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건강하게 일할 권리가 있으며 국가는 그 책임을 져야한다. 그런 업무를 맡아서 하는 곳이 노동부 산하에 있는 공기업인 근로복지공단이 대행하고 있다. 업무상 재해를 당한 사람은 근로복지공단의 고객이며, 근로복지공단은 일하다 원치 않게 사고를 당하거나 질병이 악화된 사람에게 신속히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상식이다. 그런데 김대중 정권에서 노동부 장관을 지낸 방용석이가 이사장으로 오면서 ‘산재기금 고갈’을 들먹이며 이른바 ‘3대 지침’을 하달하여 근골격계 환자에 대한 산재 승인 기각과 장기 환자에 대한 종결을 하는 사례가 잦아 산재환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새로 바뀐 산재보험법을 적용하면 아무리 대형 사고를 당해도 2년 밖에 치료를 받을 수 없다. 개악 중에 이런 개악이 어디 있는가?
재작년 12월 장기요양환자라고 ‘특진’을 가라며 경북대병원을 지정했다는 연락이 왔다. 경북대병원의 특진 결과 주치의사와 동일하게 “계속 요양이 필요하다”는 소견이었음에도 자문의협의회란 곳에서 단 30분도 안 되어 기각이 되고 만 어이없는 사건이 발생해 아무리 항의하고, 기각한 의학적 견해가 무엇인지 질의서를 보내도 묵묵부답이었다. 상복을 입고 침묵시위에다 점심 먹으러 나오는 인간들 보고 망자에게 하는 재배를 해도 그냥 모르쇠로 일관했다.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의 경우 민원인의 질의에 담당자는 답변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냥 넘어갔다. 심지어 경대병원 같은 과에 근무하는 교수란 작자도 동료 의사가 각종 검사를 통해 내린 의학적 소견을 단 한 줄로 뒤집어 버렸다. 자문의사들의 소견이 토씨만 다를 뿐 ‘요양 종결’이란 내용은 똑 같다. 짜지 않고는 이런 일이 생길 수 없을 것이다. ‘심사 청구를 해 보라’는 누구의 말을 듣고 심사청구를 했으나 한통속인 그들이 번복할리 만무하다. 재심사 역시 기각되어 행정소송 중에 있다.
연말 무릎과 우측 새끼손가락을 다쳐 산재 요양 신청을 했다. 회사 측에서 합의를 보자고 해 기다렸으나 묵묵부답이라 퇴원 후 요양신청을 해 늦게 접수되었다. 문제는 지금부터 발생하기 시작했다. 요양신청서가 접수되면 사실 여부를 먼저 확인하고 재해자의 재해확인을 하고 회사 측으로부터 관련 서류를 받고, 진료 받은 의료기관에 ‘소견조회’와 ‘진료기록’ 확인을 한다. 연말연시라 서류가 밀렸다고 할 것 같아 등기속달로 접수하고 접수 여부와 담당자 확인을 했다. 담당자에게 ‘진단서와 소견서, 진료확인서를 첨부한 의료기관에 근로복지공단에 협조해 주라는 부탁을 했으니 도와줄 것이다’고 분명히 전화를 했건만 수술한 병원에만 소견 조회를 보낸 것이 확인되었다. 재해 조사를 하러 가기 전 민원 내용을 정리해 문제 제기를 했건만 둔한지 ‘너는 떠들어라’인지 알았다고만 할 뿐 미비점을 보완할 생각조차 않는다.
재해자에게 ‘당신은 어떤 권리가 있으며, 권리를 찾기 위해 준비해야 할 서류가 무엇’이란 것을 설명해 줘도 시원찮을 판에 산재환자가 일일이 챙겨야 하는 현실이 화가 난다. 이렇게 된 데는 수술한 병원의 담당직원이 일을 제대로 모르는 탓도 일정 부분 있지만. 모르면 법으로 정한 권리마저 못 찾아 먹는 세상, 악을 쓰고 달려들어야 겨우 들어 주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이 정말 화가 난다. 몇 년 사이 껍데기는 정말 친절해졌건만 산재환자에 대한 복지는 갈수록 엉망이다. 법정에 가면 승소하는 것이 근로복지공단의 업무 현장에서는 ‘불승인’이나 ‘요양종결’로 처리되니 가진 것이라고는 몸 하나 뿐인 당자사로서는 갑갑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그런 짓에 의대교수란 자들이 아무런 양심의 가책 없이 동참하고 있다. 환자야 죽든 말든 대충 넘어가는 것이다.
실업급여가 평균임금의 80%인 스웨덴의 예를 든다면 너무 지나친 비약인가? 그들은 100여 년 전 사회협약을 통해 오늘의 복지국가를 만들었다는데 경제규모 세계 11위를 자랑하는 나라의 복지와 사회안전망은 너무 허술하기 그지 없다. 이 정도 규모의 경제면 서로 나누어 쓴다면 오순도순 살 수 있으련만..... ‘투쟁하지 않고 얻을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는 세상’이란 것을 절실히 느낀다. 편하게 치료 받아야 할 환자가 비본질적인 문제로 고민하니 치료 효과가 상승하리 만무하건만 탁상 행정을 하는 그들은 아는지..... 노동부 장관은‘ 40년 만의 개정’이라며 마치 복지가 확산된 것 인양 떠든다. 휴업급여 70%를 악용하는 사람들이 있어 ‘재정고갈’의 원인이라며 산재환자들의 도덕성을 들먹인다. 돈이 없으면 더 걷을 생각은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자본과 권력의 유착을 넘어 자본의 권력화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노동부장관은 느려터진 근로복지공단의 업무 처리관행 부터 개혁해야 한다는 원성을 알고나 있는지 모를 일이다. 의료호보대상자들의 파스마저 빼앗으며 도덕성을 거론한 보건복지부 장관의 말과 어쩌면 똑 같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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