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와 국제

“의약 분야만 10조 이상 피해”

녹색세상 2007. 3. 29. 18:14

[민주노동당 한미FTA 영향평가①]의약품-의료기기분야 
 
  한미FTA 협상 체결로 우리나라가 의약분야에서만 10조 이상의 사실상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한미FTA 협상에 따라 우리 정부의 약제비적정화 방안이 무력화되고 의약품의 특허기간이 연장될 경우, 당초 우리 국민이 부담하지 않아도 됐을 추가비용이 각각 5조 7,646억원과 5조 8,811억원으로 추정된다는 주장이다.


  민주노동당 한미FTA특위 위원장인 심상정 의원과 국회 보건복지부 소속 현애자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브리핑을 갖고 이와 같은 내용의 ‘한미 FTA 영향평가’ 결과를 밝혔다. 민주노동당은 지난 1월부터 당내외 전문가들이 참여해 한미FTA가 우리 경제, 사회, 제도, 외교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한미FTA 영향평가’를 진행했고 이날 그 첫 번째로 의약분야 영향평가 결과를 공개한 것이다.

 

 ▲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오른쪽)과 현애자 의원이 2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미FTA 의약품-의료기기 분야 영향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사진 심상정 의원실)
 

 

  한미FTA 의약분야 영향평가는 정부가 최근 국회 한미FTA 토론회에서 밝힌 한미FTA 의약분야 합의 내용을 바탕으로 예측됐다. 정부 측이 밝힌 합의 내용은 ‘미-호주 FTA’의 강화된 수준, 즉 ‘미-호주 FTA Plus’라는 평가다.


  심상정 의원은 “의약품과 의료기기 분야 타결 내용의 파급 효과를 분석한 결과, 고위급 담판으로 넘겨진 내용을 제외한 수준에서도 한국의 제약산업과 의약품 가격정책은 매우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릴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현재 의약분야 협상은 ‘신약의 최저가 보장’, ‘의약품 허가-특허 연계’ ‘자료 보호 범위’가 막판 고위급 협상의 쟁점으로 남겨진 채, 대부분 타결을 이룬 상황이다. 심 의원은 “우선 한미FTA 협상에 따라 의약품 가격결정박식에서 기존의 결정을 번복할 수 있는 이의신청기구 설치는 우리 정부의 약제비적정화 방안과 같은 가격인하 정책을 무력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른 피해가 향후 5년간 5조 7,646억원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정부는 약제비적정화 방안으로 약제비 비중을 5년 동안 2006년 기준 29.2%에서 2011년 24/%로 낮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2007년부터 향후 5년간 총 5조 7,646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한미FTA 협상으로 미국 측의 가격정책 변화 요구를 수용할 경우, 약제비적정화 방안이 무력화돼 국민들이 부담하지 않아도 되는 이 절감액을 추가로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한다는 것이다. 심 의원은 또 “특허-허가 연계와 자료독점 권리의 폭넓은 인정, 특허기간 연장 등에 따라 다국적 제약회사의 독점적 지위를 강화하고 연장시키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특허기간을 5년 연장할 경우에만도 총 5조 8,811억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 특허 만료된 의약품의 경우, 복제의약품과 개량신약이 시장에 공급돼 의약품에 대한 약제비 청구액 절감분이 발생하는데, 5년 동안 총 5조 8,811억원의 절감이 추정된다는 설명이다. 이 역시 한미FTA 협상의 특허기간 연장 합의에 따라 우리 국민이 불필요하게 떠안아야 할 피해액다. 물론 약제비적정화 방안 무력화와 특허기간 연장에 따른 피해액에 중복되는 부분이 있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최소한 10조 이상이 될 것이라는 게 민주노동당 측의 설명이다. 더구나 이는 정부가 약제비적정화 방안의 목표치로 밝힌 5년 기간을 기준으로 분석한 내용인 만큼 장기적으로 추산한다면 피해는 더욱 커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현애자 의원은 “우리나라 건강보험 재정이 18조 정도인데 쟁점이 됐던 특허 연장 관련 피해, 약제비 적정화 피해를 종합해봤을 때 10조 이상의 피해가 예측된다”며 “이것만 대비해보더라도 한미FTA 의약품 의료기기 협상이 건강보험 재정에 엄청난 타격을 줄 것이라는 점을 예상해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불필요한 비용 부담은 물론 국내 의약 산업 전반에 대한 피해도 예측된다. 심상정 의원은 “한미FTA 타결로 국내 제약 산업은 관세 폐지, 특허 강화, 전문의약품 광고 허용 등 현재와는 전혀 다른 시장상황에 내몰릴 것”이라며 “국내 제약업체의 영세성과 취약한 경쟁력을 고려할 때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심 의원은 “미국은 17개 요구사항을 제시해 대부분 관철한 반면, 한국은 고작 3개를 요구해 그중 단 1개도 애초 목적대로 관철하지 못했다”며 “정부가 합의했다고 자랑하는 의약품 의료기기 표준 상호인정, 복제의약품 허가 상호인정은 유명무실한 ‘협력’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떤 형태로든 피해가 명확한 상황에서 끝장 협상을 운운하는 것은 섶을 지고 불에 뛰어드는 것에 다름 아니다”며 “정부는 의약품 의료기기 협상의 결과와 피해규모를 투명하게 밝히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애자 의원 역시 “한미FTA 협상 타결을 앞둔 시점에서 타결될 내용의 수준이 심각할 것이라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며 이를 토대로 “한미FTA 협상이 반드시 중단돼야 한다는 국민들의 인식을 모아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민주노동당은 지난 1월 구성된 ‘한미FTA 영향평가팀’에는 을 구성해 한미FTA 협상이 우리 사회 각 분야에 미칠 영향을 분석해왔다. ‘한미FTA 영향 평가팀’에는 한상희 건국대 법대 교수, 신범철 경기대 경제학과 교수, 정태인 전 청와대 비서관과 당내 정책위원회 연구원 등 당내 외 전문가 1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이날 한미FTA 협상 의약품 의료기기 분야 영향평가에 이어 28일 거시경제 영향평가, 29일 국가 투자자 제소권 등을 통해 본 한미FTA의 헌법 합치성에 대한 영향평가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레디앙/김선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