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한미FTA 영향평가②] 투자자-국가제소 조항
‘투자자-국가제소’ 조항은 한미FTA 협상의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꼽힌다. 이 조항에 따르면 한국 정부의 정책이 국내에 투자한 미국 투자자의 재산이나 가치, 이익을 침해할 경우 해당 투자자는 우리 정부를 상대로 국제중재를 청구할 수 있으며 양측은 국제중재 결정에 따라야 한다. 특히 한미FTA는 ‘재산권 제한의 직접적인 목적 없이 경제 질서 확립 등 국가가 일반적인 목적으로 시행하는 정책의 효과로 사실상 재산권이나 기대이익이 침해되는 경우’를 ‘간접수용’이라는 것으로 개념화해 협정상의 의무로 인정하고 있다. 이 같은 규정에 따르면 ‘간접수용’에는 국가의 입법과 판결이 미치는 영향도 포함될 수 있다.
때문에 투자자-국가제소‘ 조항은 우리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행정권, 사법권, 입법권을 총체적으로 무력화시킬 수 있는 ’반헌법적 제도‘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실제 한미FTA 협정문의 ‘투자자-국가제소제’는 ▲재산권 보장의 법리 ▲보상의 법리 ▲평등의 원칙 ▲헌법상의 국가의무 등 우리 헌법상의 핵심 조항과 상충되는 것으로 평가된다.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은 28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투자자-국가제소제’가 우리 사회에 불러올 부정적 영향을 구체적으로 짚었다. 전날 ‘의약품-의료기기 분야’에 이은 민주노동당의 한미FTA 영향 평가 시리즈 2탄이다.
▲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
노 의원은 먼저 “정부의 인허가까지도 수용 관련 분쟁의 대상에 포함시키는 등 분쟁 대상이 너무나 광범위해 많은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그로 인해 우리 정부가 막대한 소송비용을 지출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정부의 경우 소송 건당 지출 비용은 300만 달러에 달한다. 소송 결과도 우리 정부의 승소를 장담하기 힘들다. 미국과 FTA를 맺은 다른 나라 정부의 소송 실적을 봐도 그렇다. 국제제소에서 캐나다 정부는 3건, 멕시코 정부는 2건 미국 측 투자자에 패소했다.
이 같은 결과는 공공정책, 환경정책 등 행정, 입법, 사법 행위의 위축으로 나타난다. 노 의원은 부동산 정책을 예로 들었다. 노 의원은 ‘투자자-국가제소제’의 적용시 미측 투자자가 국내 부동산 정책에 대해 취할 수 있는 대응법으로 ▲도시계획시설의 지정에 따른 보상 청구 ▲개발제한구역 지정으로 인한 기대이익 하락 보상 청구 ▲개발부담금 부과에 대한 보상 청구 ▲양도소득세, 종합부동산세 부과로 인한 기대이익의 감소분 보상 청구 등 4가지를 들었다.
이밖에 우리나라의 부동산 과세 관련 정책이나 규제 정책이 국제중재 재판부에 의해 ‘수용’으로 판정될 경우 세금의 폐지 및 규제 완화가 불가피하게 된다. 또 외국기업의 불법행위에 대한 압수, 수사, 유죄선고 등이 ‘수용’으로 판정될 경우 우리나라의 수사권 및 재판권이 무력화될 가능성도 다분하다.
‘투자자-국가제소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은 이 조항의 ‘삭제’가 아닌 ‘수용 관련 분쟁의 국제중재절차 배제’이다. 그나마 이 입장조차 협상과정에서 지키지 못했다. 지금은 ‘간접수용’의 예외항목에 조세와 부동산 정책을 포함시키겠다는 수준까지 물러선 상태다. 노 의원은 “결국 헌법이 부정되고, 국가의 공적 기능이 붕괴되며, 민주주의가 위협받는 체제와 제도 속으로 국민들을 내몰겠다는 것”이라며 “다시 한 번 대통령의 한미FTA 추진 중단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레디앙/정제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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