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권영길 후보 부인의 대구 방문 일정이 새벽시장이 서는 달성공원 앞에서부터 시작되어 사진을 찍으러 나갔습니다. 새벽에 일어나는 직업이라 평소처럼 세수를 하고 집을 나섰습니다. 서문시장 사거리까지 이어진 지하상가는 적막감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예정시간 보다 일찍 나가보니 새벽 장사를 위해 이미 준비가 끝난 상태였습니다. 곳곳에 불을 피워 추위를 쫓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저렇게 부지런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살림살이는 빠듯하기만 하니 이 놈의 세상이 원망스럽기만 하죠.
▲남들은 자고 있는 새벽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행복한 세상이 얼른 왔으면 좋겠다.
조금 있으니 경찰 순찰차 두 대가 경광등을 돌리며 나타나 장사하는 분들은 ‘무슨 일이 있나’ 싶어 의아해 하는 표정이었습니다. 이회창과 이명박이 계란 얻어맞은 후 대선 후보에 대한 경호가 강화되어 난리법석입니다. 맞을 짓 한 놈들은 맞는 게 상식이건만 어떻게 된 세상인지 겨우 계란 맞았다고 야단이니 갑갑하죠. 중구와 서구의 경계지역이라 중부경찰서와 서부경찰서 양 쪽에서 경찰이 나와 더 요란해져 안면 있는 경찰에게 ‘시민들이 위화감 느끼니 표시 안 나도록 해 달라’는 부탁을 했습니다.
순간순간 장면을 잡아야 하는 사진 촬영의 특성 때문인지 여간 신경이 여간 쓰이는 게 아니었습니다. 사진기를 다시 잡은 지 몇 달 안 되었고, 길어봐야 2-3시간 정도 밖에 안 찍어 본 어슬픈 찍새가 찍으려니 더 힘이 들었는지 일정을 마치고 점심을 먹고 나니 피곤이 엄습해 왔습니다.
오전에 아는 사람에게 ‘이렇게 했으면 좋겠는데....’라며 권유형의 말을 건넸음에도 짜증을 내기에 ‘왜 저럴까’ 싶은 생각에 조금 언짢아졌습니다. 평소 단정적인 표현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데다 행여 마음 상할까 싶어 더 조심을 해서 말을 했는데 ‘안 한만 못한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내가 무슨 잘못한 게 있다고 그러느냐”고 확인을 하고 짚고 넘어갔을 텐데 나이가 먹어가는 탓인지 이젠 귀찮아 넘어가는 편입니다. 상대가 처한 여건이 어떤지도 모르기에 가능하면 이해하려고 노력도 하고요.
평소 경우 바른 사람이 왜 저럴까 싶은 생각이니 들었으나 사진 찍느라 정신이 없어 그냥 넘어갔습니다. 일정이 끝나고 점심을 먹고 나니 누적된 피로에다 온갖 상념이 하나 둘 튀어나오기 시작하는데 옆에서 누가 몇 마디 하니 나도 모르게 ‘그러면 잘 하는 사람이 하라’며 고함을 지르고 말았습니다. 한창 때 같았으면 사진기마저 손에 안겨 주고 말았을지도 모르지만 많이 누그러워진 게 이 모양이니 ‘나이 헛먹은 것 아닌가’ 싶은 후회도 들더군요. 짜증을 낸 사람도 아마 무슨 사정이 있었을 것이고, 내게 말을 한 사람도 편하니 그랬을 텐데 그 순간을 재치 있게 받아 넘기지 못한 인생을 다시 한 번 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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