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지병을 갖고 고통 속에서 살면서도 ‘해방의 기쁜 소식’을 전한 바울을 생각해 본다. 대단한 먹물이라 조금만 마음 고쳐먹었으면 편히 살 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부귀영화를 ‘한낮 쓰레기에 불과하다’면서 거절한 의지의 사람. 그런 가운데도 자신을 지탱하는 몸이 받쳐주지 않아 끊임없이 고뇌하고 번민한 흔적을 바울 서신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으니 솔직해서 참 좋다. 식민지민임에도 불구하고 지배국인 로마의 시민권을 가지고 있었던 점은 비판받아야 함에 분명하다. 초기 교회 공동체의 정신을 일부 훼손 시킨 것 역시 문제 중의 하나다. 이러한 인간 바울의 고백을 ‘하나님의 영감이 내려 받아 쓴 하나님 말씀’이니 일점일획도 고쳐서는 안 된다고 우기는 무리들이 아직도 판을 치고 있으니 한국교회는 그야말로 19세기에 머물러 있다.
무엇이 바울로 하여금 ‘오직 달려갈 뿐’이라고 고백하게 했을까? 바울이 기록한 문서를 봐도 그 답을 찾기란 너무 어렵다. 어쩌면 답이 없는 게 맞을지도 모른다. 로마제국이 통치하던 시절이었으니 수 없이 죽음의 고비를 넘겼으면서도 자신의 신학(이론)을 정리한 바울, 이론가에 머물지 않고 과감히 실천한 뛰어난 활동가였던 그를 고난의 가운데서 허물 투성이인 한 인간이 감히 떠 올려본다. 냉철한 머리만 가진 것이 아니라 뜨거운 가슴도 지닌 ‘사랑의 사람’이었던 바울. 삶의 순간이 긴장의 연속이었음에 불구하고 나이 어린 동지인 디모데오를 자식처럼 아끼고 사랑했으니 기적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남미의 해방신학자요 생명신학자인 레오나르도 보프의 말처럼 ‘우리네 삶이 신화’고 그 신화의 주인공으로 살아가는 것 자체가 기적일지 모른다. 벼랑 끝에서 극적으로 살아났지만 충실하게 자본의 논리를 따라 권력에 줄을 대 돈을 버는 김××의 생활이 기적이 아니라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 자체가 신화요 기적인 것 같다. (왜 이리 자신 없이 말하는지 나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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