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막판에 목을 사용 못하게 되었으니....

녹색세상 2007. 12. 18. 23:06
 

  일요일 저녁 잠자리에 들어 화요일 오전에야 눈을 떴으니 정말 늘어지게 잠을 잤다는 말로 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아직도 불면증이 남아 있어 조금이라도 약을 먹어야만 잠을 청할 수 있는데 이렇게 긴 잠을 자다니 실컷 자고도 믿기지 않는다. 월요일 새벽 문자가 들어온 소리에 언뜻 잠을 깼으나 확인만 하고 다시 꿈나라로 갔다. 화장실 가러 잠시 눈을 떠 보니 또 문자가 들어와 있고, ‘부재중 전화’가 많이 와 있었지만 축 늘어진 몸 때문에 엄두가 나지 않아 다시 잠을 청했다.


  토요일 오전 주치의사인 신태현 박사로부터 ‘형님 목을 사용하면 안 됩니다’는 주의를 듣고도 막판 몇일 장사인데’ 싶어 조심은 하면서도 몇 마디 했더니 바로 반응이 나타났다. 평소 어지간해서 주사를 잘 안 놓는 의사가 그날따라 ‘주사가 조금 도움이 될 거라’면서 맞으라고 권해 신 원장한테 정말 오랜만에 주사를 맞았다. 주사 잘 안 놓는 의사가 주사를 권할 때는 다 이유가 있건만.... 어지간해서 ‘목사용을 하면 안 된다’는 경고를 잘 안 하는 의사의 말을 안 들은 값을 톡톡히 치르고야 말았다.


  도무지 일어날 엄두가 나지 않고 영 몸이 말을 안 들어 죽을 맛이었다. 기침에 끓어대는 가래로 몇 번 깨 다시 잠자리에 들기를 얼마나 되풀이 했는지 기억도 안 난다. 목이 아프고 코가 막혀 마스크를 끼고 잠을 청했다는 것 말고는 기억나는 게 없다. 화요일 점심 가까이 되어 겨우 눈을 뜨긴 했으나 몸이 말을 안 들어 움직일 수가 없다. 이틀을 잠자리에서 뒹굴었더니 머리카락이 엉망진창이다. 그냥 나갔다가는 ‘귀신 들린 사람’ 취급을 받기 십상이라 할 수 없이 세수만 하고 옷을 챙겨 입었다. ‘감기 몸살이 심할 때는 목욕이 해롭다’는 말이 생각나 찝찝하긴 했지만 대신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막상 나서긴 했으니 몸이 영 말을 안 듣는다. 목을 사용할 수 없어 졸지에 ‘필담’을 하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병원에 가 보니 나와 기침을 하는 환자들이 많이 대기를 하고 있다. 원장실로 들어가 골아  어지고 말았다. 순서가 되었다는 소리에 잠을 깼다. ‘아이구 장사 막판인데 목이 이래서 어쩌냐’며 의사가 더 걱정이다. ‘성대가 아예 안 울리니 사용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다시 한 번 주의를 준다. 약도 다른 걸로 처방을 내 주겠다면서 ‘사나흘 푹 쉬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며 절대 안정을 처방으로 내 놓는다.


  차 한잔 마시니 잠이 쏟아져 한 숨 늘어지게 잤다. 무슨 잠이 이렇게 쏟아지는지 모르겠다. 아플 때는 ‘몸이 하자는 대로 하는 게 가장 좋다’는  말이 생각나 그냥 따라한다. 젊을 때는 아프면 더 잘 먹는 무식하게 대처를 했지만 이젠 입맛이 없으면 안 먹고, 잠이 오면 그냥 자는 몸이 시키는 대로 하는데 오히려 회복이 빠르고 좋은 것 같다. 3일 전부터 집중적으로 전화 돌리려고 미루어 놓았는데 전화를 할 수 없게 되었으니 정말 갑갑하다. ‘게으른 머슴이 일 미룬다’고 일을 미루었더니 엉뚱하게 감기 몸살에다 목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었으니 이 노릇을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다. 내일 개표 참관을 해야 하는데 그 때는 괜찮아야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