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10년 전 국체기축 통화인 달러가 부족해 대한민국은 난리가 났다. 그 전부터 소장 경제학자들은 ‘외환위기’의 심각성을 진단하고 수차례 경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주류를 이루고 있는 미국 유학파 중심의 교수와 경제 관료들은 ‘씰데없는 소리’라고 일축해 버렸다. 미국 중심의 사고에 젖어 있는, 껍데기만 한국산이고 머리 끝 부터 발끝까지 미제로 가득 찬 그들의 눈에는 문제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박정희 개발 독재 시절부터 내수시장은 무시하고 수출일변도의 경제정책이 누적되어 올 수 밖에 없었던 사태이긴 하나 ‘언로가 막힌’ 김영삼 정권은 대비책 하나 없이 ‘국가부도’라는 초 대형 사고를 내고 말았다.
미국이 대주주로 있는 국제통화기금(IMF)은 이자를 받고 돈을 빌려줌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정부청사에 책상을 들여 놓고 경제정책 전반에 걸쳐 시시콜콜 간섭을 했다. 이른바 구조조정과 공기업 민영화, 모든 것을 ‘시장원리’에 내 맡기는 ‘약육강식’의 논리가 노골적인 마수를 드러내고 말았다. 그 후 얼마나 많은 직장인들이 거리로 내몰렸는지 그 처참한 광경을 우리 눈으로 봤다. 해고자가 30만 명을 넘더니, 50만 명은 금새 도달하고 말았다. 당시 민주노총위원장이었던 권영길 의원은 구조조정 반대 투쟁을 하다 수배 중이었는데 우리나라 보다 소득 수준이 낮은 제3세계 어느 국가의 대사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을 받았다. 워낙 긴박한 상황이라 거절 했는데 해고자가 80만 명이 넘자 다시 연락이 왔고, 100만 명이 넘어서자 ‘물어볼 말이 있으니 꼭 만나자’기에 짬을 내어 비밀리에 만났다.
“지금 해고자가 100만 명이 넘었는데 대부분 가장인데 여기에 대한 정부의 대책이 있느냐”고 그 대사는 물었다. ‘전혀 없다’고 하자 “그에 무슨 국가냐”는 말에 권영길은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 없었다고 한다. 대한민국 보다 국민 실질 소득이 훨씬 낮은 나라의 대사로부터 들은 그 말은 어지간히 정신 박힌 사람이라면 낯을 들 수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보다 훨씬 못 산다는 스리랑카가 ‘무상의료ㆍ무상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면 믿겠는가? 세계 경제규모 12위의 나라가 국민의 건강과 교육을 책임지지 못한다면 말이 되겠는가? 재벌들은 걸핏하면 ‘위기’를 들먹인다. 객관적인 근거와 아무런 수치도 없이 심심하면 선문답 하듯 한 마디 던진다. 특정 분야의 수익이 떨어진다고 세상이 망야는 냥 난리법석이다. 사업이란 잘 될 때도 있고, 못 될 때도 있는 위험성을 갖고 있다는 것은 중학생도 알건만 저리도 엄살이 심한지 모르겠다. 현재 대한민국 예산의 효율적인 분배만 해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굳이 부족하다면 소득세에 대한 누진적용을 높이고, 부동산 보유세 강화와 불로소득인 부동산 시세 차익을 환수하면 된다. 좋고 비싼 집에 사는데 세금 많이 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자본주의 경제 원리의 기본정신이다. (위기를 들먹이며 한 마디 뱉은 이건희 말을 수습하느라 삼성재벌 전체가 나서는 우스꽝 스러운 일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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