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경제

삼성비자금 특검법 국회 통과, ‘공’은 청와대로

녹색세상 2007. 11. 23. 23:11

 

▲삼성비자금 특별검사법은 ‘노회찬법’이라 부를 정도로 노회찬 의원의 공이 크다. 재벌의 비리에 맞서 싸워 온 민주노동당은 큰 정치적 성과를 얻게 되었다.


  삼성비자금 특검법안이 2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러나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남았다. 청와대는 이날 통과된 삼성비자금 특검법안에 대해 즉각적인 답변을 피하면서도 “당초 우리가 말한 특검에서 많이 벗어난 것은 분명하다”며 ‘거부권 행사’를 강하게 시사했다. 국회로부터 ‘공’을 넘겨받는 청와대가 어떤 결정을 내릴 지 주목된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삼성비자금 의혹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대안)’을 재석의원 189명 중 찬성 155명, 반대 17명, 기권 17명으로 가결했다.  


삼성특검법, 논란... 합의... 번복... 재논란... 수정안 합의


  앞서 국회 법사위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전날(22일) 법사소위에서 처리된 원안에 대한 수정안을 논란 끝에 표결에 부쳐, 재석의원 11명 가운데 찬성 9표, 반대 1표, 기권 1표로 통과시켰다. 당초 소위에서 대통합민주신당, 한나라당, 민주노동당이 합의한 원안의 수사대상은 ‘삼성SDS의 신주인수권부사채 헐값 발행,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불법발행, 증거조작, 증거인멸교사 등 삼성그룹 지배권 승계를 위한 불법상속 의혹사건과 관련된 사건’으로 규정됐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소위에서 합의한 지 4시간 만에 삼성그룹의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을 수사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입장을 번복했다. 이미 수사와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이어서 별도의 특검을 실시할 경우 위헌적 요소가 있다는 것이다. 결국 한나라당의 요구 중 일부만 수용, 수정안에서는 ‘삼성그룹의 지배권 승계와 관련된 수사 및 재판 과정에 있어서의 불법행위 의혹과 수사방치 의혹을 받고 있는 4건의 고소ㆍ고발 사건’으로 변경됐다. 4건의 사건은 삼성에버랜드와 서울통신기술의 전환사채 발행,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e삼성 회사지분거래 등이다. 김용철 변호사가 폭로한 가짜증인 등 수사. 재판 과정의 의혹과 지배권 승계 과정을 둘러싸고 논란이 됐던 사건을 수사대상으로 한정한 것이다.

 

▲‘삼성 비자금’ 특검법이 국회 법사위 소위를 통과한 22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특검 수사대상에 관해 박세환 주성영 의원에게 무언가를 지시하고 있다.


  또 당초 원안에서 불법 비자금 조성 및 로비의혹과 관련해서는 “1997년부터 현재까지 삼성그룹이 불법 비자금을 조성하였다는 의혹 및 그와 관련하여 그 조성을 지시한 주체, 조성방법, 규모 및 사용처, 그 비자금을 이용하여 2002년 대선자금 및 최고권력층에 대한 로비자금 등 정치인과 법조인, 공무원, 언론계, 학계 등 사회 각 계층에 포괄적으로 뇌물을 제공한 의혹과 관련하여 지시주체, 로비지침, 로비방법 등과 임직원의 임의 사용 여부 등에 관한 사건”을 수사대상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수정안에서는 “삼성그룹의 불법로비와 관련해 불법비자금을 조성한 경위와 그 비자금이 2002년 대선자금 및 최고권력층에 대한 로비자금으로 사용됐다는 의혹 등 일체의 뇌물 등 금품제공 의혹사건”으로 축소했다. 당초 원안에 있던 '97년부터 현재까지'라는 수사대상 시기와 ‘정치인과 법조인, 공무원, 언론계, 학계 등’ 수사대상이 빠진 것이다. 또 ‘삼성그룹이 비자금의 조성 및 사용 행위가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하여 전ㆍ현직 삼성그룹 임직원의 은행 차명계좌를 이용하였다는 것과 관련된 의혹 사건’ 등의 조항도 삭제됐다.


  이런 내용이 수정안에서 빠지면서 ‘2002년 대선자금 및 최고 권력층에 대한 로비자금’에만 초점이 맞춰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문병호, 선병렬 의원 등은 “삼성비자금 특검이 아니라 대선자금 특검이냐”, “고생해서 남 좋은 일만 시켰다”는 불만을 토로했다. 또 특검법안 제안 이유에서 한나라당의 요구에 따라 수사대상에 ‘당선축하금’이란 용어를 넣어 2002년 대선 이후 노무현 대통령의 축하금 수수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수정안에 합의해준 이상민 통합신당 간사는 “조문에 ‘일체의’라는 말을 집어넣었기 때문에 정치인과 법조인, 공무원 등이 수사대상에서 제외됐다는 뜻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와 함께 ‘특검 조직이 너무 비대하다’는 한나라당의 주장을 받아들여 파견공무원 수를 당초 ‘50인 이내’에서 ‘40인 이내’로 10명을 줄였고, 특별수사관 인원도 ‘40인 이내’에서 ‘30인 이내’로 축소했다.


  특검의 수사기간을 70일로 단축하자는 한나라당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아, 최장 105일까지 수사할 수 있도록 했다. 특검 조직과 관련 민주노동당측은 “지난번 한나라당이 합의해 준 ‘X 파일 특검법’도 수사기간이 180일에 특별수사관이 60명이었다”며 “삼성비자금 수사는 더 어려울텐데, 규모를 줄이자는 것은 특검을 하지 말자는 것이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청와대 “우리가 말한 특검에서 많이 벗어났다”


  한편 이날 국회에서 통과된 삼성비자금 특검법안에 대해 청와대는 불만을 토로하며 거부권 행사를 시사해 주목된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해도 우리한테 오는 데까지는 시간이 걸리기 대문에 아직 우리 입장을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거부권 검토는 여전히 유효하다. 이것까지 포함해서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공수처 논의, 수사범위 축소 등 저희가 말한 특검에서 많이 벗어난 것은 분명하다”면서 “현재로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성진 법무장관도 삼성비자금 특검법에 대해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 및 비례원칙에 위배되고 국가신인도 타격이 예상된다”며 법무부 장관이 경제 걱정을 하는 등 자신의 직무와는 관련 없는 일에 지나친 반응을 보이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삼성비자금 특검법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그만큼 높은 셈이다. 정 장관은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이같이 말하고, “삼성비자금 수사를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범죄 혐의가 보다 구체화되거나 검찰의 수사 의지를 믿을 수 없거나 수사 결과가 미흡하다고 판단될 때 특검 도입 여부를 검토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