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신념을 굽히지 않은 그들을 볼 낯이 없다.

녹색세상 2007. 4. 14. 17:39

  

  전쟁을 반대하는 개인적인 양심과 종교적인 신념을 버릴 수 없어 집총을 거부하다 감옥을 가는 젊은이들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 감옥을 가는 순간 순탄한 사회생활을 포기하고 험난한 가시밭길을 각오해야만 한다. 그들의 편협한 성서 해석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남을 죽이는 총은 들 수 없다’는 신념만은 높이 사지 않을 수 없다. 과거 군사독재 정권 시절 민주화 운동을 하다 감옥을 가지 않으면 군대는 대한민국 남자가 가지 않으면 안 되는 곳이다. 모병제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으며 유급 사병제가 도입되어 실험적으로 운용될 예정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지키는 게 군대의 의무임은 누구나 알고 있으나 아직도 만연한 갖은 인권 침해와 제때 병원을 보내지 않아 치료시기를 놓쳐 귀한 생명을 잃는 가슴 아픈 사건을 자주 접한다. 자기 자식이나 조카들이 그렇게 아프다고 해도 방치할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지경이니 자식이 많은 것도 아닌데 어느 부모가 마음 편하게 군대 갔다 오라고 할 수 있겠는가? 이름이 좀 특이한 부대로 차출되면 온갖 훈련을 더 받아야 하는데 낙법을 아직도 맨 땅에서 한다고 하니 인적자원을 무시하고서 무슨 ‘전력의 극대화’를 운운하는지 그 머리 속이 의심스러울 따름이다.


  빨리 몸 성히 집에 가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정말 아무 생각 없이 국방부 시계가 돌아가기만을 기다리며 시간을 죽였다. 이것저것 생각하면 머리가 아파 도저히 견딜 수가 없으니 그냥 될 대로 되라는 게 가장 편한 방법이었다. 제대 후 (예전에) 5박6일 동원 훈련이 오면 여간 곤욕이 아니었다. 군사정권 찬양에 예전 것 재탕 삼탕이니 귀 담아 들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다른 것은 몰라도 사격 하나만은 정말 잘 해 편하게 군 생활을 했다. 20발 사격에 18발을 못 넘긴 기억이 없으니까. 그런데 갑자기 사격장의 화약 냄새가 코를 찌르는 게 견디기 힘들었다. 머리 속은 ‘저 총부리가 누구를 향하는 것인가’라는 고민으로 복잡해 지고. “몸이 안 좋아 사격하기 힘들다”고 핑계를 댔더니 ‘안전사고’를 염려해 얼른 빠지라고 했다. 동족의 가슴에 총부리를 겨누는 것을 거부할 용기가 없어 난 그렇게 ‘때우고 넘어가자’는 편하고 안일한 길을 선택했다.


  그런데 제대 후 여호와의 증인이 되거나 개인의 신앙 결단으로 “총을 드는 예비군 훈련 대신 사회봉사를 시켜달라”며 집총을 거부하고 수시로 경찰과 검찰, 법원을 들락거리는 험난한 길을 주저 없이 선택하고 있는 젊은이들이 있다. 그들의 신념과 용기에 정말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다. 징병제를 실시하고 있는 대부분의 나라가 대체복무제를 실시하고 있건만 아직 대한민국은 총을 들어야만 체제가 유지된다고 우기는 무리들의 말이 먹히는지 갑갑할 뿐이다. ‘군대를 보내도 좋으니 총을 드는 것만 안 시키면 뭐든지 하겠다’는 게 그들의 간절한 외침이다. 각종 명목의 대체 복무가 실시된 지 오래인데 총을 잡지 않으면 국가의 존망이 흔들린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이 부분에 대해 한국교회는 명확한 답을 내 놓아야 하건만 KNCC(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말고는 묵묵부답이다.


  지금도 일개 중대 병력 넘는 귀한 생명들이 각종 안전사고로 사망을 하고, 일개 중대 병력 넘는 아들들이 정신병원으로 실려가고 지금도 각종 사고는 줄지 않고 있는 게 대한민국 군대의 현 주소다. 그 들 중에 국회의원이나 장성급의 자식이나 조카가 있었다는 말을 들어 보지 못 했다. 이제 우리 젊은이들을 올가미에서 풀어줘야만 한다. 그러지 않고 우리 사회의 인권을 운운한다면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다. 거부할 엄두가 안 생겨 그냥 끌려가 청춘 보내고, 한 번 갔다 오면 일년이 편해 아무 생각 없이 예비군 훈련장을 갔지만 지금도 “사람이 사람을 죽일 수는 없다”며 집총을 거부하고 꿋꿋하게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는 젊은이들의 용기가 부럽다.


  전혀 생산적이지 못하고 동족을 죽이는 일에 국민의 혈세를 쏟아 붇지 말고 남북이 상호합의 하에 ‘전쟁종식’을 선언하고 국가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병력만 유지 한다면 이 한반도가 얼마나 평화롭고 행복해질까 하는 결코 멍청하지 않은 꿈을 꿔 본다. 그 날이 분명 오리란 믿음을 갖고 있으며, 세상은 꿈꾸는 자들의 것이란 믿음을 버리지 않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