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리 힘든 길을 가느냐’고 묻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 넓은 오지랖에 적당히 줄 서면 먹고 살 거 충분히 챙길 텐데 ‘고생을 사서 하느냐’며 걱정을 해 주는 벗들입니다. 이렇게 말해주는 이들을 대하면 그래도 ‘세상은 살만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공감은 하지만 힘든 길 가는 벗이 안스러워 하는 걱정이라 고맙게 받아 들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자신의 생각과 다른 선택을 했다고 매도하는 경우를 보면 열 받습니다. 상대와 내가 다르다는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죠. 그야말로 ‘자기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나 할까요.
조선시대 유학자들은 ‘치열한 논쟁’을 하며 자신의 학문 체계를 발전시켜 갔는데 일제 강점 시기를 거치고 민족성이 말살되고, 미군정기와 한국내전을 치르며 몰아친 반공의 광풍과 ‘미국’ 아니면 모든 것이 망하는 줄 알면 지내온 지 한 세기 가까이 되다 보니 풍류를 즐기고, 쌍놈들의 양반 놀리기도 용인하던 여유마저 없어진 것 같습니다. 이런 세월을 오래도록 보내다 보니 인심도 강팍하게 변해 버렸습니다.
구라파의 경우 고등학교 때 ‘단체협약’에 관한 것을 배우는데 우린 아직도 ‘노동조합의 존재’ 여부란 낡은 화두를 붙들고 난리를 치고 있으니 다른 것은 거론할 필요 조차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혁명과 같은 역사적인 승리의 체험이 없는 사회인 탓에 세상을 바꾸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고, 북한에 대한 오해가 상당부분 불식되긴 했으나 내전을 치른 분단국가의 현실도 크게 작용하리라 믿습니다.
왜 유럽의 사회주의 정당이 집권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데 우리가 발 딛고 사는 이 땅에서 진보정당을 말하면 색안경을 끼고 보는지 모를 일입니다. 분배 없는 성장 일변도 경제 정책의 폐해를 지금까지 보고 있으면서 ‘분배’를 말하면 좌파로 몰아 사정없이 낙인을 찍어 버립니다. 낙인 정도가 아니라 온갖 언론을 통해 생매장을 시켜버리죠. 차이를 인정하지 않을 정도로 우리 사회의 문화가 성숙하지 못한 탓일까요? 차이를 차별로 착각하는 미성숙의 종말이 언제쯤에나 올지.....
갈수록 살기 힘들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한창 일할 나이에 젊음을 바쳐 일한 직장에서 쫓겨나야 하고 청년 실업이 극에 달하는 현실, 노동자들이 피땀 흘려 만든 잉여가치를 그렇게 착취하고도 ‘인건비 상승’ 타령만 해대는 자본의 후안무치함을 보노라면 그저 어안이 벙벙할 뿐 입니다. 인건비 비중이 높다는 건축에도 원가의 20% 정도 밖에 안 들건만 경기 좋던 시절 그렇게 많이 번 돈은 다 어디로 갔단 말입니까? 갈수록 복지제도는 축소되고, 산재환자의 요양 기간도 2년으로 제한하는 악랄한 권력과 자본의 결탁은 그 끝이 안 보이는 것 같습니다. 2년만 치료하라는 기상천외한 발상에 할 말이 없습니다. 여기에 동의해준 노동자들의 대표라는 정신 나간 인간들에게 분명 역사의 심판이 있을 것입니다.
연로하신 부모님께 자식 노릇 제대로 못하고, 어린 자식의 가슴에 피멍들게 한 죄인인지라 때론 다른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적당히 줄서서 ‘성격 모나지 않고 인간성 좋다’는 소리 들으면서 밥줄 챙기고 싶은 유혹이 안 든다면 거짓말이겠지요. 그러나 그 길은 내가 가야할 길이 아니기에 갈 수가 없습니다. 지금과 같은 세상을 자식들에게 물려준다면 정말 부끄러워 고개 들 수 없어 진보정당이란 길을 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금의 발걸음이 훗날 다른 사람의 이정표’란 거창한 말을 거론하고 싶지 않으나 자식들에게 만은 당당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노동의 가치가 인정받는 세상, 병원비 걱정 없이 마음 놓고 치료받는 세상, 학비 걱정 없이 공부만 하면 되는 세상, 진보 정당의 정강 정책이 공공연히 거론되는 세상에 대한 희망을 도저히 버릴 수가 없습니다.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이기에 힘든 과목임에 분명하나 낙심하지 않고 이 길을 가려합니다. 걱정해 주는 많은 벗들의 정성은 너무 고마우나 가야만 하는 길이기에, ‘고진감래’란 화두를 갖고 갈 것입니다. ‘행동하는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믿음만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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