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이제야 말로 길게 내다보자.

녹색세상 2007. 12. 24. 20:02
 

  5년 전 조직도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던 시절보다 더 못한 선거결과에 모두들 놀라고 있다. 명색이 10만 당원을 자랑하는 진보정당이, 모든 선거운동원이 자발적으로 움직인 당원이라고 떠든 조직이, 당권자 7만명을 가진 빵빵한 조직이 4개월짜리 정당 문국현 후보 보다 못한 겨우 3.3% 득표를 했다. 투표율이 역대 대통령 선거 중 가장 저조한 탓이라고 핑계를 댈지 모른다. 선거를 하지 않은 유권자들의 발걸음을 투표장으로 향하도록 하지 못한 잘못부터 짚어야 한다. 결과에 따른 책임을 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정치를 하거나 사회지위를 갖고 활동을 하려면 자신이 하는 일이 사회 전체의 이익이 무엇인가를 먼저 알고, 그를 통해 노력한 결과에 따라 자신의 지위나 자리가 생긴다는 것을 알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된 심판인지 조직의 모든 결정을 동창회의 어깨 몇몇이 모여 쑥덕거려 정하고 바로 지침을 내린다. 지금이 무슨 80년대 군사독재정권 시절처럼 비합법운동을 하는 것도 아닌데 무슨 지침이란 말인가? 더 웃기는 것은 그런 지침이 지금까지 통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의견이나 정치적 견해는 없고 오직 ‘중앙이 결정하면 따른다’는 기계와 같은 무리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시민들에게 설명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선거포스터를 회의 결과와 다르게 인쇄해 공금 2천만원을 낭비한 김선동 사무총장. 권영길 후보를 만든 일등공신이자 선거참패에 결정적인 원인 제공자로 비판받고 있다.


  자신들이 노리는 미끼가 있으면 전국에서 당적을 옮겨 다니며 하이에나처럼 달려들어 떡고물을 챙긴다. 어떤 일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게 아니라 ‘자리부터 꿰 차고 보자’는 심보다. 분명히 실체가 존재하는 ‘자민계열’임에도 불구하고 ‘정파등록제’를 하자면 자기네는 ‘정파가 아니다’고 오리발을 내밀며 헛소리만 늘어놓는다. 가장 좋은 방법은 길게 내다보고 지금의 모든 것을 버릴 각오로 ‘불편한 동거를 청산하는 것’이라고 본다. 그렇지 않다면 엄중책임을 물어 특정정파가 당직ㆍ공직을 독식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재벌들이 머리가 나빠 입찰 경쟁을 하지 않고 적당히 타협을 하는 게 아니란 것은 세상물정을 조금이라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머리 터지게 경쟁해 상처뿐인 영광만 남느니 적당한 선에서 갈라먹는 게 자기들에게 좋기 때문이다. 힘들게 고생하다 졸지에 비례후보 8명이 당선되는 바람에 살림살이가 커져 그 단맛을 버리기 쉽지 않다. 그렇지만 그게 독이 될 수도 있음을 모르는 것 같다. 독을 입에 물고 생명을 억지로 연장하느냐, 아니면 비록 힘들지만 다시 들판에서 시작하느냐 선택의 기로에 달려있다. ‘민주노동당 너희들은 아니야’라는 게 증명되었다. 그런데 뭘 주저하는지 모르겠다.


  노동운동은 자기 조직이 있어 어떻게든 굴러간다. 비정규직 문제에 당의 사활을 걸고, 각 시군구까지 있는 지역위원회가 무엇을 할 것인지 찾지 않으면 죽는 길 말고는 없다.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마이크나 잡고 얼굴 드러내는 데 몰입하다간 쫄딱 망하고 만다. 지역조직을 주역주민들을 만나고 섬기는 일을 하도록 바꾸어야 한다. 아직도 우리 민주노동당을 필요로 하는 민중들이 너무 많다. 어차피 길게 내다봐야 하는 장기전 아닌가. 방과 후 공부방, 주민상담소나 주민도서관 같은 할 일은 얼마든지 있다. 우리의 노력이 저 밑에서부터 차곡차곡 쌓일 때 어느 날 ‘당신들이 해 보라’며 등 떠미는 날이 온다. 그 때 나서야 제대로 되지 어슬프게 나서다간 판판이 깨지고 만다. 잔머리 그만 굴리고 주민들을 만나 훗날을 대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