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진 열사, 간접고용 노동자 문제 온몸으로 폭로”
정해진 열사가 숨을 거둔지 5일이 지난 가운데 정해진 열사의 가족이 장례절차의 전권을 노조 측에 위임하는 등 열사와 인천 전기원 노동자들의 요구를 둘러싼 투쟁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29일 경인지방노동청 앞에서 집회가 열렸으며, 매일 오전 10시에는 시신이 안치되어 있는 한강성심병원 앞에서 집회가 열리고 있다. 또한 30일 저녁 8시에는 추모 촛불 집회가 한강성심병원 앞에서 열렸다.
전국비정규노조연대회의(전비연)는 성명을 내고 “한국사회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로 산다는 것은 목숨을 내놓고 살아야 하는 것”이라며 “정해진 열사는 보호의 사각지대에서 신음하고 있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문제를 온몸으로 폭로한 것”이라고 밝혔다.
▲ 29일 경인지방노동청 앞에서 열린 ‘고 정해진 열사정신계승 결의대회’에 참석한 건설노동자들.
무정전업체 난립에 불법하도급, 안전사고 빈번
정해진 열사는 한국전력공사로부터 전기공사 설비, 보수 등을 수주 받아 공사하는 인천지역 하청업체에 소속의 간접고용 노동자이다. 임종인 의원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한국전력공사의 협력업체 관리에 대해 “실제 한국전력의 배전공사를 낙찰받기 위해 무정전업체로 등록한 후 낙찰되어 실제 시공할 때는 전기공사업체에 하도급을 주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 한국전력공사에게 발주를 받은 무정전업체는 3천 262개사 중 1천 500여 개에 불과하다. 결국 이런 무정전업체의 난립은 “업체들의 시공능력 저하, 안전사고의 증가, 불법적인 하도급, 기능자격증의 불법임대 등의 부작용으로 나타나고 있다”라고 임종인 의원은 설명했다.
이런 부작용은 하청 노동자들에게는 생명을 위협하는 사고로 돌아오고 있었다. 한국전력공사는 배전공사 현장 안전사고 발생현황을 2005년 20명, 2006년 15명으로 집계했으나, 한국전기안전공사의 전기재해통계분석 자료에 따르면 2005년에는 130명이고 2006년에는 128명이 특고압선 현장에서 감전사고나 추락사고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본과 정권의 사회적 타살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전비연은 “2만 2천 볼트 고압전류가 흐르는 전봇대, 철탑에서 장시간 고된 노동에 시달리며 감전, 추락사고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는 전기원 노동자들에게 죽음은 가까이 있었다”라며 “주 44시간 노동과 작업안전이라는 소박한 요구도 뒤로 한 채 민주노조를 인정해 달라는 요구마저 좌절된 상황에서 극단적인 사태는 이미 예정돼 있었던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비연은 “정해진 열사의 죽음은 여느 비정규 노동열사의 죽음과 마찬가지로 자본과 정권의 사회적 타살이다”라며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백 번 천 번 외치고 요구해도 돌아오는 것은 탄압이고 그 결과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면 이제는 자본과 정권이 답할 때”라고 목소리 높였다.
이석행 위원장, 이상수 장관 면담하고 특별근로감독과 유해성 사장 구속수사 요청
한편,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은 정해진 열사와 관련해 29일 이상수 노동부 장관과 면담을 가졌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이석행 위원장은 “정해진 열사의 분신, 사망의 배경은 이전 포항건설노조의 상황과 같은 것”이라고 지적하고, “전기원 노동자들의 근로조건 가운데, 안전점검 대책과 체불임금 문제가 심각하다”라며 특별근로감독과 노동법상의 불법행위에 대한 점검 등 실질적인 대책을 촉구했다.
특히 유해성 영전산업 사장에 대해 “노사관계악화의 주범”이라며 구속수사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노동부 자체적으로도 이번 문제와 관련해 차관회의를 통해 논의할 계획”이라며 적극적으로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발전과 전기원 노동자들이 한국전력과 연관이 있는 바, 한국전력의 노사관계에 대한 분석과 대책을 연구하겠다”라고 말했다. (참세상/최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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