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정책

공공부문, 진보적인 혁신으로 가는 길

녹색세상 2007. 8. 6. 23:14
 

심상정 ‘5대 방안’ 제시...국민 불신해소, ‘사회공공체제’ 견인차 


  공공기관과 공기업 등 공공부문을 보는 국민의 시각이 곱지 않다. 공공부문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 정서는 ‘신이 내린 직장’이라는 별명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이는 물론 언론이 퍼뜨린 자극적 표현이긴 하지만 어느 정도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민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용이 안정돼 있으면서도 서민을 위한 서비스기관으로서 제구실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공부문이 이렇듯 국민 속에 ‘공공의 적’으로까지 비춰지고 있고, 나아가 공공부문을 확장하기보다는 차라리 민영화, 상업화하는 데 동조하고 있는 것은 우리사회의 미래를 위해서는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호혜와 연대의 가치를 구현해야 할 공공부문이 온 국민의 불신을 사고 있는 원인은 무엇일까?

 

 


공공부문은 왜 국민의 불신을 사고 있나?


우선 과거 권위주의 체제의 영향을 들 수 있다.

해방 이후 한국정치는 냉전이데올로기를 동원한 독재통치가 이어졌다. 군 상층부의 권력화, 정보기관의 사찰, 국가중심의 관료자본주의 등 정치경제 권력이 비민주적으로 독점돼온 것이다. 이에 따라 부당한 국가권력과 공공부문은 국민의 불만을 사는 한편 저항의 대상으로 인식돼왔다.


둘째, 운영 또한 권위주의, 관료주의적 행태를 보여왔다.

그 결과 국민은 공기업의 사회서비스에 대해서도 ‘전기세’ ‘수도세’ 등에 대한 불만에서 알 수 있듯 일종의 ‘착취’로 인식하는 경향이 컸던 것이다.


셋째, 비민주적 경영구조를 들 수 있다.

특히 ‘낙하산 인사’가 악명 높은데, 주요보직이 퇴직관료, 낙선정치인 구제에 노골적으로 이용돼왔다.


넷째, 4대 사회보험과 관리공단에 대한 서민들의 높은 불신이다.

보험료 산정을 비롯해 지속적인 보험료 인상, 엄격한 급여제한 등을 둘러싸고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004년에는 급기야 안티국민연금 움직임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다섯째, ‘공기업 경영평가’도 문제다.

기획예산처는 ‘종합관리 강화’를 명분으로 공기업 경영평가를 실시해 기관별로 인센티브에 차등을 두고 있다. 문제는 평가가 ‘상업적 부가가치’를 평가기준으로 앞세움으로써 공공성을 해치고 있다는 점이다.



  이렇듯 국민의 불신을 사고 있는 공공부문은 이제 ‘공공의 적’에서 ‘공공의 벗’으로 환골탈태해야 마땅하다. 이를 위한 대대적인 혁신이 반드시 필요함을 두말할 나위가 없다. 나는 그 동안 우리사회가 반세기에 걸친 보수체제를 마감하고 진보의 지평을 열어야 함을 일관되게 주장해왔고, 얼마전 그 대안사회로 ‘사회공공체제’를 제기한 바 있다. 이 대안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도 공공부문은 반드시 혁신돼야 한다.


 

 


공공부문, 이렇게 혁신하자


따라서 국민의 불신을 씻어내고, 우리사회의 진보적 대전환을 위해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공공부문 혁신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대통령직속 ‘공공의벗 만들기 위원회’ 설치

다음정권 임기 5년 동안 대통령 직속으로 ‘공공의벗 만들기 위원회’를 두고, 공공부문이 서민의 서비스기관으로 거듭나는 전면적 대수술을 단행할 것이다. 이는 앞서 말한 ‘사회공공체제’를 이루기 위해서도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다.


공공부문 관료화ㆍ상업화 백서운동

공공부문을 공공의 벗으로 만들려면 지금까지의 관료화, 상업화 행태를 세세히 진단해 널리 알려야 한다. 그럴 때에야 국민의 신뢰를 받는 대안을 마련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공공서비스 이용자를 대표하는 시민단체, 공공서비스 생산(제공)자를 대표하는 노동조합, 공익을 대표한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관료화․상업화 백서운동을 펼칠 것이다.


기업 시장회계를 넘어선 사회공공회계 도입

공공부문 생산물(서비스)은 시장가치에 따르는 민간부문과는 다르다. 따라서 지금처럼  시장기업회계로 공공기관을 평가하면 그 고유기능이 사라지고 상업적 가치에 지배될 수밖에 없다. 이를 극복하려면 종래의 기업회계방식에서 벗어나 공공적 부가가치(public added-value)를 계량화하고 반영하는 ‘사회공공회계’를 도입해야 한다.


이는 대안회계학에서 말하는 사회회계(social accounting)를 강화 발전시키자는 것이다. 사회회계는 전통적 기업회계의 재무적 투입과 산출관계에서 벗어나 사회적 성과에 중점을 둔다. 손익계산서에서 결손이 되더라도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다면 사회회계는 긍정적 결과를 낳는 것이다. 예컨대 철도에 대한 공공적 투자가 늘어나고 사회적 요금체계가 마련될 경우 수익이 떨어지더라도 친환경, 안정성이 높아지고, 서민의 이동권이 신장돼 후생효과가 훨씬 커질 것이다.


경영구조 혁신; 공공참여이사회 도입

공공부문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고 내부 민주화를 이루려면 ‘공공참여이사회’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이사회는 정부가 추천한 공익인사, 공공서비스 이용자인 시민대표, 공공서비스 생산자인 노동자 대표 등이 각 1/3씩 참여하는 이해관계자 이사회로 재구성된다. 그 산하에는 투자위원회, 서비스위원회, 감사위원회 등을 두게 된다. 


서민친화형 사회보험료체계; 상위계층 누진ㆍ하위계층 할인

사회보험은 모든 사회구성원이 가입해 소득비례로 보험료를 납부하는 방식이므로 가입자 모두가 안정된 일자리에 종사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노동시장 유연화가 확산돼 비정규직이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는 20세기 사회보험방식이 제대로 작동되기 어렵다.


따라서 정률방식으로 설계된 현행 사회보험료 체계를 누진적으로 재설계해 한다. 예컨대 가입자를 소득계층별 4개 집단으로 구분해 보험료율을 차등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진보진영은 공공부문 혁신이 구조조정으로 이어져 고용불안을 일으키리란 우려 때문에 그 동안 이에 소극적이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진보정권이 개혁작업에 나설 경우 반드시 고용불안을 야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 관료화, 상업화 백서운동에 노동조합이 앞장섬으로써 노동운동이 먼저 공공의 벗이 되도록 하는 노력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