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치

그래도 문국현 사장은 믿었는데....

녹색세상 2007. 11. 28. 14:51
 

6억대 자산가 비정규직 두 딸, ‘진짜’ 비정규직엔 상처


“그래도 문국현은 믿었는데··· 정말 믿을 사람 하나도 없구만.”


 ▲17대 대통령선거의 공식 선거일정이 시작된 27일 오후 서울 종로 보신각을 찾은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선후보가 거리유세를 벌인 뒤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선 후보 두 딸 재산에 관한 정보를 접한 많은 사람들이 놀라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능력 여부를 떠나 정치입문 4개월 된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 정당정치는 후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중고생들도 아는 상식이다. “문 후보는 그런 일 없을 거라 봤는데”라고 본 많은 유권자들의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할 말이 없다. 대선 선거운동이 시작된 첫날부터 문 후보에게는 최악의 일이 터졌다. 두 딸의 억대 재산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2006년 12월 기준으로 문 후보의 두 딸은 총 5억8000만원의 주식과 통장예금을 소유하고 있었다. 이런 사실은 대선후보 재산신고를 통해 드러났다. 문 후보의 장유식 대변인은 “문 후보의 수입을 관리하는 부인이 펀드매니저의 조언에 따라 포트폴리오(재산 분할관리) 차원에서 자신과 두 딸 명의로 각각 3분의 1씩 분산 관리했던 것으로, 일반적인 재산관리 형태일 뿐”이라며 “증여세 탈루나 금융실명제 위반, 금융소득종합과세 회피 등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선택할 수 있는 가난과, 피할 수 없는 가난은 다르다”


  문 후보의 두 딸은 기업 CEO 아버지를 둔 ‘신데렐라’가 아닌, 비정규직 노동자여서 많은 눈길을 끌었다. 문 후보도 평소 “내 딸도 월급 120만원 받는 비정규직 노동자”라며 본인의 비정규직 정책의 진정성을 주장했다. 물론 문 후보 쪽의 주장이 전혀 타당성이 없는 건 아니다. 말마따나 재테크 일환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을 긍정하기에는 뒷맛이 너무나 개운치 않다. 그동안 문 후보가 ‘비정규직 두 딸’을 자신의 선거운동에 알게 모르게 활용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의 두 딸은 비정규직 경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억대의 재산을 갖고 있는 비정규직을, 우리 사회 850만 명에 이르는 비정규직 노동자와 동일선 둘 수는 없다. 신념과 정치적 이유로 가난을 선택한 사람과, 피할 수 없는 가난을 짊어지고 살아가는 사람이 생각하는 ‘가난’의 의미가 다르듯 말이다. 문 후보는 이번 사건에 따른 비판이 억울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이 다른 후보에게 벌어졌다면 ‘뉴스’도 안됐을 수도 있다. 그러나 평소 도덕성과 깨끗한 이미지로 대중에게 어필했던 문 후보에게 이번 일은 결코 작은 일이 아니다. 게다가 증여세 탈루 의혹도 충분이 제기할 수 있는 사안이다.


  꼬투리를 잡은 정치권은 거세게 공격을 시작했다. 단일화 대상으로 적극적인 구애를 펼쳤던 대통합민주신당은 “문 후보 부부가 재산을 두 딸의 이름으로 위장 분산시켜 놓은 것”이라며 “타인의 이름으로 주식과 예금을 예치시켜 놓은 것은 금융실명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도 “137억원대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문 후보가 그동안 자신의 딸들이 한 달에 120만원도 못 받은 비정규직이라고 홍보한 것은 위선이었다”며 “문 후보는 결국 대통령이 되기 위해 자신의 딸들까지 거짓으로 이용하고 다닌 셈”이라고 비난했다.


문 선본 ‘또’ 두 딸 거론.... 아직 상황 파악 못하나


  그러나 문 후보 쪽은 이번 사건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듯했다. 문 후보 쪽의 한 핵심인사는 “문 후보의 깨끗한 이미지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지, 큰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래서였을까? 정범구 선대본부장은 27일 저녁 서울 종로 유세에서도 또 문 후보의 두 딸 이야기를 거론했다. 정 선대본부장은 “문 후보의 두 딸은 비정규직인데, 아버지가 그들의 삶에 개입하지 않았다”며 “문 후보는 자기 자식, 자기 식구만을 위해서 살지 않았다”고 외쳤다.


  게다가 문 후보 캠프는 이번 사건 해명 보도 자료를 내면서 석연치 않은 일을 서스름 없이 저질렀다. 문제가 된 두 딸의 재산을 “대선 출마선언 직전 문 후보에게 이전했다”고 쓰면서 그 시점을 2007년 9월로 적었다. 문 후보가 대선 출마를 선언한 건 2007년 8월이다. 문 후보 캠프는 뒤늦게 “대선 출마선언 직후”라고 수정했다. 문 후보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부정과 부패는 약자와 여성과 일자리의 적”이라고 비판한다. 이번 사건은 문 후보의 주장대로 부정과 부패는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정도를 외치는 문 후보 본인에게는 ‘반칙’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그리고 이 반칙에 가장 크게 상처받는 사람이 있다면, CEO 아버지도, 억대의 주식과 통장 잔액도 없는 850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