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민주노동당의 참패가 서글프다.

녹색세상 2007. 12. 22. 00:28
 

  망했다는 말 외에 달리 할 말이 없다. 이명박이 당선되어서 화가 나는 것도 있지만 진보정당을 자처하는 민주노동당이 조직조차 없었던 5년 전 보다 더 못하고, 4개월짜리 정당에게 지고 이인제에게 마저 졌으니 서글플 따름이다. 내년 총선까지 영향을 미칠 텐데 정말 걱정이다. 상황이 이럼에도 불구하고 내년 총선 비례후보 등록을 비롯한 당직ㆍ공직 후보 등록을 하자는 얼빠진 인간들이 있으니 기가 막힐 뿐이다.


  우리 자식들을 위해서라도 ‘미래를 위해 권영길에게 투자하라’고 수 없이 떠들었지만 ‘당선 가능성이 없다. 나이 많은 권영길의 미래를 뭘 본단 말이냐’는 차가운 반응만 돌아왔다. 차마 그 말은 못해 ‘알았다’고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겠지만. 결과에 대해 갑론을박을 하겠지만 무엇보다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결과와 과정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 조직은 희망이 없다. 선거 결과에 대한 냉철한 평가와 함께 책임져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인책사퇴를 할 때 조직의 활력은 살아난다.

 

 ▲저조한 투표율과 대중들의 냉엄한 평가를 반성의 기회로 삼지 않으면 자멸 말고는 없다.


  당선 가능성을 저울질 하며 내년 총선에 나설 궁리만 하던 사람들, 조직을 동원한 비례 후보에 목을 건 사람들, 민주노동당 말고는 달리 할 게 없어 붙들고 있는 소수령들은 뼈를 깎는 각오로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대중들이 그리 녹록치 않음을 다시 보여줬다. 지난 5년간 ‘너희들이 한 게 뭐냐’는 날카로운 질책 앞에 겸허히 고개 숙이지 않는다면 영원히 외면당할지 모른다.


  활동가들 나이가 들어가는 탓인지 몸으로 하는 궂은 일을 기피한다. 그렇다고 컴퓨터라도 잘 만져 인터넷을 종횡무진 하는 것도 아니면서. 보육과 교육문제는 분명 함께 해야 할 일이지만 여성들의 섬세함이 필요한 분야다. 지역 주민들과 만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이제 ‘저 낮은 곳을 향하여’ 내려가야 한다. 겨우 국회의원 10명으로 너무 교만을 떤 것은 아닌지 뒤를 돌아보자. 그 동안 소홀했던 지역민들과 함께 하는 일을 찾아야 한다. 예전처럼 후원금 몇 푼 모아 혼수감으로 장만해둔 세탁기ㆍ냉장고 동원해 가며 투신해 탁아소 하던 시절도 아니다.


  지금은 여건이 좋아져 정부지원금도 있고, 급식지원까지 할 수 있도록 법제화 되어 있으니 적절하게 활용만 하면 주민들과 만나기 훨씬 수월해졌다. 여성문제 상담과 같은 사업도 적절한 규모와 시설만 확보하면 얼마든지 가능하고, 틈을 내어 당 활동도 할 수 있으니 재정 문제와 인력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문제는 공중전에 익숙해 얼굴 드러내는데 젖어 있는 못된 습관 때문이 아닌지 내부를 향한 냉철한 비판의 잣대를 갖다 대지 않으면 안 된다.


  민주노동당활동가 치고 마이크 잡으면 한 연설 못하는 사람 한 둘이 아니다. 그것은 시민들도 인정한다. 다만 주민 속으로 내려 갈, ‘저 낮은 곳을 향하여’ 내려갈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걱정이다. 입만 살아 있어 대중조직화를 하지 못한 좌파들이 결단을 해야 한다. 구체적인 대중 사업이 있어야 사람이 모이고, 무엇보다 젊은이들이 함께 할 수 있다. 30대 중반 이전에 단절되다시피한 좌파 진영이 머리만 싸매지 말고 몸을 움직여야 한다. ‘저 낮은 곳을 향하여’ 가는 것이 ‘저 높은 곳’을 향하는 지름길임을 알아야 한다. 저 낮은 곳을 향해 내려가자. 그 곳에 우리들이 만나야 할 이웃이 있고, 민중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