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경찰, 국민의 이동권 방해....

녹색세상 2007. 11. 12. 17:56
 

매년 11월이면 열리는 ‘민중대회’가 불법집회라며 법률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원천봉쇄한다는 뉴스가 들리더니 상경집회 전날 ‘집결장소와 시간 변경’ 통보를 받았다. 민주노동당 이름을 걸면 안 막고 보내주던 관례를 깨고 대통령선거 시기를 노려 모든 걸 차단시켰다. 시간과 장소 변경이 보안이란 말에 그저 씁쓸할 뿐이었다. 모이는 시간이 새벽 6시다 보니 예상인원도 많이 줄어 예약한 버스 한 대를 취소시키기도 했다. 제대로 조직을 하지 않은 것도 있겠지만 2시간이나 당겨졌으니 움직이는 게 쉽지 않아 치질도 많이 생긴 것 같다. 힘을 모아야 할 시기에 긴장감도 많이 떨어진 것 같다. 나이 든 당원들은 책임감 때문에 제 시간에 왔는데 젊은 친구들이 지각하는 바람에  제 시간에 늦어지고, 정보과 형사한데 전화 오는 일도 벌어졌다.


서대구 나들목과 성서나들목 입구가 원천 봉쇄당해 한적한 곳을 통해 고속도로 진입에 성공했다. 성서나들목은 죽전 사거리부터 경찰 병력이 깔려 예전 군사정권 시절을 방불케 했다. 투쟁의 열기가 고조되는 5월 집회는 막아도 연말의 민중대회는 못 이기는 척 넘어가곤 했는데 노무현 정권은 오히려 더 한 것 같다. 소식을 들으니 곳곳의 지역에서 관광버스 이동 자체를 막는 등 공권력의 발악이 자해되었다. 민주노동당의 지도부는 대회장인 서울시청 앞에서 대회원천 봉쇄에 항의하며 밤샘농성을 하는 장면이 방송에 나왔다. 국민의 이동권을 가로막는 명백한 위헌임에도 경찰은 충실한 개 노릇을 자행하고 있다. 서글프기 그지없는 현실에 억장이 무너질 뿐이다.

 

▲겹겹이 에워싼 경찰병력, 젊은이들을 정권의 개로 만다는 짓을 아직도 자행하고 있다.


서울로 가면서 연락을 해보니 대회장 봉쇄는 물론이고 버스가 한강을 넘지 못하도록 한다는 연락을 받고 조를 편성해 ‘산개작전’을 펼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상황에 따라 지침을 받아 이동하던 상상조차 하기 싫은 군사독재정권 시절의 악몽이 떠올랐다. 젊은 친구들이 노땅 당원들 보다 동작과 긴장감이 떨어져 굼뜨니 갑갑한 정도가 아니라 열불이 터진다. 빠릿하게 움직여야할 청년들이 느려 터졌으니. 세상 돌아가는 문제에 무관심한 세태에 그래도 이런 일에 함께하니 고맙기는 하지만.....


서울역에서 내려 이동을 하는데 전경병력을 배치해 인도마저 막고 있기에 ‘왜 이렇게 하느냐’며 ‘법적인 근거를 설명하라’며 고함을 질렀다. 아이를 데리고 온 시민들이 항의하기에 ‘어린 생명들 앞에 부끄럽지 않느냐’고 ‘우리가 낸 세금으로 먹고 사는 처지에 이래도 되느냐’고 했더니 현장 지휘관은 고개를 돌리고 만다. 우여곡절 끝에 닭장차의 방어선 앞에서 집회는 열렸다. 마치고 대구로 가는 길에 전국 곳곳에서 도로를 봉쇄하고 이동을 막는 게 뉴스에 나온다. 21세기가 맞는지 서글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