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치

열린우리당을 찍었던 내가 민주노동당을 찍는 이유는?

녹색세상 2007. 12. 2. 20:08
 

“왜 권영길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가?”


“권영길이 안된다고예? 어메, 하기사 솔직히 내도 된다고는 말 못하겠네예. 하지만 이것만은 알아야지예. 이번에 권영길 후보가 얼마나 표를 받느냐에 따라 우리 노동자들이 얼마나 힘이 갖고 있는지를 보여준다는 사실 말이예. 안 그란교?”


 ▲울산중앙케이블방송 노동자들이 안정된 일자리를 요구하며 2차 범국민대회에 참석했다.

 

2차 범국민 대회에 참석한 노동자가 한 말이다. 지지율 5%에서 오락가락하는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 사실상 대통령이 되기 어렵지 않겠냐고 애둘러 묻는 기자에게 거리낌 없는 답변이 날라 왔다. 노동자의 도시 울산. 노동자들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이곳에서도 2차 범국민대회가 열렸다. 많은 노동자들이 참석했다. 보건의료노조부터 전교조, 화물연대, 건설노조, 금속노조 등 울산지역의 거대 노조에서부터 한창 농성을 진행 중인 개인 사업장 조합원들까지.


이들은 대부분 이번 대선에서 기호 3번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를 지지했다. ‘노동자를 대변하고 대표하는 인물’이기에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들이 처음부터 권영길 후보를 지지한 건 아니었다. 지난 2002년 대선 때는 다른 후보를 지지한 이들도 상당수 있었다.


왜 이번 대선에는 권영길 후보를 지지하는 것일까?


“노동자 의지, 투표로 보여줌으로서 민주노동당의 기반을 더욱 단단히 해야한”


‘외주화 반대’, ‘단체 협약 쟁취’, ‘고용안정 쟁취’라는 문구가 쓰인 조끼를 입은 20여명의 노동자들이 눈에 띄었다. 울산중앙케이블방송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이었다. 이들은 회사 경영사업부 전체를 외주 용역화 하려는 것 반대해 현재 농성 중이다. 회사에선 8월 21일 노동자들을 모아 놓고 “2~3년 후에는 경영이 어려울 거 같아서 미리 외주화 해야 할 거 같다”고 말했다. 외주화가 되면 현재 44명의 정규직 노동자들은 모두 비정규직이 된다.


이들은 이해할 수 없었다. 회사가 지금 힘든 것도 아니고 2~3년 뒤에 힘들기 때문에 외주화 하다니,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아웃소싱’를 통보한 당일 바로 노조를 결성했다. 열흘 전 회사 내에 ‘아웃소싱’ 소문이 돌기 시작한 즈음부터 민주노총과 논의를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결국 10월 2일부터 쟁의행위에 돌입했다. 부분파업을 시작한 것. 이후 16일부터는 총파업에 돌입했다. 회사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오히려 총파업이 진행된 날 바로 직장폐쇄 조치를 취했다. 로비 점거, 천막 농성... 안 해본 일이 없었다. 하지만 회사에선 묵묵부답뿐. 다행히 지난 주에 교섭을 진행했다. 12월에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자회사를 설립하겠다는 말만 들었다. 파업 중임에도 외주화를 진행하겠다는 이야기였다.


울산중앙케이블방송지부 신종학(40)조합원은 이러한 회사의 결정은 노동자들의 힘을 가볍게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렇기에 올해 대선에선 반드시 민주노동당이 높은 지지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미있는 점은 그도 옛날에는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는 2002년 대선 당시 열린우리당을 찍었다고 한다. 민주노동당에 대한 고민은 있었지만 그래도 현실적인 상황을 판단해서 열린우리당을 선택했다는 것.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민주노동당에게 한 표 행사할 계획이다.


“민주노동당에는 지지기반이 필요하다. 대선 때 우리, 즉 노동자들의 의지를 표현함으로서 민주노동당의 기반은 더욱 강해질 거라 생각한다. 노동자들의 의식 수준은 민주노동당의 득표율로 나타난다. 올해 대선에서는 민주노동당의 힘과 노동자들의 힘을 보여주는 대선이 될 것이다.”


노동자 중심으로 세상을 바꾸기 위해선 민주노동당이 보다 많은 득표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렇게 된다면 자신들이 처한 상황도 개선될 거라 생각했다. 

 

   ▲ 삼성 본관 앞에서 1인 시위 중인 삼성SDI 하이비츠 해고 조합원


친구와 가족들에게 기호 3번 찍으라고 유세하기도


“왜 지지하냐고요? 삼성 비리 조사 촉구하라는 당이 민주노동당 밖에 없잖아요.”


먼 길을 걸어 울산대공원까지 왔다. 울산 끝자락에 위치한 삼성SDI 공장에서 천막 농성을 진행 중인 삼성SDI 하이비츠 해고자 조합원들도 참석했다. 공장에서 이곳까지 오는 거리만도 3시간 가까이 걸린다. 삼성SDI 하이비츠 해고자 김명복(26)씨도 그 먼 거리를 달려왔다. 그도 올해 대선에서 민주노동당을 찍는다고 한다. 한나라당이나 대통합민주신당은 자신들을 이렇게 만든 비정규직법을 만든 당이기에 싫단다. 또한 삼성 문제라든지 비정규직법 문제에 대해 큰 소리로 외치고 있는 당은 민주노동당 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김씨는 “솔직히 민주노동당에 대해서는 우리가 삼성과 싸우기 전에는 잘 알지 못했다”며 “지금은 민주노동당이 노동자를 대변하는 당이라는 걸 잘 안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자신들을 위해 이번 대선에서 민주노동당을 선택하겠다고 했다. 실제 김 씨는 3월 31일자로 해고되기 전만 하더라도 총선이 뭔지, 민주노동당이 뭔지 알지도 못했다. 대선에 어떤 당이 나오는지 정도만 알았을 뿐이었다. 당에서 주장하고 있는 공약이 무엇인지는 알 길이 없었다.


삼성과 싸우면서 눈을 뜨게 되었다. 노동자를 대변하고 노동자에게 관심가지고 있는 당은 민주노동당 밖에 없었다는 것을. 그녀가 보기엔 다른 당은 자본가와 권력가들 입장만을 대변하는 것 같다고 한다. 현재 김 씨는 친구와 가족들에게 권 후보를 찍으라고 유세 아닌 유세를 시작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자신도 직접 닥치기 전에는 정치엔 관심도 없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민주노동당이라니... 그녀는 그냥 자신이 느끼는 민주노동당에 대해 설명한다고 한다. 왜 내가 민주노동당을 지지하고, 왜 권영길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사심 없이 생각한 대로 말한다. 그는 “부디 올해 대선에선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해줄 사람이 대통령이 되기”를 소원했다. 

 

   ▲ 이랜드 홈에버 울산점 조합원들


대선 때 노동자의 힘을 제대로 보여줘야 한다.


울산 홈에버에서 7년을 넘게 일해 온 김모 씨. 까르푸 초창기부터 일해 왔다. 열심히 일해 온 대가가 해고라는 사실을 견디기 힘들어 아직도 싸우고 있다. 29일에는 포항 홈에버 개장점을 타격, 매장 문을 닫게 만들었다. 김 씨는 먹고 사는 문제로 싸우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노동자의 자존심이 문제라는 것. 그에겐 대선도 싸움의 연장선이었다. 노동자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


“민주노동당은 알고 있었어요. 울산이란 곳이 노동자의 도시잖아요. 그렇지만 다른 사람을 찍었죠. 될 사람에게 표를 줬던 거죠. 사표가 되는 게 싫었어요. 지금은 달라요. 노동자들의 힘을 제대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권영길 후보가 얼마나 표를 받느냐에 따라 우리들이 얼마만큼의 힘을 가지고 있는지를 자본가들은 가늠할 거예요.”


그는 노동자들이 단결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단결만 하면 이랜드 싸움도 금방 끝날 텐데 단결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 이것은 대선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김 씨는 “전국의 노동자들이 모두 권영길 후보만 뽑는다면 현실은 요모양 요꼴이 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노동자들의 힘을 보여주기 위해 이제라도 권 후보를 찍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로의 상황이 대동소이 해서일까. 이들이 바라는 소망도 비슷했다. 일터로 돌아가고 싶다는 것. 온 몸을 바쳐 일한 회사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것은 어느 누구나 같은 마음이다. 하지만 현실 상황에선 어려웠다. 비정규직법, 파견근로자법 등 자본과 권력이 결탁해 만들어 놓은 수많은 법망들이 이들을 조이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은 이것을 일시에 해소할 수 있는 대통령을 원하고 있다.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해줄 대통령을 바라고 있다. (민중의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