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비골 앞산 터널 반대 싸움을 마치고 왔으니 성주로 온지 6년이 넘었다. 매일 들판을 오가면서 보고 듣고 경험하면서 고민한 것이지 단순히 계산기 두드린 게 아님을 밝힌다. 농촌에서 150만원이면 도시의 250~300만원 생활이 가능하다. 단, 몸을 많이 움직여야 된다. 늙어서 오면 할 수 있는 게 없어진다. 더 늙기 전에 몸을 움직여 노동을 할 수 있을 때 가야 한다. 그 때 고등학교 동아리 후배가 경북도청 기획실에 근무해 귀농 지원과 관련한 정보를 많이 얻었다. 경북 상주와 경남 거창이 귀농자를 위한 프로그램이 잘 되어 있다고 들었다. 귀농학교도 있고, 그곳에서 생활하면서 농사도 배우고 농가에 가서 일도 하는 등..... 다른 지역은 모르겠다. 1. 귀농 지원금은 빚이다. 귀농자 지원금은 국비와 도비가 있고, 기초 자치단체인 시군에서 집수리 비용 지원 같은 게 있었으나 경북에는 모두 없어졌다. 시군에 따라 농업 관련 교육을 받으려 하면 교육비를 지원해 주기는 한다. 국비와 도비는 그냥 주는 게 아니라 담보나 보증인이 있어야 하는 대한민국 정부의 융자금일 뿐이다. 상환 조건과 금리는 시중과 비교해 매우 좋지만.... 국비와 도비 지원도 거주지 시군을 통해 신청을 하고 승인이 나도 업무를 대행하는 거주지 농협이 안 된다고 하면 아무 방법이 없다. 없는 사람은 해골이 두 쪽 나도 돈 빌릴 곳이 없는 게 대한민국이다. 인구 유입 정책으로 하는 것이라 부부가 이사를 가야 한다. 단독 세대는 아예 예선 탈락이다. 2. 집이나 땅을 먼저 사지마라. 집 사고 땅 사면 돈이 엄청나게 들어간다. 도시에서 아파트나 깔끔한 주택에서 생활하던 습관이 있어 시골집에 거주하기 힘들지만 서서히 적응해 가야 한다. 정 집이 필요하면 빌리거나 읍내의 아파트 전세를 구해 놓고 농장으로 출퇴근 하는 것도 괜찮으나 이웃의 입방아에 오른다. 농사에 익숙해지려면 노동이 몸에 배지 않은 사람은 5~6년 걸린다. 그런데 덜컹 땅을 사서 농사도 제대로 못하거나 실패했을 경우 진퇴양난이다. 대략 난감이 아니라 억수로 난감해져 빼도 박도 못한다. 귀촌 역시 마찬가지다. 동네 사람들과 친해지려면 시간이 걸리니 읍내에서 생활하면서 해당 마을을 알아보는 게 좋다. 농사가 몸에 익은 후로 미루는 게 위험부담을 줄일 수 있다. 집 짓고 땅 사 5~6억 날린 사람을 몇 봤다. 3. 연고가 있는 곳으로 가라. 농촌은 오래도록 공동체가 형성되어 있어 외부 사람에게는 배타적이다. 특히 경상도가 심하다. 같은 시군에서 자라고 공부한 사람이나, 심지어 같은 면에서 컨 사람이 귀농해도 남 취급하는 특성이 있다. 안 그런 곳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게 맞다. 첫째, 고향이나 외가 처가 등이 좋다. 여성들의 입장에선 시댁 근처라 불편할 수 있다는 것도 명심하고. 둘째, 농민운동이나 지역운동이 활발한 지역이 좋다. 그런 곳은 농촌이라 해도 개방적이고, 귀농이나 귀촌을 해 자리 잡은 사람들이 많아 도움을 받기 좋다. 지역에서 조선일보반대 마라톤 대회까지 하는 충북 옥천이나 경남 거창이 그런 곳이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한 마을이나 가까운 곳에 같이 사는 게 좋다. 그래야 문제가 생겼을 때 도움을 받기 좋다. 같은 면이나 군에 떨어져 살면서 영역을 확장하자는 분들도 봤지만 타지에서 귀농한 사람은 쉽지 않을 것이니 잘 판단하는 게 좋을 것 같다. 4. 2~3차 의료기관이 가까운 곳으로 가라. 귀촌이나 귀농자의 나이는 많고 늙어서 살아야하기 때문에 갑자기 아플 때 응급처치가 가능한 병원이 읍내에 있어야 하고, 상태가 안 좋을 때 구급차로 이송 가능한 큰 병원이 가까이 있는 게 좋다. 안과나 이비인후과 같은 게 없는 군이 대도시 인근에도 제법 있다. (고령은 둘 다 없고, 성주는 안과만 있고) 일주일에 한두 번 치료받아야 하는 사람들은 꼭 명심해야 한다. 5. 서너 곳을 알아보라. 한 곳에 가 보고 팍 꽂혀 지상낙원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을 가끔 본다. 그러다 이웃과 부딪혀 돌아가고..... 그러지 말고 세 곳 정도는 알아보고 정하는 게 좋다. 처음 간 곳이 맞지 않아 떠나야 할 수도 있으니까. 맞는 곳이 있고 불편한 곳이 있기 마련이다. 6. 치밀하게 준비하고 조금씩 늘려가라. 첫해는 작게 하고 기반이 잡히면 조금씩 늘려야 한다. 초보 농사꾼이 크게 시작해 실패하면 일어서기 매우 어렵다. 실패에 대한 부담도 줄이고 적응하려면 처음 사업하듯이 차차 늘리는 게 당연하다. 예정지에서 일행들과 주말농장부터 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 중의 하나다. 유기농을 하겠다는 꿈에 부풀어 있는 사람들이 많으나 그렇게 하려면 2~3년 준비하고 4~5년이 지나야 성과를 올릴 수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유기농업이나 자연농업에 대한 교육기관이 많으니 미리 배워야 고생도 덜하고 불필요한 수업료도 줄일 수 있다. 7. 집은 짓지 말고 고쳐 쓰자. 집을 새로 지으면 땅 형질 변경을 해야 하고 환경을 파괴할 수밖에 없다. 너무 화려하게 지으면 마을 사람들과 위화감이 생길 수 있다. 자기들은 크게 지어도 괜찮으나 귀농한 사람이 그러면 온갖 말이 도는 게 시골이다. 빈 집도 많으니 수리해서 쓰면 괜찮다. 아니면 아예 떨어진 곳에 별장처럼 짓던지..... 그러면 입방아 찧는 사람과 접촉할 기회가 영 적다. 마을 사람들이 오가면서 입방아 찧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쌓이면 정말 피곤하니까. 8. 필요 없는 사람은 없다. 작업을 하면 숙련공이 있고 옆에서 거드는 조공이 있는 건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굼뜨거나 힘이 없다고 필요 없다고 배척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건 전혀 생각하지 않고. 힘을 쓰는 사람은 무거운 것을 들거나 힘이 있어야 하는 일을 하고, 동작이 늦은 사람은 섬세한 장점이 있으니 짐승 같은 걸 돌보거나 세심한 걸 잘 한다. 이 점을 명심하면 서로 부딪칠 일이 적을 것이다. 끝으로, 한 집이 가지 말고 일행들과 가라. 가능하면 용접처럼 몸으로 할 수 있는 기술을 하나 쯤 익혀 두는 게 좋다. 농한기 때 읍내에 가면 노동력을 팔 수 있는 인력사무실이 있다. 그냥 나가도 소개비 제하고 하루 10만원 정도 벌이는 되고, 기술이 있으면 13만원 이상 벌 수 있다. 몸으로 때우면 돈벌이 할 수 있는 틈새시장이 아직도 많다. 농사는 혼자 지을 수 없다. 농번기에는 부뚜막의 부지깽이도 들에 나간다고 할 정도로 정신없이 바쁘다. 작물을 다르게 선택하면 시기가 중복되지 않아 서로 도울 수 있어 좋다. 짐승을 기르면 단 하루도 자리를 비울 수 없다. 급한 일이 생겨 자리를 비우거나 몸이 아파 일을 할 수 없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어 좋다. 서로 도울 처지가 안 되면 전부 돈으로 때워야 한다. 농기구도 한 집에서 쓰기에는 너무 비싸다. 서로 작물이 다르면 사용하는 시기가 틀리니 공동구매해 사용하면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관리기나 트랙터 양수기 등은 서너 집이 같이 사용해도 충분하다. 1더하기 1은 단순히 2가 아니란 건 농사를 지으면 절실히 느낄 수 있다. 노년에 옆에 함께 하는 도반과 동지들이 있다는 건 무엇보다 반가운 일로 노년에 외로움도 줄이는 등 돈으로는 절대 살 수 없는 이점이 참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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