챙길 게 있어 점심 무렵 집에 들어갔다 오는 길에 부근 중학교를 지나는데 ‘초등입시반’ 운영이란 글자가 선명하게 찍힌 학원 승합차가 보여 ‘정신 나간 것들’이라며 한 소리하고 돌아서려니 너무 찜찜해 다시 확인을 했다. 분명 ‘초등입시반’ 운영이란 글자였다. 학부모들의 약한 심리를 이용한 얄팍한 장사 수법에 혀를 내두를 뿐이었다. 다시 열 받아 한 소리 퍼 붇고 갔다.
△노점상들이 고양시청 컨테이너에 접근하자 경찰 체포조들이 진압작전을 펴 8명을 연행했다. 먹고 살겠다는 사람들을 공권력으로 밀어내는 게 현실이다.
월요시장이 서는 곳을 지나면 붕어빵과 어묵을 파는 아주머니가 늘 있다. 가끔 뭘 먹고 가곤 하는지라 지나치다 눈이 마주치면 인사를 하곤 한다. 오늘 따라 배도 출출해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어묵 몇 개를 먹었다. 서 있는 곳에 따라 가격이 다르니 먹을 때 마다 ‘천원에 몇 개냐’고 묻는다. 내가 생각해도 참 멍청하다. 옆에는 작은 분재를 파는 트럭이 있는데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몇 일째 안 보인다. 종일 서서 길에서 장사하다 보면 힘들 텐데도 늘 웃는 아주머니의 모습이 보기 좋아 그 쪽을 지날 땐 발걸음을 안 멈출 수 없다. 우리 아이와 다닌다면 꼭 들려야 할 곳이 될 것 같다.
조금 전의 ‘초등입시반운영’이란 글자와 ‘붕어빵수레’가 오늘 따라 너무 대조적으로 와 닿는다. 학원은 학부모들의 약한 심리를 악용해 돈 벌이 하고, 한 쪽은 생존 문제로 ‘한 푼이라도 더 벌려고’ 종일 자동차 매연 마셔가며 정말 힘들게 번다. 저렇게 벌어 자식 공부도 시키고 가족들 먹고 살아갈 것이다. 날씨가 더우면 더위와 싸워야 하고, 추우면 옷을 껴입고 계절에 맞는 음식을 판다. 주로 어묵과 붕어빵이 많이 팔린다고 한다. 집을 이사하면서 지나던 곳이라 언제부터 장사를 했는지 모르겠으나 짐작컨대 이곡동에 ‘월요시장’이 도심의 명물로 자리 잡을 무렵이 아니었을까 싶다.
손님이 없을 땐 어묵 두어 개 먹으면서 말을 걸어본다. 나도 민주노동당 장사를 해야 하니까. ^^ ‘장사는 잘 되는지, 몇 시까지 하는지’ 그날 내키는 대로 물어 본다. 논리적으로 정리만 안 되어 있을 뿐 ‘실물경제’는 정말 도사다. 레디앙에 기고한 주대환 당원의 글처럼 배울 게 많다. 버스가 안 다니는 아파트 단지 사이 길이라 그런지 구청의 단속은 없다고 하니 다행이다.
등산복이나 편한 차림에 배낭을 메고 다니니 형편 괜찮은 사람으로 본다. ‘행색이 초라하면 빌어먹지도 못한다’는 말처럼 좋아 보인다니 다행이다. 12월초 쯤 본색을 드러내 ‘세상을 바꾸는 대통령’ 권영길 장사를 하긴 해야 하는데 팔아먹을 물건이 �지 않아 이만저만이 아니다. 저렇게 땀 흘리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어야 정말 ‘일하는 사람들의 희망’ 아닌가? “가난한 사람은 복이 있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란 말을 ’미친 놈‘ 소리 들어가며 전한 팔레스틴 촌놈 예수처럼 떠들 자신이 없다. ‘코리아연방공화국’을 꺼내긴 해야 하는데 정말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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