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 중 사고를 당해 산재 요양 신청을 해 본 사람이면 이 제도가 얼마나 번거롭고 귀찮은 존재인지 알 것이다. 말은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내용은 산재환자를 통제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최초 요양신청서를 접수하면 진료 받은 병원에 소견조회를 하는데 이것도 근로복지공단의 입맛에 맞는 것만 골라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재해를 당한 사람에게 유리한 자료는 확보할 생각을 하지 않기에 당사자가 직접 챙겨야한다. 마치 재판이나 이해관계를 다투는 것과 흡사 하다고 보면 된다.
승인이 나면 끝나는 게 아니다. 우편물이 오가는 기간을 빼고 14일 내로 처리하게 되어 있다는 업무 처리 규정이 있지만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다. 핑계는 다양하다. 현실적으로 인력이 부족한 것은 맞지만 행정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기본 인식이 되어 있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 휴업급여를 신청하면 사업주 날인이 있어야 하도록 되어 있는데 확인을 해 주지 않으면 직권 처리 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노동부처럼 법적인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곳이 아니기에 근로복지공단의 말은 잘 안 듣는다. 이래저래 사고를 당한 노동자만 죽어간다.
자동차 사고처럼 직접 찾아오는 서비스를 기대하기란 정말 요원하다. 자동차 사고나 생산물 하자로 인한 사고의 경우 접수만 하면 몇 일 내로 직접 찾아와서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바로 처리에 들어간다. 물론 가능하면 빨리 끝내려는 자본의 생리로 인해 사고를 당한 사람이 고통 받는 경우도 많긴 하지만 처리하나만은 신속하다. 산재사고 처리도 이런 방식으로 가야 편안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는데 속된 말로 ‘괴롭히고 갈구’어 지쳐서 나가자빠지게 제도가 운용되고 있다.
각종 규제를 철폐 한다고 떠들썩하기만 하지 피부에 와 닿는 실질적인 내용은 별로 없다. 관료주의의 폐단이 여기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장 기본적인 내용을 담은 게 법이건만 그 놈의 엉터리 법마저도 지키지 않는 경우가 허다해 갑갑하기만 하다. 싸우지 않고 쟁취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각종 규제를 없애는 것도 싸움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싸우지 않으면 안 되게 만들어 놓고 맨 날 ‘싸움만 한다’고 매도해 버리는 이 땅의 현실이 갑갑하기만 하다. 제발 편하게 살아갈 날이 왔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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