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월요일 아침에 보는 이웃의 이모저모.....

녹색세상 2007. 11. 5. 11:51
 

아침 집을 나서는데 근처 이곡중학교 앞을 지나는데 아이들이 교문 앞에서 ‘일어섰다 앉았다’를 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예전에 하던 ‘쪼글뛰기’가 생각났다. ‘학생들의 인권은 교문 앞에서 멈춘다’는 말이 실감나는 장면이다. 30년 전과 다름없이 교문 앞에는 완장을 찬 ‘선도부’가 딱 버티고 있고, 학생부 교사가 눈을 부라리며 학생들을 쳐다본다. 중고시절 저런 것을 하며 지낸 내게는 너무 낯익어 얼굴을 들 수 없건만 강산이 세 번 변한 지금까지 봐야 한다니 너무 서글프다.


학교 앞 문방구에 ‘인수 하실 분 찾음’이라고 적힌 게 눈에 보인다. 장사가 잘 되는데 어느 누가 가게를 내 놓겠는가? 워낙 장사가 안 되니 가게세를 감당할 수 없어 넘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곳곳에 보이는 게 식당이고 조그만 장사다. 사십대에 기업에서 쫓겨 나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너나 할 것 없이 장사로만 몰린다. 서로 살 파먹는 줄 알면서도. 그나마 기술이 있는 사람들은 중소기업이나 기존 거래처에서 ‘같이 일 하자’는 전화라도 오지 사무실에서 일만 하던 사람들은 정말 갈 곳이 없다. ‘내수시장이 살아야 한다’는 말을 그렇게 하면서도 내수시장을 살리는 간단한 방법을 찾지 않는다. 유럽처럼 불경기 때 ‘노동시간 단축’을 하면 해고는 막을 수 있는데.

 

 

갈수록 사무노동자들의 노동 강도가 높고, 근무 시간이 길어져 야근은 기본이고 공휴일에도 일하러 나와야 하는 게 현실이다. 그나마 안 짤리고 일할 수 있어 다행이라는 안도의 한숨을 쉴 수 밖에 없다. 그 자리마저 없으면 정말 갈 곳 없으니까. 사회안전망이라고는 전혀 없고, 여성들이 일할 수 있는 여건도 안 되니 남한사회에서 실직은 ‘모든 사회생활과의 단절’로 이어진다. 수입이 줄어들어 가족끼리 다투고, 그러다 가정 파탄이 나는 경우도 곳곳에서 본다.


조금 더 나오니 월요시장이 서는 곳을 지나왔다. 도심에서 열리는 7일장인 셈이다. 어떻게 처음 장이 서게 되었는지 모르나 이젠 성서의 명물로 자리 잡았다. 손님들이 많이 올 시간이면 어느 교회는 또 나와서 전도지 돌리며 “예수 믿으면 복 받는다”는 뜬구름 잡는 소리 늘어놓을 것이다. 남들이야 싫어하든 말든 그런 것은 아예 무시하는 저돌적이기만 한 사람들, 타인의 신앙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기독교 제국주의 젖어 있는 하늘나라의 시민들.....


손님들이 오려면 아직 멀었음에도 이른 시간에 나와 남들보다 하나라도 더 팔려고 준비하는 부지런한 사람들이 있다. 저렇게 열심히 일 해도 먹고 살기 힘드니..... 경제규모 세계 13위에 국민소득 2만 달러가 저들의 귀에 들어오기나 할지 모르겠다. 저렇게 힘들게 한 푼이라도 더 벌어 자식 공부시키고 먹고 살아야 하지만 노후 대책은 꿈도 못 꾼다. 월요일부터 마음이 무거운 것을 보니 이번 주도 힘든 한주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