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혀 끝에 정이 간다고 했는데....

녹색세상 2007. 12. 11. 01:10
 

  지난 토요일 노총각 황병수가 장가가는 날이다. 대통령 선거 기간이라 중간에 잠시 빠져갔다 와야 할 판이라 여간 머리가 복잡했다. 늦게 하는 결혼이니 축하해 주고 같이 즐기다 와야 하는데 주말 선거 일정이 있어 적은 머리 수 채우고 사진도 찍어야 하니 바빴다. 동대구역에서 선대위원장인 심상정 의원 기자 간담회를 마치고 역 광장에서 중앙문선대가 신나게 한판 벌리고 고속터미널 쪽으로 장소를 옮겼다. 버스가 나오는 곳이라 길목이 별로 좋지 않았다. 소수당이다 보니 자리 잡는 것도 쉽지 않다. 신나게 춤을 추는 학생당원들의 수고가 이만저만이 아닐 텐데 웃는 얼굴로 즐겁게 몸짓을 하니 보는 사람들이 신이 난다.

 

 


  사람 좋은 이춘곤 당원에게 ‘오늘 황병수 결혼하는 거 아느냐’고 했더니 ‘처음 듣는데..... 같이 갑시다’고 한다. 내가 말을 꺼내자 마자 바로 몸이 움직이는 참 사람 좋은 친구다. 정말 된 사람이란 느낌이 시간이 흐를수록 드는 진국이다. 거기에다 옆에 있던 동구위원회 노진영 사무국장은 ‘선배, 대신 전해주고 축하한다는 말 전하라’는 말을 빠트리지 않는다. 그런데 옆에 있는 사람들 얼굴에 별로 변화가 없다. 사람을 모르는 것도 아닌데 축의금 전할 여건이 못 되면 돈 안 드는 말로라도 ‘축하한다고 전해주라’고 하면 될 텐데 나이 먹을 만큼 먹은 사람들이 왜 저럴까 의문이다. 돈 안 다는 혀 끝에 정이 간다고 했는데.....


  같은 지역위원회에 있는 천 없는 양반인 김기철ㆍ서승엽 동지와 같이 갔다. 사랑에는 국경도 없지만 나이도 없음에 분명하다. 늦게 하는 결혼임에도 싱글벙글 한다. 신랑ㆍ신부가 같이 입장하는 걸 보고 몸이 건지러워 가만있을 수 없어 “병수야 축하한다”며 소리 높여 고함을 질렀더니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입장하고 나니 찬송가 소리가 들리기에 얼른 식당으로 갔다. 소란스런 예식장에서 굳이 찬송가를 부르며 결혼식을 해야 하는지 늘 의문이다. 신자가 아닌 사람들의 눈높이에 맞춰 하면 더 좋을 텐데 왜 자기들만의 방식을 고집하는지 참 갑갑하다.


  식당으로 가니 낯익은 얼굴들이 보인다. 마흔이 넘어 결혼한다고 뒤풀이까지 같이 가기로 한 모양이다. ‘축하한다. 잘 살아라’고 고함까지 질렀으니 내 할 일은 끝난 것 같아 유세하는 곳으로 찾아갔다. 내가 깐깐한 탓인지 결혼식 간다고 해도 ‘축의금은 못 전하더라도 묵묵부답이던 사람들 이해가 안 된다’고 하니 ‘그러게 말이죠’라며 아쉬워한다. 자신이 한만큼 돌아오는 게 인지상정이건만 갈수록 삭막해 지는 것 같아 아쉽다. 남들도 아니고 ‘진보정당’의 활동가라 자처하는 사람들이 그러니 더 아쉽다. 인간미를 잃지 않고 살아가야 할 텐데 그럴 수 있을지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