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50대 중반의 멋쟁이 아주머니

녹색세상 2007. 6. 18. 21:42
   입원해 있는 병원의 옆 병실에 멋쟁이 아주머니가 있다. 어깨를 한참 내려온 긴 머리를 한쪽으로 땋아 한결 멋을 부린 모습이 50대 중반 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어떤 날은 뒤로 묶어 올렸다가 몇 시간 후에 보면 내린 채로 다니기도 한다. 보통 부지런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어지간한 사람들의 경우 입원하면 대충 그냥 있는 경우가 많은데 정갈하기 그지없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수더분하지 않고 깐깐한 얼굴이 보통은 넘어 보인다.


  저 정도 멋을 내려면 먹고 사는 것은 걱정하지 않을 정도여야 할 텐데 싶은 생각이 뇌리를 스쳐간다. 같은 병실에 있는 초등학교 2학년 아이의 엄마는 생머리를 뒤로 묶은 전형적인 알뜰살뜰 전업주부들의 모습인데 나이가 훨씬 많은 양반이 영 다른 분위기다. 퇴원을 하는지 멋진 브라우스에 바지를 입고 50대 후반의 신사가 짐을 들고 나간다. 그렇게 화려하지 않은 중간 색조가 색상 감감이 있음을 보여준다. 바지를 입은 몸매가 군살도 없고 운동을 하며 관리를 한 몸 같다. 아저씨가 입은 옷도 언뜻 보기에 이른바 ‘명품’ 같고.


  같은 병실에 있는 분들에게 ‘멋쟁이 아주머니 퇴원한 모양이죠’라며 말을 걸면서 물어 봤더니 ‘한복집을 크게 한다고 들었다’며 보통 부지런해서는 그렇게 못한다고 한다. 60대를 넘은 초로의 눈썰미가 있어 보이는 할머니는 “남편이 입은 콤비도 최소 6-70만원은 할 거라”며 살기 괜찮으니 그렇게 하지 보통 사람은 어림도 없다고 한다. 하여간 긴장 풀고 사는 50대 중반의 다른 여성들과는 달리 부지런함에는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쌀독에 인심 나고, 의식이 족해야 범절을 안다”는 옛말처럼 먹고 살만해야 멋도 부리고 자기 관리도 하지 살기 빠듯하면 그럴 마음의 여유조차 없는 게 현실이다. 빈부의 격차가 수명까지 차이 나게 하는 세상이다. 최소한 교육과 의료, 주거문제는 복지의 가장 기본이라 걱정없는 세상에 살아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