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와 국제

‘친북주의자’로 변신 가능한 ‘친미주의자들’

녹색세상 2007. 3. 24. 17:12

[주장] 심리학적으로 분석한 ‘사대주의와 의존성 인격장애’

 

 ▲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6일 뉴욕 소재 저팬 소사이어티에서 6자회담과 자신과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간의 첫 북미 관계정상화 실무그룹 회의에 관해 연설하고 있다.


   ‘2.13 합의’ 이후 진행되는 북미간의 급속한 관계개선에 가장 큰 충격을 받은 사람들은 아마도 사대주의자들일 것이다. 한국에서 사대주의는 끈질기게 생명력을 유지하며 역사발전을 방해해왔다. 조선시대에는 중국에 대한 사대주의, 일제시대를 전후해서는 일본에 대한 사대주의, 해방 이후에는 미국에 대한 사대주의가 횡행하며 나라를 망하게 하고 사회를 병들게 해왔던 것이다. 사대주의란 ‘큰 나라, 힘센 나라를 섬기고 숭배하는 노예적 굴종사상이며 자기 나라, 자기 민족을 스스로 낮춰보고 멸시하는 민족허무주의사상’을 말한다. 한마디로 말해 사대주의는 힘센 대상에 대해 의존하는 사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대주의자들은 왜 힘센 대상에 의존하려고 할까?


  임상 심리적 정신장애 중에는 ‘의존성 인격 장애’라는 것이 있다. 의존성 인격 장애 환자들은 독립심이 결여되어 힘센 대상에 의존함으로서만 만족을 느낀다. 이들이 힘센 대상에 의존을 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자존감, 자신감의 결여’에 있다. 자신감이 없기 때문에 항상 불안하고 그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 힘센 대상에 의존하게 되는 것이다. 의존성 인격 장애는 어릴 때의 양육과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내 아이는 특별하게 키울 거예요”, “제 아이가 최고예요”라는 어머니의 자랑 뒤에는 항상 이기심이 깔려 있다. (중략) 과잉보호 속에서 오냐오냐 키운 아이들은 이기주의자가 되며 의존적인 사람이 된다.(<부모-나 관계의 비밀>, 김태형 전양숙 공저, 새뜰심리상담소출판사 2005, 52-53쪽)


  나쁜 짓을 해도 혼나지 않으며 사고를 쳐도 부모들이 모든 뒤치다꺼리를 해주는 아이들은 부모의 빽은 믿지만 자기 자신은 믿지 못한다. 이런 아이들이 극히 의존적인 사람으로 되지 않는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또한 부모로부터 제대로 사랑받지 못하고 정당한 지지와 격려를 받지 못할 경우에도 아이들은 끊임없이 불안감에 시달리며 자존감, 자신감을 제대로 발전시키지 못할 수 있다.


‘사대주의자’와 ‘의존성 인격 장애’


그렇다면  ‘의존성 인격 장애’와 ‘사대주의’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두 가지는 ‘의존성’과 ‘자신감 결여’를 공통분모로 하고 있다는 점에 있어서 근본적으로 같은 것이다. 다만 의존성 인격 장애는 개인 대 개인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것이고, 사대주의는 집단 대 집단(나라 혹은 민족)의 관계에서 나타난다는 점만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이 사대주의를 하면 머저리가 되고 민족이 사대주의를 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말이 있는 것이다.


  사대주의자들이 자기 민족의 힘(민중의 힘)을 불신하는 것은 그들이 민중을 깔보며 그들 위에 군림해온 지배자이며, 민중의 성실한 노동에 의존해 자기 배를 불려온 착취자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렇게 민중에게 나쁜 짓을 일삼으며 살아온 지배자, 착취자들에게 있어서 민중의 힘은 어느 시점이 되면 자신을 해칠지도 모르는 공포와 불안의 대상일 뿐이다.


  죄의식 때문에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는 지배자와 착취자들은 민족의 힘, 민중의 힘에 대한 자신감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힘센 외세에 의존함으로써 자신의 불안과 공포를 감소시키는 행동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임진왜란 때 민중들은 나라를 구하기 위해 스스로 의병이 되어 일본군대에 맞서 싸웠다. 그러나 당시 조선의 지배자들이 의병의 힘, 민중의 힘을 하나로 모으려고 하는 대신 명나라의 원군에만 의존하는 사대주의적인 모습을 보인 것이 바로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인 것이다.


  해방이후 한국을 지배해온 사대주의집단(보수우익세력과 거의 일치함)은 얼마 전까지는 부시가 북한을 무력으로 공격하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북한의 목을 졸라 질식사 시킬 것이라고 굳게 믿어왔을 것이다. 그런데 그들이 철썩 같이 믿었던 부시가 자신들을 배신했음이 점점 명백해지자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강경일변도의 대북정책을 수정하겠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제대로 된 ‘정신치료’ 받아야 될 사대주의자들

 

 ▲ 개신교내 보수단체인 한기총과 극우단체인 반핵반김국민협의회가 주최하는 '대한민국수호 국민대회'가 4일 오후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열렸다.


   국제정세가 바뀌고 역사가 전진하면 사대주의자들은 자기반성을 통해 자주적 입장을 가지게 될까? 이에 대한 대답은 부정적이다. 사대주의는 근본적으로 정신장애와 연관된 것이므로 올바른 '정신치료'가 이루어지지 않고서는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부시의 배신이 명확해질수록 사대주의자들은 다음과 같은 행동을 할 것이다.


  첫째, 님은 나를 버리셔도 나는 님을 버리지 못하나이다. 일부 사대주의자들은 부시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우리를 버리지 말아주세요”라며 울며불며 애원할 것이다. 자신의 이익에 따라 한국에게 전시작전권을 반환하겠다는 미국에게 “우리는 약해요. 제발 전시작전권을 반환하지 마세요”라고 떼쓰는 것처럼. 이런 아둔한 사대주의자들의 말로는 결국 정신적 붕괴일 것이다.


  둘째, 다른 힘센 대상을 찾아 재빠른 변신을 한다. 애초 친러파였던 이완용은 재빨리 친일파로 변신하여 나라를 팔아먹는데 일등공신이 되었다. 일제시대의 친일사대주의자들은 해방이후 재빨리 친미사대주의자로 변신하여 한국의 지배세력이 되었다. 자신들의 행동이 너무도 약삭빠르고 비열했기에 ‘반공주의자’, ‘자유민주주의자’라는 가면을 쓰긴 했지만.


  사대주의자들은 힘센 대상에 의존을 하지 못하면 극심한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게 된다. 따라서 어떻게든 힘센 대상을 다시 찾으려고 할 것이다. 한국의 사대주의자들은 중국의 힘이 세지면 친중사대주의자, 러시아의 힘이 세지면 친러사대주의자, 만약 북한의 힘이 세지면 친북사대주의자(그들이 말해왔던 친북좌파)로 변신할 것이다. 그들에게 있어서 대상은 상관없다. 단지 자신들의 기득권과 심리적 안정만 지킬 수 있다면.


  한국에서 사대주의자들의 운명은 이미 내리막길에 들어섰지만 그들이 한국 사회에 끼칠 해악을 무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사대주의자들은 막바지에 몰리면 몰릴수록 점점 더 심해지는 불안과 공포심을 주체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희생양’을 만들어 그 대상에게 자신들의 분노를 집중적으로 투사(投射)하려고 할 것이다. 94년 남북 정상회담이 무산되었을 때, 주사파 척결을 명분으로 시작된 무시무시한 ‘마녀사냥’과 조작사건을 기억해 보라. 혼란과 두려움에 떨고 있는 사대주의자들은 하루라도 빨리 민족 앞에 사죄와 반성을 하고 떳떳한 민족구성원으로 재탄생해야 할 것이다. (김태형/새뜰심리상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