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경제

“삼성비자금 진실 규명하면 이건희 회장 구속될 것”

녹색세상 2007. 11. 13. 17:07
 

김용철 변호사는 심상정 의원과의 대담에서 “검찰이 대선 잔금을 수사하면 적극 협조하겠다. 국세청 로비 창구는 최도석 사장, 정치인 로비 창구는 장충기 부사장이었다”라고 새롭게 밝혔다.



삼성 비자금 폭로의 주인공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 잡는 해병’ 심상정 의원과 만났다. 형식은 대담이었지만 주로 심상정 의원이 묻고 김용철 변호사가 답하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한때 삼성의 대표 수비수였던 김 변호사는 대표 공격수였던 심 의원과 만나 ‘비리 왕국, 삼성 재벌 심판’에 금세 의기투합했다. 이번 대담에서 김 변호사는 2002년 대선 자금과 관련, 대선 잔금 처리 문제에 대해서 검찰이 조사하면 적극적으로 응하겠다고 답했다. 대선 잔금 문제 당사자인 이회창 전 총재로서는 치명적일 수도 있는 대목이다.


김 변호사는 장관급 각료 인선을 주무를 정도로 정부의 정책에 깊숙이 관여했던 삼성의 행태도 증언했다. 그리고 검찰 로비 창구였던 자신과 마찬가지로 국세청과 국회의원 로비 창구가 되었던 주인공도 밝혔다. 자신의 구속을 기정사실화한 김 변호사는 이번 사건의 진상이 규명되면 결국 이건희 회장도 구속되리라고 예상했다. 심 의원은 김 변호사의 ‘진실 규명 대장정’에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약속했다. 

 

▲ 심상정 의원(왼쪽)은 김용철 변호사(오른쪽)의 ‘진실 규명 대장정’에 끝까지 함께하기로 약속했다.


심상정(이하 심): 국회에서 4년 동안 일하며 삼성 문제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경제 파트를 맡고 재경위에서 활동하다 보니 경제 민주화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결국 삼성 문제가 그 복판에 있었다.


김용철(이하 김): 민주노동당 의원들 당선될 때가 기억난다. 삼성에서 걱정을 많이 했다. 이건희 회장이 불안해하고 우려를 금치 못했다. ‘해결하기 힘든 사람들 아니냐’라고 걱정엄청나게 했다.


심: 2004년도 국정감사에서 이건희 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했는데 이 회장이 밖에 나가 있어서 안 됐다. 2005년도에는 내부 논란이 많아서 국감 시작한 이후에 신청했는데 역시 안 나왔다. 2006년도에는 부결되어서 신청도 못했다. 그래서 한 번도 못 만났다.


김: 꼭 뵐 필요는 없다. 삼성 쪽에서 회유는 없었나?


심: 민주노동당은 잘못 접근하면 문제가 될까 봐 원거리에서 찔러보는 정도인 것 같다. 2004년도 이건희 회장을 증인 신청 했을 때 (삼성 쪽에서) 연락이 왔다. ‘보통 국감 때 회장 나오면 범인 취급한다. 하고 싶은 말씀 있으면 만나서 한번 해라’는 것이었다. 


김: 독대 기회를 준다면 영광스러운 것인데....


심: 이렇게 얘기했다. ‘삼성이 경제 권력의 중심부에 있는데, 국민적 의혹에 대해서 책임 있게 이야기하는 것이 맞다. 사적으로 이야기할 것은 없다.’ 최근 김 변호사의 폭로와 관련해서 금융정보원(FIU)에 정보 공개를 의결 안건으로 올렸는데, 동료 의원 중에서는 노골적으로 ‘삼성 돈을 너무 많이 먹어서 사인 못 해주겠다’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김: 그런 사람들 있으면 공개해라. 다시 명단 뽑아야 한다.


심: 그동안 (삼성과 관련해) 국감에서 많은 문제를 제기했는데, 이번에는 김 변호사의 의지가 확고하고 사제단(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도 의지를 가지고 있어서 삼성 재벌 구조 해체와 관련해 성과를 남기고 싶다.


김: 안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으면 이토록 좌절감을 느끼거나 지금처럼 곤혹스러운 상황으로 안 갔을 것이다. 사실 지배 체제에 관한 문제는 한마디도 안 하고 싶었다. 한겨레 입사의 변을 쓸 때 한 줄 썼다. 일반 사람들은 잘 알아보지도 못 했을 텐데 그쪽 사람들은 예민하게 받아들였다. 자본주의와 회사법의 원리와 상관없이, 지분과 투자자 문제와 상관없이, 아주 묘한 이상한 지배 체제를 만들어서 그것을 영속적으로 가져가기 위해 관련된 모든 국가기관을 마비시키는 것이 바로 문제다.


심:삼성 문제는 국가 시스템 문제와도 결부되어 있다. 특히 ‘모피아’라 불리는 재경부 같은 ‘관벌’ 해체와 맞물려 있는 것 같다. 


김: 새로 정부가 들어서면 부서마다 삼성에 정책 도움을 요청한다. 장관급 각료 인선할 때도 추천받고 그랬다. 참여정부도 각료 인사를 삼성 구조본 팀장회의에서 논의했다. 좀 우스운 이야기다. 참여 민주주의라 그런가?


심: 재경부 고위 관료들이 삼성에서 제공하는 카드를 쓴다는 소문이 있던데, 사실인가?


김: 그것과 관련해 내가 확인한 바는 없다. 그러나 굉장히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은 안다. 삼성을 규제하는 법, 삼성을 위해하는 법…. 삼성 때문에 생긴 규정이 많다. 특히 대통령령의 경우 재경부 관료들이 만들기 때문에 신경을 많이 썼다.


심: 관료들은 어떻게 관리하는가?


김: 이학수 부회장이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제일모직 경리과장 시절이니까 구미에서 일할 때인데 세무서 직원 집에 가서 화분도 갈아주고 청소도 해주고 그랬다고. 그럴 정도로 국세청에 공을 들인다. 주사급 직원에게 임원이 룸살롱 접대하는 것은 기본이다. 


심: 국세청이 세긴 세다. 국감을 다녀 봐도 다른 부처와는 의전이 확연히 다르다. 


김: 국세청은 단위가 다르다. X파일 사건 때 아는 국세청 선배가 그러더라. ‘동그라미 하나 빠진 것 아냐? 검사가 500만원, 2000만원밖에 안 받아?’라고. 그분은 삼성에서 받은 돈으로 일 년 용돈 한다고 했다. 삼성전자 최도석 사장, 최도환 부사장, 이선종 전무가 국세청 로비의 핵심 라인이었다(삼성 측은 로비가 필요 없고 로비를 한 적이 없다고 이를 부정했다).


심: 삼성에 그대로 있었으면 이런 문제가 없었을 텐데. 


김: 눈 떠서 보내는 대부분의 시간이, 깨어서 의식 있는 시간이 직장에 있는 시간인데 그런 사람들하고 같이 지내기 힘들다. ‘이건 범죄다’라고 말해도 저지르는 사람들이다. 그럴 거면 왜 물어보는지. 그룹 이미지 홍보를 위해서 그렇게 돈을 많이 쓰면서 그런 일을 또 다 한다. 그 욕심이 누구 욕심이었을까? 이학수 부회장, 김인주 사장과 대질할 텐데 어색하고 힘든 만남이 될 것 같다. 내 인생에 마지막 남은, 내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결단했다. 향후 상당 기간 나 같은 정말 미친놈이 안 나오면 더 왜곡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심: 이번에 어려운 결단을 했으니 이번 계기를 통해 삼성의 여러 문제를 사회적으로 공론화해야 한다. 


김: 나는 개인적으로 공론화에 성공했다고 본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 정도까지다. 나머지는 내 몫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각 기능, 언론과 정치권 등이 제대로 작용하면 된다. 


심: 이 상황을 계속 끌고 가려면 삼성과 관련한 중요한 포인트를 더 던져야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김: 삼성이 돈을 얼마나 만들었고 어떻게 만들었는지 조성 내역을 파악하고, 그러고 나서 사용 내역을 밝혀내면 끝 아닌가? 사용 내역이 너무 많이 나오면 특정 기관이 문 닫아야 할 정도가 될지도 모르지만, 그러면 또 적절한 타협 지점을 찾을 수 있지 않겠나?


심: 곧 검찰이 재수사해야 하는데, 이건희 회장 구속 등 이후 처리에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뺄 수 없는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물적 증거는?


김: 물적 증거? 내가 바로 증거다. 수사 주체의 의지가 더 중요하다.


심: 특별한 계획이 있나?


김: 말해줄 수 없다. 다 보여주면 안 되니까. 어쨌든 이번에는 끝까지 가야 하지 않겠나. 좋은 기회인데.


심: 국민은 삼성 신화에 대해 국민의 성공이라며 착시현상을 일으키는 것 같다.


김: 하나 지적할 것이 있다. 삼성과 국민은 적대 관계가 아니다. 이씨 일가와 일부 가신이 문제다. 정확히 분리해야 한다.


심: 그렇다. ‘이건희 왕국’의 문제다. 에버랜드 사건 관련 내용을 가장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김용철 변호사가 있으면 검찰과의 공방에서도 밀리지 않을 것이다. 


김: 수사 의지가 있는 검사라면 적극 협조할 것이다. 추궁할 필요가 없다. 검사가 그만하라고 할 정도로 말할 것이다.


심: 삼성 쪽에서는 김 변호사가 증거 없이 머릿속에 있는 것 가지고 이야기한다고 말한다.


김: 증거가 하나도 없어도 나는 이긴다. 국민이 지지하니까. 검찰도 국민의 검찰이고. 이제 싸움은 끝났다고 본다.


심: 기왕에 칼을 뺐는데, 재경부 등 삼성 이건희 일족에게 협력하는 공무원이나 정치인을 이번 기회에 밝혀야 하지 않을까?


김: 다는 이야기하지 못한다.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도와줘야 하니까. 특히 검찰은 자존심 상하게 하면 안 된다. 대다수 검사들이 부끄러운 부분이 있더라도 이번 기회에 털고 가자고 나설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 검찰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면 너무 많이 밝혀져서 고민일 것이다.


심: 검찰이 감정 안 상하게 정치권이 거들어야 하는데, 사실 국회에서 보면 국회의원들이 삼성을 건드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 국회의원 관리는 개별적으로 하나? 


김: 직접 관여를 안 했다. 하지만 누가 하는지, 어떻게 하는지는 안다. 추미애 의원의 경우 안 받아서 고민을 많이 했다. 대선 주자가 될 수도 있는데 수중에 안 들어오니까 많이 불편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보고가 되었을 것이고, 회장이 방법까지 자상하게 지시하지 않았겠나.


심: 정치인 관리는 어느 팀에서 하나?


김: 예전 기획팀, 지금은 기획홍보팀. 구조조정본부 장충기 부사장이 정보와 정치팀을 관리한다. 연락 안 받아봤나? 삼성 측은 이를 공식적으로 부정했다.


심: 이회창씨가 다시 출마하면서 2002년 대선 잔금 500억원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김: 대선 잔금설 들어봤다. 용도가 특정된 돈이라, 쓰려고 나온 것인가?(웃음) 


심: 삼성이 423억원 남았다고 인정했다.


김: 그것 때문에 내가 몸 상하고 그랬는데….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다.


심: 정치자금 문제도 재수사해야 한다. 


김: 오늘은 알맹이 있는 이야기를 해드릴 수 없다. 추측만 말고 재수사를 해야 한다. 내가 들어가서 조사받을 때 수사팀의 의지가 있으면 한번 같이 해보자고 제의할 것이다. 다음 정권은 기업에 신세를 안 지는 후보가 되었으면 좋겠다. 대선 전에 이 수사를 잘해서 삼성 돈을 먹어도 문제가 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심: 검찰 출두 이후 국회에서 엄호가 필요하면 적극 지원하겠다. 그 어떤 경우에도 굴복하지 않고 버팀목이 되도록 하겠다. 


김: 고맙다. 면회 올 사람 몇 명 더 확보했다. (시사 IN/고재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