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너무나 화려했던 평택의 2006년 5월 4일

녹색세상 2007. 5. 11. 06:21

 

 

2006년 계엄령이 발동한 시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5월 4일 수도군단 예하 정예 병력이 평범하게 농사를 짓던 평택 황새울에 진입을 했습니다. ‘특수전 사령부’ 병력처럼 특수 임무를 수행하는 특공 여단과 헌병단의 특별경호대가 투입되었습니다. 정말 ‘너무 화려하게’ 대한민국 국민이 사는 곳에 군대가 아무런 통보나 사전 설명도 없이 그냥 밀어 붙였습니다. 수도군단의 임무는 수도권을 사수하는 것인데 80년 5월 광주에서 국민들을 향해 총질을 한 것과 전혀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 땅은 농민들이 간척지를 개간한 자신들의 피땀이 서려 있는 곳입니다. 일제로 부터 침탈당하고 해방 후 미군으로 부터 쫓겨나 겨우 만든 곳이 ‘황새울 들녁’ 입니다. 오죽했으면 조용히 노년을 보장받을 천주교 사제인 문규현 신부님이 모든 것을 버리고 ‘뼈를 묻겠다’며 달려들었겠습니까? 그런 땅을 노무현 정권은 ‘여명의 황새울’이란 작전명령을 내려 군 병력을 동원해 무참하게 침탈 했습니다. 여성운동을 했다는 한명숙 총리는 작전 명령서에 서명을 했고, 군사독재정권에 저항했던 장관들과 집권당의 ‘386의장님’들은 찍소리 한 마디 하지 않았습니다.

 

 


부끄럽게도 그 시간에 저는 다른 곳에서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평택의 상황이 너무 궁금해 도착하자마자 인터넷에 접속을 했더니 “평택 군 병력 진입”이란 인터넷 신문의 기사가 떠올라 눈을 의심하며 몇 군데 사이트를 봤는데 마찬가지로 초기 화면에 보여 제 눈을 믿을 수 없었습니다. 어지간히 양보해 대한민국 곳곳에 있는 전경과 의경이 총출동 하는 ‘갑호 비상 경계령’도 받아들일 수 없는데 ‘군 병력 진입’은 상상이 가지 않았습니다. 더 이상 그곳에서 있을 수 없어 제가 우겨 시내에 있는 동기가 하는 식당으로 갔습니다.


시작은 좋게 한 것으로 기억하는데 (녹화가 중단되어) 눈을 떠 보니 어느 찜질방인지 기억도 나지 않고 더구나 손목에 걸린 옷장 열쇠는 제 것이 아니었으니 상상이 가시리라 믿습니다. 평택으로 밤새 달려간 동지들의 얼굴이 떠올라 부끄럽기 그지없었습니다. 한참을 해매다 보니 동행한 사람이 보여 “어제 어떻게 여기 왔느냐”고 물었더니 식당에서 무슨 술을 그렇게 많이 먹던지 “맥주 몇 병이나 비웠는지 기억나느냐? 더 있다가는 사람 잡을 것 같더라.”며 찜질방 오자마자 열쇠를 맡기고 잠들었는데 ‘눈 떠보니 사람이 안 보여 찾던 중’이라고 하더군요.

 


정신 차리고 기억을 되돌려 보니 ‘평택 군 병력 진입’이란 기사를 본 후 까페에서 마구 술을 마셨던 기억이 나고 80년 광주 학살의 ‘작전 명령 화려한 휴가’가 떠올라 주체할 수 없었던 상황이 재현되었습니다. “왜 그렇게 가슴 아파하느냐”는 말에 달리 그냥 울기만 했습니다. 내 자식들이 자신의 생애를 고민할 나이인데 우리 사회의 수준이 이것 밖에 안 되는지 얼굴을 들 수 없었습니다. 다음 날 조카들로 부터 “삼촌, 우리 사회가 민주정부라면서 이 정도 밖에 안 되느냐”는 원망을 듣고 할 말이 없었습니다.


평택 군 병력 진입 일 년도 되지 않아 노무현 정권은 ‘한미FTA’라는 사상최대의 괴물을 들고 나와 사정없이 밀어 붙였습니다. 단지 군 병력이 동원 되지 않았을 뿐 대한민국 곳곳에 있는 경찰청 산하의 전경과 경찰특공대 병력까지 총동원 해 작전을 수행했습니다. 전시나 비상시 경찰이 내리는 ‘갑호 비상 경계령’ 보다 더 많은 경찰병력을 대한민국 수도 서울로 수시로 집결 시켰음은 물론입니다. 군사 독재 정권이 밀어 붙이는 방식과 전혀 다르지 않음을 두 눈으로 보았습니다. 80년 광주의 악몽을 겪은 세대인 저로서는 지금도 치가 떨립니다.


나라를 지키라고 만들어 놓은 군대가 국민을 굴비 엮듯이 마구 잡아대는 장면은 악몽 그 자체였으며, “아빠 군인들이 왜 사람들을 저렇게 해요”라는 자식들의 말이 지금도 가슴에 꽂혀 있습니다. 저는 용서할 수 없습니다, 노무현과 당시 ‘여명의 황새울’ 작전에 서명한 국무총리를 비롯한 장관들과 집권당의 국회의원들을. 이들이 하는 말은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지 않을 것입니다. 국민의 종인 주제에 주인을 무시한 노무현 세력을 결코 용서할 수 없습니다. 이 죄 값을 당사자들에게 물어야할 의무가 우리들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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