보려면 복식부기를 하는 게 훨씬 좋다. 법인의 경우 세무 관련법에 의해 복식부기가 의무와 되어 있고, 올해부터 모든 공공기관은 복식부기를 하도록 관련법이 바뀌었다. 단체의 경우 법인과 같이 복식부기를 해야 하는 게 상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보정당이라 자처하는 민주노동당에서 단식부기를 계속해 온 것은 단체 살림살이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이 없었고. 공당으로서 회계에 대해 무지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단식 부기를 계속 하려는 저의는?


  공공기관에서 지금까지 단식부기를 해 온 것은 자금의 흐름을 쉽게 파악하지 못하도록 곳곳에 선심성 예산을 숨겨 놓기 위해서였다. 숨겨 놓은 선심성 예산이나 단체장의 판공비성경의 자금을 찾아내려면 몇 날을 뒤지고 앞뒤 넘기기를 반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달서구청 예산 분석을 해봤더니 억대의 예산을 몇 천만원으로 쪼개어 분산시켜 놓은 것을 몇 개씩 발견한 경험이 있다. 국민들의 피 땀인 혈세를 사용하면서도 그냥 쓰면 되는 ‘공돈’으로 착각해 온 아주 못된 버릇임에 분명하다. 판공비란 이름으로 사용하고 있는 공공기관의 법인카드도 그 내역을 일일이 검토하면 대부분 밥값과 술값이다. 자기 돈 아니니 그냥 카드로 죽 긁어대는 것이다.


  그럼 민주노동당은 그런 점에서 자유로운가? 처음 출발은 그랬을지 모르나 원내 진출 후 사무총장들이 살림살이한 것은 자금의 흐름을 흐리게 한 관료들의 질과 별 다를 바 없다고 본다. 최고위원회에 조차 회계보고를 제때 하지 않고, 예산과 다르게 그냥 쓰고 보자는 식의 마구잡이 지출은 ‘공돈’이나 ‘사조직의 활동자금’과 같이 여기는 처사라 비난 받기에 충분하다. 그렇다고 살림살이 얼마 안 되는 ‘시당과 빤한 지역위원회는 지금처럼 그냥 하면 되지 않느냐’고 할지 모르나 이는 ‘매우 위험천만한 발상’이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대구시당의 경우 지출의 대부분이 ‘경직성경비’인 인건비가 차지하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느냐’고 하는 당직자들도 있다. 새로 바꾸려니 머리고 아프고 귀찮으니까. 그런 생각은 ‘공금을 사용하는 사람으로서 기본적인 자세가 안 되어 있다’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고 본다. 지금부터 준비하고 연습을 해야 살림살이가 늘어났을 때 적응이 쉽지 작으니 대충하다 ‘크지면 하겠다’는 생각은 버리는 게 아니라 아예 머리에서 지워버려야 한다. 운영위원회나 대의원대회에서 예결산 관련 자료를 받고 그 자리에서 자금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는가? 회계전문가가 일일이 따져보지 않으면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복식부기로 하면 자금 흐름이 일목요연하게 눈에 들어오고 문제점을 바로 집어낼 수 있다. 회계책임자도 오히려 편하고 좋다. 무엇이든 처음하면 어색하고, 새 옷을 입으면 몸에 잘 안 맞은 것 같지만 몇 번만 하면 영 편리하고 낫다. 지역위원회 역시 마찬가지가. 우리가 언제까지나 지금과 같은 구멍가게 살림살이를 할 수는 없는 일이기에 더욱 그렇다. ‘진보’란 글자 그대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기에 남들보다 쳐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 첫 단추 잘못 끼워 ‘좋은 게 좋다’고 넘어가면 나중에 큰 고생하고 엄청난 대가를 지불한다. 어느 당원의 말처럼 ‘국회의원 예비후보자 수십 명이 되는 날’이 우리에게 정녕 꿈으로만 남을 일이 아니라는 희망을 갖고 살기에 더욱 그렇다.


글을 마무리 하면서


  회계의 투명성은 금전출납부의 명확한 기재에서 출발한다. 그 첫 단추가 복식부기다. 우리 민주노동당의 기간활동가들 대부분이 세상물정에 별로 때 묻지 않아 순수한 면이 있으나 뒤집어 보면 ‘물정 모른다’는 소리 듣기 딱 이다. 논리와 이론, 뛰어난 기획력과 남을 설득하는 연설은 잘 하지만 세상살이의 기본과는 거리가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본다. 언젠가 감사를 한 당원에게 ‘회계감사를 그렇게 밖에 안 하느냐’고 물었더니 ‘회계규정대로 하면 전부 다시 해야 한다’며 혀를 내 두르는 것을 봤다. 회계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 보면 허술하기 그지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공금을 사용하고 그 내용을 보고 받는다. 당원으로서, 당직자로서 대충하는 게 맞나, 아니면 명확하게 확인하고 짚어가는 게 맞는지 굳이 물어볼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거니와 투명회계의 시작은 복식부기에서 출발한다. 회계업무에 종사하거나 경험이 많은 당원으로부터 몇 시간 교육을 받으면 얼마든지 가능한 별로 복잡한 게 아니다. 자기 업무에 대해 모르면 배우는 게 당연하지 않는가? 복식부기 당장 해야 한다. 안 하면 대의원대회에서 감사보고 거부와 예결산 보고 거부 같은 불미스런 일이 발생할지 모른다. 조직을 위한 일이니 미루어서는 안 된다. 모든 지역위원회까지 복식부기로 당장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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