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에 가면 천편일률적이다. 세상은 엄청나게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집회 진행방식이나 형식을 보면 거의 비슷하다. 좀 거칠게 표현하면 군대식으로 도열해 앉고, 순서대로 발언하고 팔뚝질 하면서 구호 외치는 것은 집회에 대한 어느 정도의 공간이 열리고 나서부터 지금까지 달라진 게 거의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우리끼리만의 정서에 젖어 자족하며 안주하려는 습관이 몸에 배인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보지 않으면 대중들과 소통은 점점 힘들어질지 모른다. 요즘 같으면 집회 나가고 싶은 마음 별로 없다. 홈에버 동촌점 집회나 농성장 경찰력 투입 규탄 집회는 정말 식상 그 자체였다. 내용이 없는데 몸이나 대주는 그런 집회는 정말 짜증난다.
7월 14일 성평등교육 강사 연수 갔을 때 뒤풀이 자리에서 들은 말이다. 대전에서 온 50대 초반의 당원은 남편과 같이 독일에 공부하러가 10년 넘게 살다 귀국해 진보정당이라는 민주노동당이 창당하기에 유럽에서 수 없이 본 ‘사민당’이 떠올라 입당을 했다고 한다. 변혁운동이 뭔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않았고 오직 공부만 했지만 독일에서 겪어본 ‘유학생까지 치료해 주는 의료 체계’에 반해 입당을 했는데 ‘대의원을 하라’고 권유를 받았으나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라 거절했더니 ‘일년에 대의원 대회 한 번만 참석하면 된다’고 해 거절할 수 없어 승낙을 했고, 시의원 비례후보로 떠밀려 나갔는데 지금도 집회에 가면 팔뚝질 위주의 천편일률적인 방식이 거북하기 그지없다고 한다.
아무리 공부 많이 하고와도 여성에게 자리가 주어지지 않는 사회 구조에 화가 나기도 했으나 지금은 자신이 배운 것과 50대의 삶의 연륜을 활용해 노인한글 교실도 하고 방과 후 공부방을 하면서 나름대로 생활 근거지에서 노력하는 정말 이웃과 소통하는 이 당원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으면 안 된다고 본다. 바닥을 다지고 있는 사람의 말이다.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있거나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탓은 아닌지 되돌아 봐야 한다. 이런 방식으로는 다양한 문화적 욕구가 충만한 20대들이 들어올 틈이 없다. ‘사십대 운동권 아저씨’들 판 일색인데 어느 젊은이가 들어오겠는가?
▲중학교 시절부터 알고 지낸 저들과 소통이 가능한지 수시로 물어보곤 한다.
상황에 따른 다양한 집회 방식 도입
시민들에게 간절히 호소를 해야 하는 집회하면 호소하는 방식으로 꾸며야 하고, 이랜드 노동자 농성 강제해산과 같이 분노를 토해야 한다면 울분을 토하는 내용으로 판을 짜야 한다. 뿐만 아니라 지역에서 매장 봉쇄와 같은 강력한 투쟁을 처음부터 만들었어야 하고. 오가는 시민들에게 상황을 알리는 집회라면 지금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누가 들어도 편한 말투로 이웃과 대화하듯이 얘기하도록 해야 한다. 적들에게 우리의 끈질긴 모습을 보여야 한다면 숫자가 적다할지라도 총력 집중해 ‘깡아리’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이런 방식에 대해 고민해 본 적이 있는지 우리 자신을 향해 되물어 보자. 진보정당이요 집권을 말하는 우리 민주노동당이 대중과 소통하기 위한, 아니 이웃과 함께하는 집회 방식을 짜 본적이나 있는지를. 최소한 집회 시나리오를 대여섯 개는 늘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당원들 중에 연극 연출자도 있고, 음악 활동을 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들에게 요청하면 상황에 맞는 적절한 작품이 충분히 나오리라 믿는다. 3월에 있은 ‘한미FTA반대’ 상경투쟁 때 종각역에서 기타를 치면서 즐겁게 노래 부른 것은 좋은 예다. 행진 중 대학생들은 신나게 몸짓을 하면서 춤을 추는 등 다양한 모습을 보지 않았는가? 몸치인 사십대 아저씨들은 상상도 못할 일을 젊은이들은 하고 있다.
연극배우들이 작품 하나를 위해 많은 연습을 하듯이 우리도 끊임없는 노력을 해 시민들이 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집회 작품을 늘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민주노동당은 '이빨 쌘 운동권'들이라는 낙인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려면 기존의 관성에 젖어 있는 모든 방식에 대한 철저한 점검이 필요하다. 더 이상 미루면 안 된다. 지금부터 집회 문화부터 다양하게 바꾸는 노력부터 시작하자. 전문가들에게 맡겨 ‘집회작품’을 몇 개 만들자.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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