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의사들의 도덕적 해이를 보면서....

녹색세상 2007. 8. 1. 23:42
  

  이비인후과 주치의사인 후배로 부터 들은 얘기다. 정신병원에 수백 명 씩 수용해 놓고 의사 한 두 명이 진료를 해 왔는데 ‘제대로 된 진료가 불가능하다’며 환자 가족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내 ‘적정 진료 인원을 넘었으니 입원환자 50명당 의사 1명씩 배치하라’는 시정 권고를 받아 요즘 정신과 의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만큼이나 힘들다고 한다. 진료가 아니라 거의 수용하다시피 해 온 정신병원의 진료 관행에 쐐기를 박은 것으로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본다.


  이 일이 생기기 전만 해도 정신과 의사들은 ‘밥 먹고 살기 힘들다’고 난리가 아니었다. 의약분업이 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신과 환자에 대한 비밀 보장’을 이유로 정신과는 원내 처방을 하고 있다. 처방전이 밖으로 나왔을 때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이 아직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그럴듯하긴 하나 실은 약 처방에 따른 수입이 주원인이다. 상담분석 치료가 보험 급여 적용이 안 되다 보니 형편이 어려운 정신과 환자들에 대한 상담이 이루어지지 않고 대충 몇 마디 듣다가 그냥 약만 지어주는 게 현실이다. 약 보다 상담치료를 중점적으로 받아야할 환자들이 약물 치료만 받아 만성 환자가 되는 어이없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 잘못된 의료제도로 소비자인 국민만 피해를 고스란히 보고 있는 셈이다.


  정신과 병원이 대부분 알콜중독 환자들을 치료해 수입을 올리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다고 철저하게 환자 진료를 하는 것도 아니라고 한다. 그렇다 보니 시간이 남아돌아 골프나 치러 다니며 ‘어떻게 하면 시간 때울까’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걱정 아닌 걱정을 하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밤에 당직이라 병원에서 호출을 하면 대부분의 의사들이 가질 않는데 후배 동기는 술 먹거나 자다가도 바로 달려가 다른 의사들로 부터 눈총을 받고 있다.


  참 웃기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당직이라 병원에서 호출이 오면 어떤 상황일지 짐작은 가능하겠지만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라면 가야하는 게 당연한 일 아닌가? 정 안 되면 3차 진료기관으로 이송한다 할지라도 의사가 직접 가서 처리해야 한다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이다. 그런데 알콜중독 환자들이 주로 오는 병원이라고 안 가고 경찰에 신고를 한다고 하니 정말 웃기는 짓이다.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유시민은 ‘의료보호대상자들이 병원 쇼핑을 다닌다’며 진료를 제한해 버렸다. 가난한 노인들은 그야말로 종합병원 환자인데 그들이 지정할 병원이 우리 주위에 얼마나 있는지 알고 그랬는지 궁금하다. 후배 동기는 ‘이만하면 월급쟁이 수입 치고는 괜찮다’며 개원해서 손익을 계산하는 것 보다 지금의 생활이 편하고 좋다고 한다. 월급 받는 처지에 호출이 들어오면 가야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게 그의 말이다. 그런데 이런 당연한 일을 한 의사가 별종 취급을 받으니 어찌해야 좋을지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