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잘못을 인정하기.....

녹색세상 2008. 1. 7. 14:25

  사람이 살다보면 온갖 일이 벌어지게 마련이다. 크고 작은 송사에 말리기도 하고, 원치 않는 사소한 분쟁에 휘말리기도 한다. 거기에다 자신의 이해관계까지 얽히면 꼬이고 머리 싸매는 건 당연지사다. 잘못을 했을 때 인정하는 것을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알고 살아왔는데 잘못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정은커녕 온갖 변명으로 때우려는 인간들을 더러 본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어디 있으며, 살다보면 더러 실수도 하는 게 인간사 아닌가.

 

 ▲아는 분의 블로그에서 퍼 온 그림인데 칠순이 넘은 분이 그린 것이라고 한다.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데 뭐라고 할 사람은 별로 없건만 그게 그리 쉽지 않은 모양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문제가 있는 것을 변명으로 일관하는 것을 보면 ‘저게 사람맞나’ 싶을 때도 있다. 자신이 붙들고 있는 게 무슨 큰 감투라도 되는 양 아락바락 거리는 몰골을 보고 있노라면 추하기 그지없어 되레 안쓰럽기만 하다. 살아오면서 나는 잘못을 잘 인정하고 있는지 새해 계획을 세우면서 되돌아본다. 실수연발에 덜렁거리긴 하지만 잘못을 했을 때 적어도 오리발을 내밀지는 않은 것 같다.


  결혼 후 화를 이기지 못해 고함을 지른 적이 있다. 크면서 큰소리라고는 거의 안 듣고 자란 탓인지 많이 놀랐을 것이다. 처음에는 조용하던 아이들 엄마가 “사람을 때려야만 폭력인줄 아느냐? 말로 하는 건 폭력 아니냐”며 “한번 해 보자”며 다툰 적이 있다. 순간 할 말을 잃어 버렸고, 그 후로는 고함을 지르지 않고 차분히 말을 했다. 지나고 보니 ‘언어  폭력’ 더 큰 상처를 주는데 몰랐으니 참 멍청했다. 첫 사고 후 퇴원 얼마 전 아이들과 놀러갔다가 병원으로 돌아갈 무렵 과음해 아이들 앞에서 손찌검을 하는 사고가 있었다. 너무 취해 정확한 기억은 안 나는데 폭력적인 행동을 한 것은 맞다.


  다음 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엄두가 나지 않아 재발을 막기 위해 어머니께 말씀드렸다. 너무 취해 잘못을 했다고 하니 ‘정신이 있느냐. 당장 아이들 외가에 가서 용서를 빌어라’는 불호령이 난생 처음 떨어졌다. 바로 아이들 외가가 있는 청송행 버스를 타고 가서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하겠다’며 사죄를 드렸다. 오는 길에 연락을 해 만나 용서를 빌고, 무엇보다 큰 상처를 받았을 아이한테 무릎을 꿇고 ‘다시는 그런 일 없을 테니 한 번만 용서해 달라’며 빌었다. 그냥 말로 대충할 줄 알았는데 진지하게 하니 아이의 얼굴이 확 달라졌고, 그 후 신뢰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용서할 마음이 있었는지 그 후 물어봐도 크게 마음에 담고 있지 않았다.


  그렇다, 진짜 용서를 비는데 용서 안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 같다. 물론 용서는 전적으로 피해자의 몫임에 분명하고. 가해자가 용서를 빌 수는 있어도 그것을 들먹이는 것은 남용이요 오만이다. 이건은 누구나 알고 있는 너무나 당연한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당연한 것을 지키지 않아 탈이 나는 것을 본다. 가해자일수록 ‘대수롭지 않은 일’로 취급하는 경우가 많다. 그야말로 오만의 극치를 이루는 짓임에 분명하다.


  잘못한 것이 분명한데 용서를 비는 게 그리도 어려운지 모르겠다. 용서를 비는 게 자신이 무너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바로 세우는 것임에도 그걸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이런 문제가 조직 사회에서 불거지고 되풀이 될 때 상처받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니 걱정이다. 어떤 이유로든 폭력을 휘둘러 남에게 상처 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