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정책

전국민에게 복지교육을 체계적으로 실시하라!

녹색세상 2007. 9. 19. 20:09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복지의 시대’는 계속될 것이다. 2008년 7월이 되면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시행되고, 조만간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그리고 사립학교교원연금도 개정될 것이다. 복지제도는 바뀔 지라도 사회적 위험을 분산시키고 공동체를 구현하려는 사회복지는 점차 확충될 것이다. 복지는 물과 같아서 낮은 곳을 향하여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것이다.


  사회복지가 발전되기 위해서는 국민의 복지의식이 높아져야 하는데, 이에 대한 대책이 미흡했다. 최근 필자는 전국에서 모인 20명의 교수에게 국가 예산중에서 가장 비중이 높은 부문을 물었다. “국방비”라고 대답한 사람이 가장 많았고, 다음은 교육비라고 응답했다. “사회복지비”라고 정답을 맞춘 사람은 단 2명에 불과했다. 공무원시험을 출제할 정도의 식견을 갖춘 학자들의 답변이라는 점에서 볼 때 참으로 부끄러운 상식이었다.


  같은 교수들에게 “중국집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 청년이 자장면을 배달하다 뺑소니차에 치었다면 누가 치료비를 내야 할까요?”라고 물었다. 답변은 뺑소니차 운전자의 보험회사라고 말한 사람이 가장 많았다. 가해 운전자나 그 보험회사가 피해자의 치료비를 책임을 져야 하겠지만, 뺑소니를 쳤으니 어디에서 받는다는 말인가? 중국집 주인 차량의 보험회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답변도 있었지만, 오토바이를 탄 사람이 피해를 받았기에 승용차 보험회사와는 상관이 없다. “일하다 다쳤기에 산업재해이고, 근로복지공단이 치료비를 내야 한다”고 정답을 맞춘 사람은 20명 중 두 명에 불과했다.


  이렇게 복지상식이 낮은 것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학교와 복지기관이 사회복지를 체계적으로 가르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에 가입해도 국민연금관리공단은 약관을 주지 않고, 건강보험에 가입해도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요양급여의 내용을 체계적으로 알려주지 않는다. 이 때문에 직장에 다니던 남편이 죽은 후에 부인은 연금관리공단에 유족연금을 신청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모르고 지내는 경우도 많다. 공단은 보험료만 충실히 내면 사회보험은 안심해도 된다고 홍보할 것이 아니라, 모든 가입자에게 보험의 약관을 체계적으로 알려야 한다.


  가입자들에게 급여내용을 자세히 알려주면 급여를 타는 사람이 더 많을 지라도 결국 보험료로 조달되기에 걱정할 일이 아니다. 가입자들이 어떤 상황에 급여를 얼마만큼 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공감하면서 보험료를 내는 것과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내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국민에게 공공부조도 자세히 안내해야 한다. 한국의 공공부조는 탈 사람이 신청해야 주어지는데, 국민기초생활보장을 받으려면 먼저 수급권자가 되어야 한다. 모든 국민은 가구당 최저생계비에 미치지 못하는 ‘소득인정액’을 갖고, 부양의무자가 없거나 있어도 부양능력이 부족하면 수급권자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수급권자를 책정하는 방식이 복잡하여 사회복지담당 공무원조차도 혼란을 겪고 있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소득평가액,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하는 방식, 소득인정액, 부양의무자의 범위와 부양능력의 산출방식을 전혀 모르고 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복지기관이 사회복지를 실천하지만, 국민도 잘 모르는 사이에 복지사업을 하기에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는 생계급여와 의료급여를 받으면서 각종 사회복지 서비스를 중복으로 받고, 차상위계층과 복지사업을 잘 모르는 국민은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이제 대통령 후보는 복지제도를 신설하거나 개혁하겠다고만 주장하지 말고, 아동에서 노인까지 모든 국민에게 복지교육을 체계적으로 시켜서 사회복지를 권리로 누리게 하겠다는 것을 공약해야 한다.  (이용교 /광주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