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노후에 할 일을 정한 윤 노인(?)

녹색세상 2007. 7. 31. 22:04
  노후에 할 일이 무엇일까?


  노후에 할 일이 무엇인가 오래도록 고민을 했다.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65세까지 밥벌이를 위한 노동이나 사회활동을 하고 바로 은퇴를 할 생각이다. 쉰이 덜된 지금도 곳곳에 고장 신호가 오기에 모 의대 교수로 있는 친구에게 “왜 이런 거냐”고 물어 봤더니 “노화 증상인데 지금부터라도 인정을 하는 게 살아가는데 편하다”고 한다. 그 말 들으니 솔직히 끔찍하더라. 내가 곳곳에 고장이 난다고 타박을 준 여러 친구들, 얼마 안 있다가 무릎 탈 나고 발목 접질러 골절되는 등 탈이 나기 시작한다. 3년 전 여름 오른쪽 무릎 퇴행성관절염으로 수술했다고 했을 때 ‘벌써 퇘행성이 머꼬’라며 큰소리 쳤지만 MRI 촬영하면 대부분 퇴행성 질환 와 있으니 너무 자신만해만 하지 말고 지금부터 조심해서 살아가도록.....


  평소 건강을 잘 유지해 나이에 걸맞지 않게 건강한 사람들도 많지만 ‘세월 앞에 장사 없다’고 가장 빵빵한 직업이라는 대학교수도 65세면 정년을 하는 것은 물리적인 나이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의사가 용하다 할지라도 머리 허연 노인에게 자기 몸을 맡기는 경우는 거의 없으리라 본다. 나이가 들면 새로운 것을 학습하거나 연구하지 않고 예전의 것을 재탕삼탕 하는 경우가 많은 게 사실이다. 그래서 머리 허연 교사들이 내 새끼 담임하면 걱정을 하는 게 사실 아닌가?


 

 

  노인복지관 상담실장을 엿보다.....^^


  말이 옆으로 너무 샌 것 같다. 세상이 바뀌어 민주노동당이 집권을 한다 해도 난 65세가 넘으면 하던 모든 일 접고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 노인복지관 상담실장이다. 상담은 나이 차이가 아래위 10여년이 넘으면 제대로 할 수 없다고 한다. 사회복지제도가 잘 된 유럽의 경우 노인복지관장을 대부분 60세 전후의 사람들에게 맡긴다. 빨리 처리해야 할 일은 젊은 실무자들이 하면 되지만 노인들의 정서를 이해하기에는 아무리 연구 많이 한 학자라 할지라도 실전에서 잘 안 된다는 게 그들의 경험이 얻은 결론이다. 상담은 이론을 아무리 많이 배워도 상담하러온 사람의 아픔에 공감하지 못하면 안 된다. 그래서 상담소에서는 정년을 하고 노후에 소일삼아 ‘상담봉사’ 하러 온 성공한 노인들을 매우 꺼린다고 한다. 자신이 성공했기에 실패한 사람들의 심정을 도무지 이해하지 않으려 하고 ‘왜 안 되느냐’고 꾸지람을 해대는 경우가 많아 상담은커녕 부작용이 많아 꺼린다고 한다.


  언제 졸업할지 모르지만 방송대 공부를 마치고, 사회복지사 공부를 하고 상담심리 공부를 할 계획이다. 이럴 때 만만한 저 위에 계신 ‘하나님’한테 도와 달라고 하면 될려나? ^^ 이래저래 산전수전 겪고 공중전까지 겪다보니 언제부터인지 남의 아픔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전에는 ‘저 자식 ×같네’라고 한 소리 하며 상대 안 하던 것을 이젠 ‘저 사람의 아픔이 분명 있을텐데’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장기간 상담치료를 받으면서 ‘어깨 너머로 배운 상담’과 여성단체에서 하는 ‘여성학 강좌’ 공부를 하면서 배운 게 기존의 관점을 고치는데 큰 도움이 되었고 조금씩 삶 속에 녹아든 것 같다.


  피 끓던 청년시절에는 좋은 세상 오면 ‘과거사 청산’ 일을 하면서 잘못 끼워진 첫 단추를 바로 잡는 일을 할까 생각한 적도 있다. 그러다 60 중반이 넘어 국립공원에 특채(?)되면 빗자루 들고 청소를 하면서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세월 보내다 70이 넘은 어느 날 ‘윤 영감, 자더니 눈 안 뜨네’라며 가고 싶은 게 내 기도 제목이었다. (지금도 일부는 유효하지만) 어차피 도시 생활을 벗어날 수 없거나 사회복지가 발달해 ‘실버타운’ 같은 곳이 많아지면 비슷한 연배들끼리 모여 자식 험담도 하고, 옛날 얘기해 가면서 서로 하소연도 하고 넋두리도 하는 ‘복지관상담실장’이 딱인 것 같아 하기로 작정했다. 나 보다 더 좋은 노후대책 가지고 있는 사람 있으면 말해 봐라 친구들?  ㅎㅎㅎㅎ


  이런 중장기 계획을 실천하기 위해 미리부터 준비를 하고 있다. 최근 사회복지 상담을 시작한 것도 노후의 계획과 연결된 것이기도 하다. 앞으로 계속할 계획인데 20년 가까이 하면 ‘민생상담’의 도사가 되지 않을까 싶은데..... ^^ 어느 의대 비뇨기과에서 정년퇴직한 분이 ‘노인성문제 상담사’로 나섰는데 그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는 소식을 방송을 통해 본 적이 있다. 자신이 60대 중반을 넘었으니 일단 연배가 비슷해서 속내를 잘 터놓을 수 있고, 자신의 전공학문도 살리고 자기 고민이 노인들의 고민이니 이보다 더 좋은 상담사가 어디 있겠는가? 지방 순회를 하면 자치단체에서 서로 일정을 조절해 장소도 제공해 줘 인기절정이라고 한다. 여성들의 수명이 더 긴데 50대의 사회복지사가 하지만 한계가 있어 아쉽다고 한다.


  학교에서 컴퓨터를 가르치는 이영주ㆍ배수원 샘은 정년 하면 노인복지관에서 컴맹 퇴치 운동하고, 상담심리 공부한 김연옥 샘도 정년 후 할매들의 넋두리 잘 들어주는 상담하고, 아주대 신경과에 근무하는 주인수 박사는 노인성 질환 퇴치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그림을 혼자 그려본다. ‘노인복지관 상담실장’ 하겠다고 했더니 이비인후과 주치의사인 후배는 “그 때면 세상이 변해 민주노동당이 집권할지 모르는데 복지관 의무실장 자리 하나 줍니까”라기에 한바탕 신나게 웃었다. 그래, 나도 일에 대한 욕심이 누구못지 않은 편이지만 65세까지만 일이나 사회활동을 하고 그 후에는 ‘노인복지관 상담실장’을 하면서 보내려 한다. 나이가 들어서도 자리 차고 앉아 있는 꼴은 후배들이나 자식들에게 보기 좋은 게 아닌 것 같다. (동기회 게시판에 올린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