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삼성 비자금에 침묵하는 우리 현실

녹색세상 2007. 11. 19. 19:37
 

  삼성재벌의 핵심부서인 구조조정본부(현, 전략기획실)에서 법무 책임자로 근무한 김용철 변호사가 정의구현사제단을 찾아가 지난 날 공범이 되어 저지른 자신의 잘못에 대해 고백을 하고, 이른바 ‘삼성장학생’이라 부르는 뇌물 먹은 핵심 공무원들의 실체에 대해 밝혔다. ‘여태까지 잘 먹고, 잘 살았지 않느냐’는 비난도 감수하고 공범으로 구속까지 각오하고 검찰은 물론이려니와 청와대ㆍ국정원까지 움직인 ‘삼성뇌물’이라는 어마한 폭탄을 터뜨렸다. 정부 각 부서의 정책 입안 단계부터 국정의 현 상황, 심지어 보안이 생명인 검찰의 수사 진행 과정까지 알 정도로 철저한 ‘삼성정보력’은 뇌물을 통한 관련 공무원 매수였음이 명확이 드러났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우리 사회가 너무 조용하기만 하다. 언론을 아무리 뇌물로 도배를 했기로 서니 이렇게 적막강산일 수 있는지 의문이다. 무슨 사건이 터지면 술자리에 안주꺼리로라도 오르내리건만 삼성뇌물은 그것조차 아니다. 연예인의 ‘지난 날 애정’ 사연까지 건드릴 정도로 난리를 치고, 신정아ㆍ변양균 사건은 검찰에 출두할 때 입은 옷까지 들먹여 유행을 만든 언론이 침묵만 지키고 있다. 일개 재벌이 국가 기강을 송두리째 뒤흔든 이 엄청난 비리에 양식 있는 사람들은 ‘우리사회의 양심 마비’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고, 이 땅에 살아야 할 의미를 찾지 못하겠다’ 하건만 모두들 입을 닫고 있다. 식당에 가서 조용한 시간에 물어도 ‘그럴 수 있다’는 반응뿐이다.

 

▲대구고등검찰청 앞에서 ‘삼성비자금수사 촉구 기자회견’을 하는 노회찬 의원과 민주노동당원들.


  떠들 걸 떠들고, 조용히 할 걸 조용히 해야지 보호해야할 개인의 사생활은 대문짝만하게 대서특필 하면서 그렇게도 걱정하던 ‘대한민국’의 존립 자체를 뒤흔든 ‘반국가 범죄’ 앞에는 조국의 미래를 ‘좌익에게 절대 넘겨줄 수 없다’며 군복까지 입고 거리로 쏟아져 나온 ‘역전의 용사’들은 어디에 쳐 박혀 뭣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장로 대통령 뽑는 것만이 살길’이라며 정교일치의 설교를 해대던 ‘십자가 용사’들은 삼성비리와 이명박 관련 의혹에 침묵을 지켜도 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 기관 곳곳을 뇌물로 쳐 바른 사건을 보고도 침묵하는 이 사회의 양심은 심각하게 마비되어 있다. 살인보다 더한 범죄이건만 너무 조용하니 정말 문제 심각하다.


  그나마 인터넷 신문은 연일 삼성뇌물 사건을 보도하지만 종이 신문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이회창 출마선언’을 떠들썩하게 보도하는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삼성에 들어간 후 ‘양심이 마비되어 자식마저 존경하지 않는다’고 한 김용철 변호사의 말을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지금과 같이 대형 비리에 침묵으로 일관하는 현실을 우리 자식들에게 물려준다면 정말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언론이야 뇌물을 먹어 침묵한다 치더라도 ‘삼성뇌물’을 말 하는 사람도 없으니.... 조그만 의혹 사건이라도 오르내리건만 삼성뇌물 사건은 적막강산이니 어쩌다 세상이 이 지경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뇌물 먹은 정치인들이 얼마나 많은지 검찰총장 내정자 청문회에 “김용철 증인 채택을 신청하자 한나라당과 여당 간사들이 뭉개버렸다”고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은 기자회견에 밝혔다. 삼성으로부터 뇌물 먹은 인간들이 얼마나 되기에 청문회 증인 채택 마저 못하게 하는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권영길 후보의 ‘삼성비자금 관련 특별검사’ 임명에 침묵을 지키던 여권도 합세해 ‘특검관련법안’ 발의에 찬성을 했는데 어인 일인지 청와대에서 반대를 한다.


  “삼성이 책으로 위장해 500만원의 현금다발을 보냈다”는 이용철 청와대 전 비서관에게 폭로가 있으면서 삼성 비자금 의혹 사건의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질 조짐이건만 청와대가 반대하는 데는 뭔가 캥기는 구석이 있다는 의혹을 받기에 충분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이용철 전 비서관의 증언으로 김용철 변호사의 주장에 보다 힘이 실리게 됐다. 그동안 삼성의 비자금 조성과 대외 로비 사실을 주장해 온 김용철 변호사의 증언을 뒷받침할 첫 증인도 나왔는데 이거 정말 너무한 세상이다.


   특검법안 발의야 되겠지만 이리저리 법안 만들다 보면 대통령 선거는 끝나 버릴 테고, 최종 임명권자인 대법원장도 삼성의 변호인이었는데 공정하게 될지 의문이다. 이 엄청난 비리에 침묵하지 말고 들고 일어나야 상식이 통하는 사회 아닌가? 제발 들고 일어나자, 짱돌이라도 들고 싸우러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