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대학신문 기자로 둔갑해 채증하기도
“명동 성당에서 시설보호 요청을 어제 공문으로 보냈다. 문화행사, 집회, 기자회견을 명동 성당에서 할 수 없다. 주임 신부님이 직접 전화까지 해서 신신당부를 했다. 만약 성당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것을 허가하면 언제든지 가능하다. 우리도 어쩔 수 없다.” -남대문 경찰서 경비과장
“언제부터 경찰이 이렇게 한가했느냐? 우리가 성당 안에 들어가 기물을 부수는 것도 아니고 그냥 기자회견만 하고 나오겠다는 것인데 이것마저도 막는 것은 도대체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다.” -뉴코아 조합원
▲ 여성이 안에 있음에도 명동성당 신도들에 의해 무참히 뜯기는 농성천막
명동 성당 정문 앞에서는 30여명의 경찰과 뉴코아 조합원들간의 몸싸움이 한창이었다. 명동 성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려는 조합원들과 이를 저지하려는 경찰간의 실랑이가 지속된 것. 경찰 측은 “명동 성당에서 조합원들이 기자회견 하는 것을 막아달라고 요구했다”며 성당 입구를 막고 출입하는 사람들을 일일이 검문했다. 기자회견을 위한 방송차량은 아예 들어가지도 못했다. 조합원들도 들어가지 못했다.
뉴코아 조합원들은 1시간 동안을 경찰과 실랑이를 벌렸고 결국 명동 성당 입구 공간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100여명의 뉴코아 조합원들과 연대 단체들이 참석했다. 또한 수배 중인 박양수 위원장과 윤성술 순천지부장도 참석했다. 이들은 20일부터 명동 성당에서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사랑과 자비로 자본에 탄압받는 노동자를 품어주길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곳 명동 성당은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마지막으로 자신의 몸을 맡길수 있는 곳"이라며 "성당측이 우리의 절박하고 절실한 상황을 알 것이라고 믿는다”고 자신들을 버리지 말아줄 것을 부탁했다. 이들은 “우리는 개인 이익을 챙기기 위해서가 아니기 때문에, 민주화 투쟁의 중심지였던 이곳에 우리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투쟁하다가 찾아온 것을 성당과 신자들이 이해할 것”이라며 “사랑과 자비로 자본에 탄압받고 있는 노동자들을 따스하게 품어주기를 바란다”고 양해를 구했다.
20일 설치된 천막 농성장은 명동성당 신자들에 의해 설치하자 마자 강제 철거당한바 있다. 철거에 앞서 주임 신부는 수배자들은 보호해주겠지만 천막은 당장 철거해야 한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양수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투쟁이 험난한 것 같다”며 “명동성당이 우리를 따뜻하게 받아주셨으면 좋겠다”고 재차 양해를 구했다. 박 위원장은 “150일이 넘는 투쟁 동안 교섭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수배자라 갈 곳도 없어 명동 성당을 찾았다”며 “제발 우리를 버리지 말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학보사 기자로 둔갑한 채 채증한 남대문 경찰
이날 기자회견은 예정보다 1시간 늦게 시작된 것은 물론이요, 기자회견을 진행하면서도 자신을 학보사 기자로 속이고 채증을 진행한 남대문 경찰로 인해 소란이 발생했다. 취재 중이던 기자들 틈에 섞여 조합원들을 채증하던 30대 초반의 경찰은 신분증을 보여 달라던 조합원의 요구에 “신분증을 가지고 오지 않았다. OO대 학보사 기자다”라고 답했다. 조합원은 확인을 위해 친구 전화번호를 가르쳐 달라고 했지만 그는 이를 거부하고 “친구가 조금 떨어진 곳에 있다”며 “내가 데리고 오겠다”고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
뉴코아 조합원은 이에 의심을 품고 “카메라를 맡기고 갔다 오라”고 요구했고, 그는 이를 거부했다. 실강이 끝에 결국 그는 경찰임이 밝혀졌고 조합원들은 기자들 속에 프락치를 숨겨놓고 채증을 강행한 경찰에 대해 분노했다. 남대문경찰서 경비과장은 채증에 대해 “경찰의 정당한 공무 집행”이라며 “증거를 위해 사진을 찍는 것이 왜 문제이냐”고 도리어 목소리를 높였다. 조합원들은 “경찰의 공무 집행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불법적으로 채증을 진행 것에 대해 부끄러워 하기는 커녕 큰소리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분노했다.
뉴코아노조 명동성당 천막 철거당해
명동 성당에 세웠던 천막이 결국 강제 철거됐다. 현재 뉴코아노조 박양수 위원장과 조합원들은 천막이 치워진 자리에 앉아 농성을 진행 중이다. 명동 성당 신도 30여명은 설치된 2개의 천막을 강제 철거했다. 이들은 천막 안에 박양수 위원장 등 여성 조합원들이 있었지만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천막을 강제로 철거, 성당 밖으로 치웠다. 이에 앞서 성당측 주임 신부는 박양수 위원장과의 면담을 통해 수배자 2명의 신변을 보호해 줄 테니 천막을 철거하고 조합원들을 내보낼 것을 요구했다. 주임 신부는 만약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시 신도들이 와서 천막을 철거할 수도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부님, 도와주십시오. 우리 진짜 갈 곳 없습니다. 우리 다 잘렸습니다. 우리 어떻게 합니까. 불법이라고 잘못됐다고만 하지 마십시오. 저희 심정을 조금만이라도 헤아려 주십시오. 얘기를 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얼마나 간절하면 이곳에 왔겠습니까?”
그는 신부의 바지 가랑이를 붙잡았다. 두 눈은 붉게 충혈 되어 하염없이 눈물이 나왔다. 두 다리는 바닥에 무릎을 꿇은지 오래였다. 1000명이 해고됐단다. 수배가 되어 어디 다른 곳에 갈 곳도 없단다. 그렇기에 자신들의 절박한 마음을 헤아려줄 곳으로 명동성당을 찾았다. 민주화 운동가들의 보금자리였던 이곳이라면 자신들을 받아줄 거라 생각했다. 그가 무릎을 꿇은 옆에는 조합원들 10여명이 함께 무릎을 꿇었다. 이들 역시 눈물을 흘리며 신부에게 “신부님, 도와주십시오”를 연신 외쳤다. 신부는 그러나 “천막부터 철거해라”며 “당신들의 상황에 대해 이해는 하지만 이것은 무단침입”이라고 외면했다.
▲20일 뉴코아 노조는 명동 성당에 천막을 설치했다. 박양수 위원장은 “현장에서 투쟁 계획을 만들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고 천막을 설치한 배경을 설명했다.
우리는 여기에서 쫓겨나면 갈 곳이 없다
이랜드 사측의 고소ㆍ고발로 4개월 넘게 수배 중이던 뉴코아 박양수 위원장이 명동성당에 천막을 설치했다. 함께 수배 중이던 뉴코아 윤성술 순천 지부장도 함께였다. 이들은 20일 오후 1시경 명동 성당에 2개 천막을 설치했다. 이 과정에서 이를 저지하려는 성당측 사람들과 마찰이 있었다. 성당측 직원들은 천막을 설치하는 조합원들에게 “경찰에 신고하겠다”며 “뜯어버리기 전에 당장 철거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여기 성당은 당신들이 농성하라고 있는 곳이 아니다”라며 더 이상 진행하지 말 것을 종용했다.
뉴코아 최호섭 사무국장은 “우리가 여기서 쫓겨나면 어디 갈 곳이 없다”며 “부디 이해해주고 우릴 받아주길 바란다”고 재차 부탁했다. 뉴코아 노조는 이미 명동 성당에 협조를 구하기 위해 2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명동 성당 측에선 ‘불가’ 입장을 밝혔다. 담당 신부와의 대화도 거부했다. 결국 노조에선 부득이하게 사전허가를 받지 않고 천막을 설치했다. 현재 명동 성당 입구에는 경찰병력이 배치됐다. 천막이 설치됐다는 소식을 듣고 명동성당을 찾은 뉴코아 조합원들은 입구 앞에 모여있다. 명동성당 측에선 ‘천막을 철거하라’고 종용한 이후 아직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다.
현장에서 조합원들을 만나 현장 투쟁 계획을 짤 것
수배중인 박양수 위원장. 그는 노조의 수장으로서 파업농성을 이끌어야 함에도 위험을 무릎 쓰고 왜 거리로 나온 걸까? 박양수 위원장은 천막을 설치하기에 앞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파업이 150일이 넘었지만 사태는 해결되지 않고 교섭에서는 진전된 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며 또한 “사회적으로 이랜드-뉴코아 싸움이 끝난 줄 알고 있다”고 이런 것을 다시 알리기 위해 이곳에 나왔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수배된 관계로 현장에서 조합원들을 못 만난 시간이 오래됐다”며 “이들을 만나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현장 투쟁을 기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4달간의 수배기간 중 조합원을 만난 시간은 총회와 간담회 등 몇 번 되지 않았다. 그는 명동 성당에서 보다 많은 조합원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겠다는 생각이다. 박 위원장은 “명동성당은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 곳”이라며 “이곳은 함부로 공권력이 들어오지 못하리라 생각한다”고 수배자의 몸이지만 명동 성당에서 어느 정도 보호해주지 않겠냐는 의중도 내비쳤다.
뉴코아 노조 “사측에 전면적 투쟁 선포”
뉴코아 노조에서는 20일 천막을 설치한 뒤 보도 자료를 내고 지도부의 구속결의로 명동성당 안에서 무기한 천막농성을 단행할 것임을 밝혔다. 이들은 21일 명동 성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이들은 보도 자료에서 “뉴코아노조는 이제 뉴코아 사측이 노동조합의 요구에 대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판단하며 이를 촉구하기 위해 구속을 각오하고 농성에 돌입한다”며 “구속 수배로 갇혀 지내야 했던 지도부가 이제 결사항전의 심정으로 사측과 전면적인 투쟁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뉴코아 노조는 이어 “사측의 태도가 변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전국 모든 노동자, 모든 시민사회종교단체와 함께 뉴코아 사측에 맞선 전면적 투쟁을 확대할 것”임을 선언했다. (민중의 소리/허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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