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철 변호사는 왜 삼성의 ‘비자금’을 폭로하게 됐을까? 그는 “한국 사회에서 삼성이란 조직이 갖는 해악이 한계에 다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문제를 바로잡는 것이 내가 사회적으로 할 수 있는 마지막 일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는 “삼성에 있는 동안 양심을 잃어버려 이제는 자식들이 나를 존경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그는 또 “최악의 경우 처벌을 받는 것도 각오하고 있다”며 “앞으로 여러 얘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삼성 비리를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사진 한겨레 21)
위의 글은 삼성재벌 비자금 비리를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가 ‘한겨레 21’과 인터뷰한 내용 중의 일부분이다. 어릴 것만 같은 자식들이 양심이 마비된 아버지를 존경하지 않는다는 고백에 자식 키우는 부모로서 가슴이 저려온다. 어린 자식에게 부모 노릇 제대로 못하고 상처만 준 애비로서 할 말이 없다. 아무리 돈도 좋지만 자식들로 부터 신뢰를 잃어 버린 아버지의 심정이 그로 하여금 고속을 각오하고 ‘양심선언’을 하게 했는지도 모른다. 남은 세월이라도 부모 노릇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김 변호사가 5월 부터 경기도 양평에 칩거했다고 하니 준비를 단단히 한 것 같다.
폭로한 내용을 보니 삼성의 비자금 조달 수법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 구성원 모두를 공범으로 만들어 감옥행을 각오하지 않는 한 털어 놓지 못하게 옭아매었으니 어지간히 간 큰 사람 아니고는 도저히 불가능하다. 민주노동당에 후원해 달라고 부탁을 해도 꺼리는 이유를 알겠다. 그냥 술은 한 잔 사도 출금 흔적이 남는 것을 했다가는 얼마나 시달려야 할지 모르니까. 이렇게 비자금을 만들어 정치권에 돈으로 도배를 하면서 직원들이 하청업체에 밥 얻어 먹는 것은 절대 못하게 하고. 하기야 상층부에서 워낙 심하게 하니 직원들에게만은 단속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정의구현사제단에서 폭로 기자회견을 했고, 민주노동당의 노회찬 의원이 수사 촉구를 하니 돈 먹은 놈들이 수두룩한 권력층과 검찰의 관련자들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더구나 대통령 선거 시기니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게 생겼다. 영원한 비밀은 없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삼성의 임원을 지낸 사람이 대형 폭탄을 터뜨릴 줄 누가 짐작 했겠나. 그런데 양심선언 하는 사람들이 개신교 쪽의 ‘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나 종로 5가 기독교 회관으로는 잘 가지 않는 것을 보니 사제단에 대한 신뢰감이 높긴 높은 모양이다. 개신교 신자로서 할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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