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경제

삼성직원, 우리은행 계좌 불법 조회

녹색세상 2007. 11. 24. 19:42
 

 

 

삼성이 직원들의 월급 통장 계좌 거래 내역 등을 무더기로 불법 조회한 사실을 경찰이 적발, 수사에 착수했으나 석연치 않은 이유로 수사를 중단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삼성에 불법으로 금융 정보를 제공한 곳은 ‘삼성의 사금고’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우리은행 삼성센터지점이다.


23일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실과 서울경찰청 등에 따르면 2005년 5월 삼성 계열사인 제일모직 과장 조모씨가 삼성이 자신의 계좌를 조회했다며 삼성과 우리은행 측을 상대로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금융실명제법 위반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했다. 조씨는 당시 삼성 내부의 특별감사에서 횡령 혐의가 드러나 해직 위기에 처해 있었다. 감사 내용은 조씨가 협력업체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것이었으며, 삼성측은 이를 자체 조사하는 과정에서 조씨의 계좌내역을 불법으로 들여다봤다는 것이다.


조씨의 고발에 따라 광역수사대는 전담팀을 꾸려 수사를 진행했다. 경찰은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우리은행 삼성센터지점에서 컴퓨터 하드 디스크 등을 압수했다. 경찰은 컴퓨터 하드 디스크를 분석, 우리은행이 불법으로 조회해 1개월에 5000건씩 연간 6만 건의 금융 정보가 새나간 사실을 확인했다. 새나간 금융정보는 ‘계좌번호, 이름, (조회)지점 코드, (조회) 직원 코드, 인쇄여부’ 등으로 드러났다. 특히 새나간 금융정보 가운데 인쇄해 외부로 넘겨진 정황이 추정되는 것도 3500여건이나 됐다. 경찰은 실제 데이터를 출력해  외부로 유출하는 장면이 담긴 CCTV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계좌추적영장이 발부되지 않아 실제 계좌 주인은 확인하지 못했다.


이에 경찰은 우리은행 측에 계좌주인의 주민등록 번호나 이름 등 신원조회를 요청했으나 우리은행은 이를 거절했다. 경찰은 또 우회적인 방법으로 금감원에 계좌조회를 요청하기도 했으나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시 금감원 관계자는 “정상적으로 계좌추적영장이 발부되면 우리가 조회할 수 있지만 영장이 발부되지 않아 우리가 관여할 이유가 없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경찰 수사팀은 “제발 그만해달라”는 압력을 삼성 등으로부터 받았다. 또 경찰은 수사를 확대하기 위해 계좌추적 영장을 수차례 검찰에 신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수사는 삼성감사실 직원과 우리은행 직원 등 5명을 금융실명제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검찰에 자료를 송치하는 것으로 종결됐다


이후 경찰은 2006년 재수사를 벌였으나 역시 계좌추적영장이 발부되지 않았으며, 금융감독원 은행감독국에 ‘수사협조의뢰’ 공문을 보내 계좌주인의 신원을 우회적으로 조회하려 했으나 금감원 측에서는 이를 거절했다. 문제가 된 우리은행 삼성센터지점은 최근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의 차명계좌를 관리했다고 지목한 곳이다. 한편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실은 “당시 이를 수사하던 경찰이 삼성 등으로부터 갖은 애걸 및 협박을 당하다 좌천성 인사를 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